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획-1부] 시내버스가 더 불편해진 진짜 이유

노선 늘리고 버스는 줄이고, 홍보기간도 짧아 김순종 기자l승인2017.09.25l수정2017.09.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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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가 2017년 6월 1일 50여 년만에 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을 시행했지만 시민 불편이 가중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단디뉴스>는 시내버스 문제에 대한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35만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노선 개편은 특정 세력의 논리만을 좇아 추진해선 안 된다. 진주시는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이번 만큼은 시민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버스 이용객과 운전노동자, 업체와 행정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진주 시내버스 운영체계는 바뀌어야 할 운명에 처해 있었다. 진주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을 비롯한 대단위 주거지가 들어서고, 평거‧판문동에도 주거인구가 늘어났다. 정촌면 일대에는 산업단지가 들어와 출퇴근 인구가 늘었다. 하지만 기존 노선은 도시가 확장되면서 달라진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진주시는 시내버스 운영체계를 개편해 시민편의를 도모하고 노선 운용의 효율성을 찿고자 했다.

▲ 지난 20일 시민단체는 버스노선 전면개편을 주장하며 길거리 행진을 벌였다

시는 2014년 말부터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위한 용역을 실시했다. 용역을 맡은 부경종합기술 나라정책개발원(이후 부경)은 15개월간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사례를 분석했다. 설문 및 민원조사를 실시했으며 운수업체와 노선 개편을 조율하고 대중교통 수요를 분석했다. 그렇게 2015년 12월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위한 용역 최종 보고서가 나왔다. 시는 이에 근거해 지난 6월 1일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안을 시행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개편된 시내버스 노선이 기존 노선보다 더 불편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진주시가 2015년 12월 최종 발표한 용역 보고서 ‘진주시 대중교통체계개편방안 수립연구’에 따르면 시는 이번 노선 개편 목적을 ‘안전하고 편리하며 효율적인 종합대중교통체계로의 개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왜 이 같은 불만이 계속되는 것일까.

지역 따라 배차 횟수 및 간격 천차만별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1일 버스 운행 횟수와 배차 간격의 차이가 컸다. 진주 구도심의 경우 1일 운행 횟수가 줄고 평균 배차간격이 늘었지만, 혁신도시와 정촌산단 등은 운행 횟수가 늘고 배차 간격이 좁아졌다.

▲ 2015년 버스노선개편 용역보고서 내용 중 일부(시내버스 노선별 1일 운행 횟수 및 배차 간격)

버스노선 개편 전 경상대~진주교~진주여고까지 운행되던 버스는 128, 130, 131, 132, 143, 145번이었다. 개편안에서는 130, 134, 135, 140, 141, 142, 143, 144, 146, 171번 버스가 이 구간을 지나도록 했다. 문제는 본래 1일 운행횟수가 319회, 평균배차간격이 3.2분이던 이 노선의 운행 횟수가 줄고 평균배차간격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개편안에 따른 이 구간의 1일 운행횟수는 168회이며 평균배차간격은 6.1분이다. 운행횟수는 절반으로 줄고, 배차간격은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구도심을 지나는 다른 노선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농업기술원~구진주역~중앙광장까지의 노선은 1일 운행횟수 318회, 평균배차간격 3.2분에서 운행횟수 144회, 평균배차간격 7.1분으로 바뀌었다. 경상대~공단광장~터미널~진양호를 거치는 노선은 1일 운행횟수 241회, 평균배차간격 4.2분에서 1일 운행횟수 113회, 평균배차간격 9.0분으로 바뀌었다.

반면 일부 노선은 운행횟수가 늘고 배차 간격이 줄었다. 혁신도시를 경유하는 버스는 4개 노선(110, 111, 152, 296) 1일 68회 운행에서, 22개노선 1일 386회 운행으로 증가했다. 정촌산단을 경유하는 버스도 3개 노선(123, 133, 150) 1일 10회 운영에서, 9개 노선 1일 261회 운행으로 증가했다. 경상대~공단사거리~농업기술원을 지나는 노선은 1일 운행횟수가 36회에서 69회로 늘고, 평균배차간격이 28.3분에서 15분으로 줄었다.

