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마을 당산목 느티나무 어르신을 배경으로 선 길동무들
창원마을 당산목 느티나무 어르신을 배경으로 선 길동무들

햇수로 만 12년, 횟수로는 120번째가 되는 2023년 마지막 지리산 초록걸음은 함양 금계마을 지리산 둘레길 함양센터에서 그 발걸음을 내디뎠다. 우중충하던 날씨는 이내 눈을 뿌리기 시작했지만, 흩날리는 눈발에 길동무들은 올해 초록걸음이 해피엔딩이라며 즐거워했다. 발걸음도 경쾌하고 발랄해 보였다.

금계마을의 옛 이름은 노디목이다. 노디는 징검다리의 옛말이다. 엄천강을 건너 칠선계곡으로 들기 위한 징검다리가 있었기 때문에 마을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금계마을에서 칠선계곡 쪽 눈 덮인 천왕봉 조망을 기대했지만, 구름 낀 하늘 탓에 천왕봉을 바라볼 수는 없었다.

 

금계마을에서 창원마을로 넘어가는 하늘길
금계마을에서 창원마을로 넘어가는 하늘길
내리는 눈에 비옷과 우산까지 더해져 더 아름다운 길동무들
내리는 눈에 비옷과 우산까지 더해져 더 아름다운 길동무들
도로반사경에 비친 길동무들의 모습도 놓치지 않는다.
도로반사경에 비친 길동무들의 모습도 놓치지 않는다.

금계마을에서 눈을 맞으며 하늘길을 지나 도착한 창원마을 산촌민박, 긴 세월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직을 맡아 환경운동에 온 힘을 쏟았고 전국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직을 끝으로 귀농한 김석봉 전 대표와 부인 정노숙 선생님이 꾸려가고 있는 소박한 민박집이다. 그곳에서 전통요리 연구가인 정노숙 선생님이 정성껏 준비해주신 정갈하고 맛난 점심을 먹고는 2023년 초록걸음 사진들을 영상으로 보며 올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리는 눈에 마을 전체가 신비롭게 보이는 창원마을
내리는 눈에 마을 전체가 신비롭게 보이는 창원마을
창원마을 산골민박 친환경 명품 요리와 함께 주인장 내외의 저 순박한 미소를 보시라.
창원마을 산골민박 친환경 명품 요리와 함께 주인장 내외의 저 순박한 미소를 보시라.
창원마을 어느 문중 재실 앞 산벚나무가 눈 속에 꽃을 피웠다.
창원마을 어느 문중 재실 앞 산벚나무가 눈 속에 꽃을 피웠다.
등구재로 향하는 길동무들의 뒷모습이 엄숙해 보이기까지 하다.
등구재로 향하는 길동무들의 뒷모습이 엄숙해 보이기까지 하다.

창원마을을 지나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가 되는 등구재를 넘어 산내면 상황마을로 접어들었다. 등구재를 넘으면서도 혹시나 천왕봉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눈 내리는 날씨 탓에 천왕봉은 끝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도 천왕봉은 언제나 그 자리 그렇게 굳건히 지키고 있을 테고 우리 삶의 나침반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리라.

상황마을로 내려가는 길, 다랑이논은 눈 쌓인 빈 들녘으로 제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처럼 묵묵히 겨울을 넘긴 다랑이논은 내년 봄 다시 무논이 되고 어린 모가 뿌리를 내릴 것이다. 그래서 더 엄숙해 보이는...

 

여전히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초록걸음이다.
여전히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초록걸음이다.
상황마을 다랑이논 논둑길을 걷는 길동무의 모습이 그대로 그림이다.
상황마을 다랑이논 논둑길을 걷는 길동무의 모습이 그대로 그림이다.
함께 걷는 발걸음이라 더 힘이 되고 즐거운 초록걸음이다.
함께 걷는 발걸음이라 더 힘이 되고 즐거운 초록걸음이다.

이번에 걸었던 둘레길 3구간은 전체 길이가 20Km 가량으로 21개 구간 중 가장 긴 구간이다.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완주하면서 2023년 초록걸음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120회에 이르는 동안 단 한 차례의 안전사고도 없이 무탈하게 초록걸음을 진행할 수 있었던 건 묵묵히 동행이 되어준 길동무들의 덕택임이 분명하다.

아무튼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또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지키는데 힘을 보태준 길동무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을을 전하면서 새해에는 더 유익한 발걸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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