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보완개편 다시 추진, 일각에선 "소용없다" 주장

진주시가 2017년 6월 1일 50여 년만에 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을 시행했지만 시민 불편이 가중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단디뉴스>는 시내버스 문제에 대한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35만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의 노선개편은 특정 세력의 논리만을 좇아 추진해선 안 된다. 진주시는 시내버스 노선개편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이번 만큼은 시민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버스 이용객과 운전노동자, 업체와 행정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진주시는 지난 6월 1일 대중교통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의 편의를 향상시키겠다며 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노선개편 이후 불편이 가중됐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내버스 기사들도 노선개편 후 근무여건이 나빠졌다는 입장이다. 시도 이 점을 모르진 않는 것 같다. 진주시는 최근 운수업체 관계자 등과 실무회의를 열어 시내버스 노선 보완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난 두 번의 보완개편 후에도 변한 건 없다”며 한동안 불편은 계속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진주종합경기장 앞에서 한 시민이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다.

진주참여연대 설문조사 결과 91% 시민 노선개편 불만족,

진주시는 노선혼잡 해소 중이라고 해명

진주참여연대는 지난 7월 1일부터 7일까지 1628명의 진주시민에게 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설문조사 결과 88%(1439명)의 시민들은 시내버스 배차간격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91%(1490명)의 시민들은 노선개편 후 배차간격에 불만족을 표시했다. 배차간격이 감소했다는 시민은 5%(94명), 배차간격에 만족한다는 시민은 3%(55명)에 불과했다.

시민들은 시내버스 노선개편 후 가장 불만족스러운 사항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배차간격이 길어졌다(27%), 버스 내 승객이 많아져 혼잡하다(17%), 버스이용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16%)는 점을 꼽았다. 운행소요시간이 길다(14%), 환승 대기시간이 길다(13%), 난폭운전, 불친절하다(13%)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진주시는 같은 날 ‘진주참여연대 기자회견에 대한 진주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 해명했다. 보도자료에서 진주시는 1. 시내버스 개편 전에는 120번, 130번, 530번, 531번 등의 노선이 승객 수요보다 많이 빈차로 몰려다녀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이용 가능했다. 1. 개편 후 이용객 수요에 맞게 버스가 운행되다 보니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1. 시민들이 대체노선을 인지하지 못하고 기존 노선만 이용해 혼잡이 발생하고 있다. 1. 시정 홍보지 촉석루 예산의 전액 삭감으로 노선개편 홍보에 애로를 겪었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정류장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운행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대체노선을 이용하기 시작해 노선 혼잡이 해소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밑바닥 민심은 여전히 부글부글

진주시가 진주참여연대의 설문조사에 대한 반박보도자료를 배포한 지 2달이 지난 현재, 시의 주장처럼 노선 혼잡이 해소되고 있을까. ‘단디뉴스’는 지난 26일 평거동, 가좌동, 혁신도시, 금산면, 하대동, 시청 앞 정류장을 돌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진주시는 버스노선 전면 개편 이후 6월13일과 6월27일 노선을 보완개편해 민원이 감소하는 추세라고 밝혔지만 밑바닥 민심은 달랐다

평거동에서 진주MBC부근으로 출퇴근을 한다는 주부 김 씨(59)는 “노선개편 전에는 121번, 131번을 타고 한번에 왔다갔다 했는데 지금은 한 번에 가는 차가 없다”며 “아침에 250번, 280번을 타고 나와 제일병원에서 환승한 뒤 가좌동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행노선이 없어져 환승하는 것도 힘든데, 환승 시 배차간격까지 길어져 여간 힘든게 아니"라고 밝혔다.

▲ 경상대학교 정문 앞 버스 정류장

경상대학교 재학생 이 씨(22살)는 “자주 오던 버스가 배차간격이 길어져 시내에 한 번 나가려면 힘들다”며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혁신도시에 사는 친구는 버스가 많아져 좋다는데, 망경초등학교 쪽에 사는 친구는 경상대 오는 버스가 하나 뿐이라 불편을 토로하곤 한다”고 말했다.