사는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노선 개편 이후 버스 이용객들의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시도 이번 노선 개편의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 지난 14일 진주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강길선 의원이 시내버스 노선 개편 문제를 지적하자, 이창희 시장은 “시내버스 노선개편은 용역 결과만 믿다보니 잘못됐다”며 “용역사는 모든 노선을 혁신도시를 거쳐가게 만들어 버렸다. 이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노선 변경으로 발생한 모든 문제를 용역사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용역사의 입장은 달랐다. 시장 발언을 전해들은 부경쪽 관계자는 “시가 용역보고서를 그대로 따르지도 않았고, 담당 주무관과 지속적으로 협의 해왔기 때문에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 운수업계 관계자는 “용역사업 당시 시청 측은 용역업체와 긴밀히 협의하면서도 우리와는 일절 상대하지 못하게 했다. 시청 입김이 들어간 용역 보고서일 것"이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단디뉴스>는 이에 대한 시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담당 주무관과 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답변을 회피해 끝내 들을 수 없었다.

장거리 노선 증가 및 굴곡 노선 신설

이번 개편에 따라 시내버스는 환승이 줄어든 대신 기존 노선 길이는 늘어났다. 용역보고서는 시민 편의를 위해 시내 쪽 굴곡 노선은 지양하고 간선 운행 시간을 단축해 신속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개편안이 시행된 후 노선 굴곡도는 더 심해지고 장거리 배차가 많아졌다.

노선 굴곡도는 실제 노선의 기점‧종점간 운행거리를 노선의 기점‧종점간의 최단거리로 나눠 구한다. 1에 가까울수록 이상적인 경로로 운행되는 것이며 값이 증가할수록 최적노선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값이 큰 노선은 소요시간이 증가하고 노선 길이가 길어진다.

기존 150번 버스의 경우 노선 굴곡도는 개편 전 1.01에서 개편 후 1.13으로 늘었다. 280번은 1.04에서 1.29로, 532번은 1.68에서 2.14로 늘었다. 시민들은 물론 시도 장거리 노선이 많아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장거리 노선은 배차 간격을 늘릴 뿐 아니라 도로 상황에 따라 정해진 배차간격이 허물어져 시민 불편을 가중시키는 이유가 된다.

노선 길이가 늘어나면 그만큼 운전 노동자의 업무 부담도 커진다. 지난 20일 시민단체가 개최한 ‘올바른 버스노선 개편을 위한 광장 토론회’에서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장거리 노선이 많아져 버스 운전사들이 생리현상을 해결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노선 개편의 주 내용은 시내버스 감차?

지난 7월 진주참여연대는 시민 16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86%의 시민이 버스 개편에 불만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진주시는 곧바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시는 이번 개편의 주 목적은 '시내버스 감차'라고 밝혔다. 2011년 감사원 감사결과와 2015년 대중교통 개편 용역보고서를 감차의 근거로 내세웠다.

▲ 2015년 버스노선개편 용역보고서 중 일부

(도시별 시내버스 숫자가 이용객 수)

2015년 용역 보고서는 진주는 원주, 아산, 양산 등과 비교했을 때 인구 대비 버스 운행 대수가 너무 많아 감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는 잘못된 분석이라고 주장한다. 인구 대비가 아닌 버스 이용객 대비 운행 차량수를 분석해야 실제 버스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시가 운행 중인 상용차 대수로 인구수를 나누면 구미시는 상용차 1대당 2818명, 원주시는 2185명, 아산시는 1962명, 진주시는 1422명이다. 이렇게 보면 다른 시에 비해 진주의 인구 대비 버스 수가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운행 중인 상용차 대수로 일 평균 이용객을 나누면 얘기는 달라진다. 구미시는 상용차 1대당 하루에 344명을 태운다. 원주시는 475명, 아산시는 289명, 진주시는 363명이다. 다른 도시에 비해 버스 당 일일 이용객이 적지 않다. 감차를 노선 개편의 주목적으로 삼기엔 무리가 있는 셈이다.

시민 공청회 없고, 홍보도 엉망

▲ 진주 시내버스가 어둠을 뚫고 달리고 있다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서는 시행 전에 공청회를 열어 폭넓은 여론을 수렴하는 게 상식적인 절차다. 하지만 이번 노선개편 과정에선 제대로 된 공청회가 한 번도 없었다. 시는 학교나 산업단지에 설문지를 돌리고 인터넷 설문조사도 벌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객관식 문항에 답하는 수준이었다. 여론 수렴이 제대로 안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는 용역보고서가 나온 2015년 12월부터 2017년 6월 1일 노선 개편 직전까지 17개월 동안 개편내용을 비밀에 붙였다. 노선 적용을 불과 2주 앞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개편내용을 알리고, 10일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시내버스 정류장에 안내문을 붙였다. 최근 버스 노선 개편을 단행한 제주시의 경우 시행 전 3~4개월 동안 이를 공지해 시민들이 바뀐 버스정보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배려했다.

진주시의 버스 노선 개편 과정이 일방적이고 불친절한 '불통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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