[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친일행적이 뚜렷한 가수 남인수를 추모하는 공연과 가요제를 둔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진주시는 앞서 남인수기념사업회가 추모공연과 가요제를 위해 남강변 야외무대 대관을 신청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지난 22일 대관 취소를 결정했다. 이달 초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가 장소 대관을 해줘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자, 이를 받아들인 모양새다. 기념사업회 측은 대관 취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사업회는 다음 주 쯤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 등을 이어가며 대관 요구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26일 “지난 22일 남인수기념사업회의 남강변 야외무대 대관 신청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남인수의 친일행적 때문에 첨예한 갈등이 일어날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누구나 문화행사 개최를 위해 대관을 신청할 수 있지만, 부득이한 이유로 대관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사를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대관은 불가하다”며 “남인수기념사업회 측은 남인수의 친일행적을 떠나 팬의 입장으로 남인수를 보고 있다지만, (진주시의 입장에서는) 사회적 갈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인수기념사업회 측은 남강변 야외무대 대관 취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영삼 남인수기념사업회 총괄본부장은 “진주시가 대관을 취소했다고 해, 다음 주 쯤 기자회견을 열고 대관 허가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인수가 친일성향의 노래를 불렀다고 하지만, 해방 이후 좋은 곡들도 많이 남겼다”며 팬의 입장에서 가요제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인수의 친일행적과 문화예술적 기여도를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는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일제강점기 당시 노래가 문제라면, 그 곡들을 금지곡으로 분류하면 될 일 아니겠느냐”며 가요제 개최와 장소 대관 신청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는 이달 초 남인수기념사업회가 남인수 추모공연과 가요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반발한 바 있다. 시에 남강변 야외무대 대관 불허도 요구했다. “남인수의 유명세만을 내세워 ‘생계형 친일’을 운운하며 그를 두둔하고 미화하는 공연과 가요제를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시설에서 개최한다면,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의 영전에 할 말이 없다”면서다. 지난해에도 진주연예협회가 제1회 남인수가요제를 개최하려다가, 반대에 부딪혀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었다. 남인수가요제는 1996년 시작돼 10여 년간 이어지다, 남인수의 친일행적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2008년 폐지된 바 있다.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수 남인수를 두고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이야기했다. 그는 “친일행적이 있는 가수를 기념하는 가요제를 여는 건 걸맞지 않다”면서도 “남인수가 한국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인 건 맞다”고 전했다. 이어 “해방 직후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이 제대로 작동해 남인수가 처벌을 받았다면, 공과가 보다 선명히 인정됐을 수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친일행적을 떠나 “한국 전쟁 당시 남인수가 군 위문공연을 다녔고, ‘이별의 부산 정거장’ 같은 노래로 국민들의 상실감을 달래준 점은 평가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인수는 일제강점기 친일 군국가요 ‘강남의 나팔수(1942)’, ‘혈서 지원(1943)’ 등을 부르며 ‘내선일체’를 정당화하고 조선 젊은이들의 전쟁 참여를 독려한 이유로 2009년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1944년 열린 ‘성난 아세아’라는 예능제에 참석해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하기도 했다. 이 예능제는 미국과 영국을 격멸하자는 의식을 고취하려 열린 행사였다. 이 때문에 그는 해방 후 김구 선생이 임시정부 요인을 통해 반드시 처단해야 할 친일파 명단을 작성했을 당시, 267명의 친일파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단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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