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은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
“폭력 노출, 저임금 노동하는 이주여성
한국 떠나면 우리도 이방인, 연대해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 진주여성단체들은 ‘진주여성정치수다방’이라는 제하의 강연회를 열고 “성평등한 진주를 만들어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박미정 진주시여성농민회 부회장, 곽성은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 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는 각각 「성평등한 농촌, 우리의 손으로!」, 「우리도 한국을 떠나면 이방인입니다」, 「코로나19가 드러낸 돌봄노동의 현주소」라는 주제의 강연을 펼쳤다. 3회에 걸쳐 이를 보도한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1977년 독일정부의 간호요원 강제 송환에 반대해 체류권 보장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선 파독 간호사들을 아십니까? (이처럼) 우리도 대한민국을 떠나면 이방인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는 이주여성들과 연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정폭력, 저임금, 성차별, 임금차별에 노출돼 있는 이주여성들의 인권보호에 힘써야 합니다”
지난 8일 진주YWCA에서 열린 ‘진주여성정치수다방’ <진주를 성평등으로 디자인하자>는 제하의 강연에서 곽성은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 같이 전했다. 그는 2019년 12월 국내 체류 외국인이 252만 명에 이르는 등 점차 증가하는 상황임을 들고, 특히 경남 진주에는 1556명의 이주여성(행정안전부 외국인현황조사/2018년 11월 기준)이 있다고 했다.
곽 사무국장은 세계 여성 이주자의 72%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며, 이들의 이주는 대체로 가사노동과 성 산업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주여성들에 대한 성차별, 인종차별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들고 국제결혼중개업체의 광고문을 사례로 들었다. ‘참한북한여성과 결혼하세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등의 광고를 내걸거나 국가별 여성들의 특징을 ‘남존여비 사고방식’, ‘일부종사’ 등이라고 내거는 중개업체가 차별을 조장한다는 것.
그는 한국으로 이주결혼을 온 여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심각하다고 전했다. 특히 가정폭력이 발생하더라도 체류권 등의 문제로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인 점을 들었다. 법무부는 지난 2011년 이주여성의 한국 국적 취득 시 남편의 보증이 필요한 ‘신원보증제’를 폐지했지만, 여전히 이주여성들은 한국 국적을 신청(귀화)할 때 남편동행을 요구받는 등 국적 취득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곽 사무국장은 특히 “결혼이주민에게 발급되는 F-6 비자는 체류 자격 요건을 ‘우리 국민과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거나 양육하려는 부 또는 모’, ‘국민 배우자의 부모 또는 가족을 부양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이주여성의 존재가치를 혈통을 잇는 배우자나 부양자일 경우로만 국한하는 것으로, 이주여성을 수단이 아닌 사람 그 자체로 바라보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외에도 성폭력 피해를 당한 이주여성 가운데 90% 이상이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점, 이주여성들의 월급이 보통 130만 원 이하인 점. 이처럼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고 월 평균 이틀 정도 쉬는 점 등을 거론하며 이주여성들의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한국을 떠나면 이방인”이라며 “우리나라에 이주해 온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연대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이 끝난 뒤 진주교대 페미니즘 동아리 회원 오예림 씨는 “제도개선 등 국가가 해야 할 일도 있겠지만, 이주여성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질문했다. 곽 사무국장은 “일상에서 이주여성을 만나는 일이 많아졌는데, 그들을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 보는 이런 편견들을 버리는 일이 중요하다. 그저 같은 인간으로 서로 존중해주면 되지 않겠냐”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