초전동에서 혁신도시 롯데몰로 출근하는 박 씨(54)는 “전광판이 꺼져 있기도 하고 예전에는 앱으로 버스오는 시간을 보면 얼추 맞았는데 이제 잘 안 맞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울러 “150번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배차시간이 1시간은 되는 것 같다”며 “150번을 놓치면 300번 버스를 타고 퇴근해 공단로타리에서 환승하는데 예전보다 불편하다”고 밝혔다.

갤러리아 백화점 부근에서 하대동으로 출퇴근을 한다는 주부 김 씨(60)는 “이전에는 351번이 30분마다 왔는데 지금은 1시간은 걸리는 것 같다”며 “251번은 제일 병원 앞을 돌아가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370번부터 377번 사이의 버스를 타기도 하는데, 그렇게 불편하진 않지만 옛날보단 확실히 배차간격이 길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노선개편 전보다 개편 후 배차간격이 좁아졌다는 혁신도시, 금산 지역 주민들도 불만을 제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6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인턴을 하며 진주시청에서 혁신도시로 출퇴근했다는 김 씨(23)는 “진주시청에서 혁신도시로 가는 버스가 예전에는 1~2개였는데 지금은 5~6개여서 지각할 염려는 없다”면서도 “호탄동, 가좌동을 자주 가는데 거기 가는 버스는 배차간격이 길어서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아울러 “창원에서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창원은 버스노선도 많고, 좌석버스, 마을버스도 있다”며 “무엇보다 배차 간격이 진주보다 짧아 편하다. 진주도 창원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산에서 자유시장으로 출퇴근하는 주부 변 씨(63)는 “차가 자주 다녀 나는 편해졌다”면서도 “예전에는 금산 느티나무 아파트 앞을 돌던 버스가 있었는데 이것이 없어져 일부 주민들이 금산농협 앞까지 버스를 타러 나와야 한다며 불편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또 “초전이나 홈플러스 쪽도 자주가는데 거기 갈 땐 불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 후 진주시가 2차례의 보완 개편을 단행했음에도 불만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버스기사, "노선개편 후 힘들어졌다."

▲ 금산농협 앞 버스정류장

혁신도시에서 만난 한 시민은 노선개편 후 버스기사들의 친절도가 더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시내버스 운전기사 A씨를 만나 이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고, 노선개편 후 기사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봤다. 기사들의 처우도 많이 나빠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운전기사 A씨는 버스기사들의 친절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길어진 운행시간에서 찾았다. 그는 “예전에는 노선운행 시간이 길어도 1시간 반 정도였는데 지금은 2시간을 훌쩍 넘기는 노선이 많아졌다”며 “그러다 보니 운전기사들이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시민들에게도 다소 불친절할 것이다. 그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운전기사들의 처우가 나빠진 상황도 토로했다. 그는 “하루 일당이 10만원 정도 되는데 예전에는 월 28~29일을 일하면서 사는 데 별다른 지장은 없었다. 하지만 노선 개편 후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이 없어 25일 정도 일을 한다. 3일만 줄어도 한 달 봉급이 30만원이나 줄어드니 기사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진주시가 노선개편 과정에서 시내버스 감차를 시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노선개편 후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만 10여대의 감차가 있었고, 이 때문에 일거리가 줄자 회사는 10여명의 동료를 눈물을 흘리며 해고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민들도 버스가 불편해 택시를 많이 타는 것 같다”며 “모르긴 몰라도 회사에서 요금수입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진주시도 회사의 요금수입이 줄어 보조금을 더 채워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만난 택시기사 B씨는 “요즘 이전보다 손님이 많아진 게 사실”이라며 “택시기사 입장에서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편리해야 하지 않겠나. 시내버스 노선 재개편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주시는 지난 6월 1일 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 이후 2차례의 보완개편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내려 했다. 하지만 밑바닥 민심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일부 버스기사들도 노선 전면개편 후 처우가 열악해졌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진주시는 시민과 운수업체 등의 의견을 참고해 일부 노선을 다시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간의 불통행정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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