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올가을 천왕봉 첫 상고대 소식을 접하면서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118번째 초록걸음을 걸었다. 람천을 따라 운봉에서 인월까지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는 지리산 둘레길 2구간 수평의 그 길은 남강의 또 다른 발원지인 세걸산에서 시작한 샘물이 람천이 되고 엄천강을 지나 경호강을 이루고 남강까지 흘러가게 되는 물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길이 시작되는 운봉은 해발 450m에 자리한 분지로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에서 언급된 천하 명당 십승지 중 한 곳으로, 전쟁과 흉년 그리고 전염병이 없는 청정한 기운의 안전지역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이번 초록걸음은 운봉초등학교 교정에서 45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 어르신부터 만나며 시작했다. 지리산 둘레길이 학교 교문 밖 도로를 따라 이어지기 때문에 이 아름다운 느티나무 어르신을 못 보고 지나치기 쉬운데 꼭 만나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운봉읍에서 람천을 따라 가왕 박흥록, 국창 박초월 생가가 있는 비전마을을 지나 운봉과 인월면의 경계가 되는 옥계저수지까지의 구간은 지리산 둘레길 21개 구간 중 가장 평탄한 길이다. 체력에 자신이 없는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옥계저수지부터 흥부골자연휴양림까지 걷는 임도 구간에 심어진 가로수들을 보면 이곳을 지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먼저 식재된 자작나무들이 거의 다 고사되고 말았다. 이 자작나무는 시베리아처럼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나무로 그 수피와 수형이 아름다워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곳의 기후에 맞지 않아 대부분 죽고 말았다. 게다가 다시 심은 은행나무들은 강전정을 해서 닭발 가지치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자연스러운 숲길에 굳이 돈을 들여가며 가로수를 왜 심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숲을 잘 가꾸기만 해도 더 아름다운 숲이 될 텐데 말이다.
안타까운 그 임도를 지나면 흥부골자연휴양림이 나오는데 이곳은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지리산’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인월마을이다. 집마다 다양하고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어 사진 촬영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월마을을 지나 둘레길 2구간의 종점이자 3구간의 시작점인 지리산 둘레길 인월센터에 도착해서 건물 벽에 그려진 생명평화 그림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으며 지리산의 가을을 만끽한 118번째 초록걸음은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