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정 진주시여성농민회 부회장
“여성농민 농작시간 남성보다 길고,
가사노동도 압도적으로 많지만,
제대로 된 대우 못받아. 성차별적“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 진주여성단체들은 진주여성정치수다방이라는 제하의 강연회를 열고 성평등한 진주를 만들어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박미정 진주시여성농민회 부회장, 곽성은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 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는 각각 성평등한 농촌, 우리의 손으로!, 우리도 한국을 떠나면 이방인입니다, 코로나19가 드러낸 돌봄노동의 현주소라는 주제의 강연을 펼쳤다. 3회에 걸쳐 이를 보도한다.

 

박미정 진주시여성농민회 부회장이 8일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박미정 진주시여성농민회 부회장이 8일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90여년 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여성운동을 함께하던 여성단체 근우회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법률적 차별 철폐, 봉건적 인습과 가부장제 타파 등을 요구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성농민의 현실은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농사일의 절반 이상을 여성이 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농가주부, 농촌여성으로 인식될 뿐 직업농민으로 분류되지 못 하는 차별을 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진주YWCA에서 열린 진주여성정치수다방’ <진주를 성평등으로 디자인하자>는 제하의 강연에서 박미정 진주시여성농민회 부회장은 이 같이 말했다. 그는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농민 가운데 50.7%는 농촌(농업)에서 성차별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낮게 여겨진다는 여성농민도 81.1% 달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이 조사에서 여성농민 가운데 24.5%는 농사와 가사 병행으로, 16.1%는 남성에게 특화돼 생산된 농기계 및 시설로, 10.1%는 남녀차별로 활동에 제약을 겪는 것이 여성농민이 농촌(농업)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라고 답변했다. 같은 조사에서 여성농민 가운데 62.2%는 여성의 지위가 예전보다 높아졌지만 아직 남성보다 낮다고, 18.9% 여전히 남성보다 낮다고 응답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여성농민이 겪는 여러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가사노동과 농사를 병행하고 있는 점이라고 들었다. 여성농민은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과 가사노동에 시달린다는 것. 그는 여성농민은 새벽 일찍 일어나 가족들 아침 식사를 차리고,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오전과 오후 시간 농사일을 하면서도 새참이나 점심·저녁식사 등을 챙겨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저녁 시간 가사노동도 여성농민의 몫이라고 했다.

그의 이 같은 주장은 통계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여성농민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4시간 43분에 달한다. 반면 남성농민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37분에 불과하다. 이 같은 성차별적 역할분담을 강요받으면서도 여성농민의 연간 농작시간은 남성(403시간)보다 34시간 많은 437시간이다.

박 부회장은 농기계화율에서도 남녀차별이 드러난다고 했다. 주로 남성이 담당하는 벼농사 기계화율은 98.4%에 달하나 여성이 담당하는 밭농사 기계화율은 60.2% 불과하다는 것. 밭농사 가운데서도 남성이 담당하는 경운, 정지작업은 99.8%가 기계화돼 있지만, 여성이 주로 담당하는 수확은 26.8%, 이식작업은 9.5%만 기계화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은 대부분의 농기구들이 남성농민에게 맞춰져 생산되기 때문이라며 여성이 농기구를 사용하려 해도 이들 농기구를 사용하는 데 과도하게 많은 힘이 들게 돼 있어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10, 20, 30년 전에도 여성농민의 도구는 호미이라며 농기구에서 드러나는 성차별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이외에도 농촌지역 곳곳에서 성차별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농산품을 낼 때 특상()품이나 상()품에는 남편의 이름을 써서 내고 하()에는 아내의 이름을 써 냄”, “여성은 경영주로 이름을 올리기 어려움”, “마을총회에 가구당 1명만 참석 가능해 여성은 배제되고 있음” “여성의 66%는 무급 노동자인 점 등을 들어서다.

그는 강의 말미 “‘여성이 스스로 해방하는 날 세계가 해방될 것이다. 조선 자매들아, 단결하라90여 년 전 근우회 창립선언문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성평등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 농촌지역 성평등교육 의무화 여성농민의 지위 강화를 위한 제도 마련 가사노동 사회화 여성이장, 농협 여성조합원과 임원비율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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