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장묘시설 대표 정이찬, “동물 장묘시설은 혐오시설 아닌 편의시설”

“1%의 희망이라도 남아있다면... 갑작스런 사고로 반려견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전화를 받았다. 다급한 심정으로 수의사에게 어떻게든 구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그는 세상을 떠난 뒤였다” 지난달 29일, 2년을 함께한 반려견을 떠나보낸 김현우(김해시·동상동)씨는 반려견의 마지막 순간을 장묘시설에서 함께했다.

그는 “반려견은 하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동물 사체를 차마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지는 못 하겠다”며 “이렇게 장묘를 치러주는 것도 동물복지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나의 반려견이 편히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 화장된 반려견 유골을 떠나보내는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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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동물 장묘문화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실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망 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장묘시설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반려동물도 하나의 가족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 가면서, 동물도 사망하게 되면 인도적인 방법으로 처리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진주시민들은 동물장묘시설이 필요하다고는 말하지만, 정작 자신이 사는 곳에 이러한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이곳에서 악취, 분진 등이 발생해 혐오시설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단디뉴스>는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극복하고, 지난해 8월 경남도에서는 최초로 허가를 받아 장묘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김해 아이헤븐 정이찬 대표를 만나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아이헤븐 정이찬 대표

- 본인소개와 함께 동물장묘시설을 운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해 달라.

해양대를 졸업하고, 항해사와 해외영업직을 거쳐 지금은 반려동물장례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동물장묘시설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12년 동안 애지중지 키웠던 ‘진진’이라는 반려견을 잃은 것이 시초가 됐다.

반려동물을 상실한 아픈 기억을 통해 반려동물장례지도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식하게 됐다. 최근 반려동물 화장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불법매립이나 불법화장 등이 난립하고 있는데, 그 피해는 반려인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올바른 장례문화의 정착으로 이러한 점이 개선됐으면 좋겠다.

 

▲ 좌(정이찬 대표의 반려견 '진진'), 우(아이헤븐 전경)

- 동물장묘문화에 대해 설명하자면? 그리고 동물장묘시설이 필요한 이유는?

동물 장묘문화는 사체를 단순히 화장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면서 추모하는 것 일체를 의미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동물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지는 것도 전제가 되어야 한다. 동물 장묘시설은 반려동물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고, 그의 마지막을 편안하게 보내주는 뜻 깊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도 하나의 가족이다. 동물사체를 일반쓰레기 봉투에 넣어 배출하거나 의료폐기물과 함께 소각처리하게 되면 반려인의 감정에 맞지 않다. 이런 제도는 향후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례식장에서 반려동물을 잃은 유족의 아픔이 모두 치유되기는 힘들겠지만, 그들의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 질 수 있도록 장례지도사들이 진심어린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동물 장례식장은 반려인을 위한 치유와 추모의 공간으로 볼 수 있다.

- 동물장묘시설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갈등도 많았다고 들었다. 어떤 갈등이 있었고,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극복했나?

동물장묘업 등록까지 1년 반 이상 걸렸다. 지역주민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800여 가구가 반대성명을 하기도 했고, 행정심판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지역주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먼저 다른 지역의 좋은 사례를 모아 PPT자료를 만들었다. 또한 법적 기준을 충족한 화장로 성적서를 들고 지역주민들에게 그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심지어 마을회관에서 봉사활동도 하면서 어르신들에게 장묘시설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장묘시설 조감도를 보여주면서 앞으로 어떤 시설을 지을 것이고, 시설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충분히 설명을 드렸다.

 

▲ 좌(추모실), 우(보호자에게 유골을 인도하는 모습)

- 장례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동물의 장례절차도 사람의 것과 비슷하다. 상담 후 사체를 정갈히 하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후 추모실에서 아이와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진다. 입관 후 화장이 이뤄지는데, 보통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화장이 마무리 되면 보호자가 참관실에 입회해 마지막 모습을 지켜주게 된다. 이후 수골 및 분골을 하게 되고, 유골을 보호자에게 인도하면 절차가 모두 끝난다.

- 아이헤븐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아이헤븐은 반려인이 배려를 받고, 추모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심지어 제주도에서도 이곳을 이용하기도 한다. 반려인들이 부담 없이 들릴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들은 납골당에 안치된 아이들의 간식을 갈아주고 가곤 한다. 뚜껑이 열리는 방식의 보관함은 자체 제작한 것으로 특허까지 받았다. 기억하는 방은 납골당 방문 보호자의 전용공간으로 아이와의 지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특히 이곳에 설치된 동물전용화장로는 일반적인 직화식 화장로에 비해 큰 장점을 가진다. 화력을 낮춰 유골이 손실되거나 녹는 현상을 방지해 마지막 잔상까지 또렷하게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로 바닥에는 매트와 한지까지 깔아서 은은한 느낌을 풍긴다. 반려인들이 이곳에서 아이들의 마지막을 함께하면서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 좌(납골당 시설), 우(1층 로비)

-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반려동물의 올바른 장례문화 정착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고, 박람회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직도 반려동물을 땅에 깔끔하게 묻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이처럼 많은 분들이 동물사체를 매장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개선과 함께 동물장묘시설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물등록제 강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물등록제는 일종의 주민등록제와 같은 취지라고 볼 수 있지만, 동물은 등록을 하지 않아도 처벌을 안 받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동물 유기와 불법매립 등도 만연한 편이다. 정부에서 동물등록제에 대한 홍보와 함께 인식칩 무료제공, 중성화수술비 지원비, 매장비용 지원 등 실질적인 혜택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등록제가 강화되면 동물 유기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반려동물문화도 성숙될 것으로 본다.

 

▲ 좌(반려동물 장례문화 강연), 우(반려동물 박람회)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동물장묘시설은 혐오시설이 아닌 편의시설이다. 법적 기준을 통과한 전문시설에서 동물사체를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화장으로 환경오염 문제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오히려 불법매장이나 불법투기 등으로 발생하는 2차오염의 피해가 더 큰 편이다. 이처럼 동물장묘시설은 반려인 뿐 아니라 비 반려인들에게도 정말 필요한 시설이다. 이제는 모든 시민들이 반려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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