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생태탐방로가 시작되는 물소리빛광장에서 지리산케이블카 반대 펼침막 퍼포먼스를 벌인 초록걸음 길동무들
두류생태탐방로가 시작되는 물소리빛광장에서 지리산케이블카 반대 펼침막 퍼포먼스를 벌인 초록걸음 길동무들

여름의 막바지, 길동무들과 함께 걸었던 116번째 초록걸음은 중산리계곡을 따라 올해 새롭게 완성된 두류생태탐방로를 걸었다. 중산리 들머리 중산교에서 출발, 본격적 천왕봉 산행이 시작되는 두류교를 지나 생태체험장까지 다녀오는 코스이다. 왕복 4.5Km 정도로 데크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케이블카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만날 수 없는 지리산의 속살을 만날 수 있었고 옥빛 계곡물과 물소리까지 더해져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점심을 먹었던 두류쉼터 중산리 조형물에서의 단체 사진
점심을 먹었던 두류쉼터 중산리 조형물에서의 단체 사진
초록 숲을 배경으로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길동무들, ‘고마워요 지리산’ 배낭 깃발 덕택일까?
초록 숲을 배경으로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길동무들, ‘고마워요 지리산’ 배낭 깃발 덕택일까?

이번 초록걸음은 만에 하나 지리산 케이블카가 산청에 세워진다면 하부 정류장이 들어설 위치인 물소리빛광장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손팻말 퍼포먼스를 펼치고서 시작했다. 천왕봉이 올려다보이는 곳이라 더더욱 의미가 있는 길동무들의 몸짓이었음은 분명했다. 지리산이 케이블카 망령으로부터 언제쯤에나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매화꽃과 부엉이 아래에 선 독수리 5남매?
매화꽃과 부엉이 아래에 선 독수리 5남매?
중산리계곡에서 가장 넓은 크기의 너럭바위 위에 올라선 길동무들, 푸른 하늘이 배경이어서 더 아름다운...
중산리계곡에서 가장 넓은 크기의 너럭바위 위에 올라선 길동무들, 푸른 하늘이 배경이어서 더 아름다운...
중산리에서 천왕봉 등정의 출발점인 통천길 입구, 천왕봉 찍고 내려온 포즈로 단체사진
중산리에서 천왕봉 등정의 출발점인 통천길 입구, 천왕봉 찍고 내려온 포즈로 단체사진

두류생태탐방로의 시작점인 물소리빛광장을 출발, 차례대로 모래소, 너른바위, 구시소폭포, 활량소폭포, 용소, 너덜지대를 지나면 우천 허만수 선생의 추모비를 만나게 된다. 우천 선생은 진주에서 대동서점을 운영하다가 서른셋 나이에 지리산 세석고원에 들어와 초막을 짓고 생활했다. 지리산 곳곳의 안내판 설치와 샘터 개발, 수많은 조난자들을 구조하면서 지리산을 누비다가 1976년 6월 지리산 철쭉꽃과 함께 홀연히 사라져 지리산의 전설이 되신, 진정으로 지리산을 사랑한 산악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추모비 뒷면에 강희근 교수가 적어놓은 우천 선생 일대기는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새롭게 세워진 중산리 글씨 조형물을 배경으로 닭살 부부 인증샷
새롭게 세워진 중산리 글씨 조형물을 배경으로 닭살 부부 인증샷
초록걸음 길동무들의 뒷모습은 정직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초록걸음 길동무들의 뒷모습은 정직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천 허만수 선생 추모비, 추모비 뒷면에 강희근 교수가 쓰신 우천 선생 일대기는 필독하시길...
우천 허만수 선생 추모비, 추모비 뒷면에 강희근 교수가 쓰신 우천 선생 일대기는 필독하시길...

우천 선생 추모비 옆 두류쉼터에서 점심을 먹고는 초록걸음만의 또 다른 즐거움인 시와 음악에 흠뻑 빠지는 시간을 가진 후 천왕봉으로 향하는 통천길 입구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는 발걸음을 돌려 하산을 시작했다. 두류생태탐방로 곳곳에 세워진 조형물들은 SNS시대에 젊은이들의 인증사진 명소로 좋은 반응이 예상되었다.

 

두류생태탐방로 출발지인 중산1교 다리에서 올려다본 지리산 천왕봉의 위용
두류생태탐방로 출발지인 중산1교 다리에서 올려다본 지리산 천왕봉의 위용

하산하는 길엔 한시적으로 개방된 계곡 아지트에서 길동무들과 물놀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중산리계곡의 맑고 차가운 물에 풍덩 빠져 걷는 동안 흘린 땀을 말끔히 씻어 내는 호사를 만끽했다. 게다가 계곡 바로 옆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팥빙수나 차를 마시며 중산리계곡의 맑은 기운을 들이킬 수 있다는 점도 두류생태탐방로의 장점이다. 이번 8월의 초록걸음은 산청 오부의 기타 신동 공민성 군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배경음악으로 길동무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성부 시인의 시 ‘중산리’로 마무리한다.

 

중산리계곡 폭포수 아래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반대 펼침막을 펼치다.
중산리계곡 폭포수 아래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반대 펼침막을 펼치다.

중산리 / 이성부

중산리에서는 산이

바라다보이는 것이 아니라

올려다보인다 조금 멀리 조금 가까이

흰구름 뭉치 천왕봉 언저리에 걸려 있다

그리움도 손에 잡혀 가슴이 뛴다

아 비로소 여기 이르렀구나

아잇적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반 고비 고개 넘어 세상일 조금은 보일 때까지

꿈에서만 올라보던 그 봉우리

오늘은 내 두 발로 온몸으로 오르기 위해

여기 왔거니!

물소리 바람소리가

중산리에서는 옛일들 되감아 내려와서

내 앞에 펼쳐놓는다

내 앞에 놓여진 오르막길

그냥 무턱대고 가야 하는 길 아니다

짐승처럼 킁킁거리며 냄새 맡거나

누군가의 발자국 흔적이라도

그가 쫓기듯 스치고 갔을 댓이파리 하나라도

다시 매만지며 올라가야 한다

내 살아 있는 동안의 산길 있음이여

왜 이리 가슴 벅찬 풋풋함이냐

 

/단디뉴스 = 최세현 지리산초록걸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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