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폭포를 배경으로 길동무들과 함께...
상사폭포를 배경으로 길동무들과 함께...

지리산의 초록이 절정으로 치닫는 5월, 초록걸음 길동무들은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에서 그 걸음을 시작했다. 날짜가 5월 18일인지라 44년 전 광주를 떠올리며 길동무들에게 김유철 시인의 시 ‘오월, 갚을 수 없는 빚’을 들려드리면서...

“오월에는 빚쟁이가 됩니다/ 지리산에도/ 무등산에도/ 내어줄 울음 빚이 있고...”(하략)

시작점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 정문인 회양문을 나서는 길동무들
시작점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 정문인 회양문을 나서는 길동무들

이번 초록걸음에는 아주 귀한 길동무 두 분이 동행했다. 1960년대 파독 광부와 함께 독일로 파견되었던 간호사 두 분이 고국 나들이 오셨다가 초록걸음에 동행하게 된 것이다. 포항이 고향인 이금란 선생님과 진해가 고향인 강옥순 선생님은 50여 년 전 독일로 가셨다가 지금까지 그곳에 살고 계시는데 어느새 칠순을 훌쩍 넘기셨단다.

이역만리 독일에 간호사로 파견되었던,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하신 우리들의 누님들도 함께 걸어 더 의미가 있었다. 이렇듯 지리산 초록걸음이 모든 이들에게 치유와 위로의 발걸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리산을 걷고 또 걷는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우리들의 누님들인 파독 간호사 이금란, 강옥순 선생님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우리들의 누님들인 파독 간호사 이금란, 강옥순 선생님

새로 만들어진 방곡저수지를 지나 상사폭포 가는 길은 원시림 같은 오솔길로 계곡 물소리 들으며 음이온과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기에 둘레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구간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여름철엔 시원하게 쏟아지는 상사폭포의 물벼락을 맞으며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상사폭포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임도를 따라가면 쌍재가 나온다. 쌍재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고동재로 향하는 길 또한 전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길이다. 그 중간 지점에 있는 산불감시초소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조망은 가히 일품이다. 천왕봉과 중봉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필봉과 왕산에 산청 읍내까지 전경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지리산을 그대로’ 배낭 깃발이 달려 있어 더 아름다운 초록걸음 길동무들의 뒷모습
‘지리산을 그대로’ 배낭 깃발이 달려 있어 더 아름다운 초록걸음 길동무들의 뒷모습
‘지리산을 그대로’ 배낭 깃발이 달려 있어 더 아름다운 초록걸음 길동무들의 뒷모습
‘지리산을 그대로’ 배낭 깃발이 달려 있어 더 아름다운 초록걸음 길동무들의 뒷모습
‘지리산을 그대로’ 배낭 깃발이 달려 있어 더 아름다운 초록걸음 길동무들의 뒷모습
‘지리산을 그대로’ 배낭 깃발이 달려 있어 더 아름다운 초록걸음 길동무들의 뒷모습
‘지리산을 그대로’ 배낭 깃발이 달려 있어 더 아름다운 초록걸음 길동무들의 뒷모습
‘지리산을 그대로’ 배낭 깃발이 달려 있어 더 아름다운 초록걸음 길동무들의 뒷모습

고동재는 산청 금서면 오봉마을이나 방곡마을 사람들이 산청읍으로 갈 때 넘던 고개로 지금은 임도로 연결되어 차량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고동재에 있던 간이화장실이 철거된 것을 보고는 지리산 둘레길의 불편한 진실 세 가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는 지리산 둘레길이 결코 둘레만 도는 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구간마다 깔딱고개가 있어 멋모르고 둘레길을 찾은 사람들은 빡센 등산과 뭐가 다르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둘째로는 둘레길이 오솔길만 걷는 게 아니다. 지리산 둘레길은 전체 290Km 중 절반 이상은 포장도로로 이루어져 있다. 임도에 농로 등 시멘트 포장길뿐 아니라 심지어는 아스팔트 국도도 걸어야 하는 둘레길이다. 이는 지리산 둘레길이 없던 길을 새롭게 만든 게 아니라 지리산 주민들이 예부터 장을 보거나 나무를 하러 다니고 또 농사를 짓기 위해 다니던 길을 이어만 준 것이 지리산 둘레길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리산 둘레길엔 화장실이 거의 없어 용변 해결에 불편함이 매우 크다. 특히 여성들이나 아이들에겐 더욱더 그렇다. 물론 간이화장실이라 해도 산속에 설치하고 유지 관리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번 구간처럼 반나절을 걷는 동안 화장실이 전혀 없다는 건 해당 지자체에서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둘레길을 걸으면서도 쓰레기 봉지를 매달고 환경정화 활동을 하는 길동무들
둘레길을 걸으면서도 쓰레기 봉지를 매달고 환경정화 활동을 하는 길동무들
초록으로 물든 지리산을 걷는 길동무들의 혈액형은 초록형이라는...
초록으로 물든 지리산을 걷는 길동무들의 혈액형은 초록형이라는...
초록으로 물든 지리산을 걷는 길동무들의 혈액형은 초록형이라는...
초록으로 물든 지리산을 걷는 길동무들의 혈액형은 초록형이라는...

원래 지리산 둘레길은 고동재에서 수철마을로 이어지지만 우리는 지루하고 포장도로 일색인 수철마을 쪽이 아닌 오봉마을 쪽으로 길을 잡았다. 비록 그 길이 임도이긴 하지만 사람의 손을 거의 타지 않은 길이고 또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걷기가 한결 수월한 까닭에 그렇게 방향을 택한 것이다.

쌍재와 고동재 사이에 있는 전망대에서 저 멀리 천왕봉을 배경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손팻말을 들다.
쌍재와 고동재 사이에 있는 전망대에서 저 멀리 천왕봉을 배경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손팻말을 들다.

해발 500m 정도의 임도를 걷다 보니 오봉계곡 물소리와 함께 화림사가 우릴 반겼다. 원래는 화림사 주차장에서 걸음을 마무리하고 버스로 돌아올 계획이었는데 길이 좁아 버스가 올 수가 없다고 해서 오봉계곡 따라 큰 도로까지 아스팔트 길을 30분 정도를 더 걸어 내려가야 했지만 오봉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올여름 피서지로 점 찍어두면서...

오봉계곡 그 푸른 물에 발을 담그다.
오봉계곡 그 푸른 물에 발을 담그다.

끝으로 먼 이역만리에서 고국을 찾아와 초록의 지리산에 감동하시면서 마지막까지 흐뭇한 미소로 함께 걸었던 이금란, 강옥순 두 분의 모습이 필자의 가슴에 긴 여운으로 남았던 5월의 초록걸음이었다.

 

지리산의 품에 소박하고 고즈넉하게 안겨 있는 화림사
지리산의 품에 소박하고 고즈넉하게 안겨 있는 화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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