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리산 초록걸음은 백두대간 마루금이 지나는 곳으로, 지리산 둘레길 1구간이 지나는 남원시 주천면 노치마을에서 시작했다. 노치마을은 해발 500m의 고원지대에 있는 산간마을이다. 지리산 주능선이 노고단을 거쳐 이곳 노치마을에 닿고, 마을 뒤쪽에 있는 수정봉으로 올라 북으로 연결되는 산줄기는 덕유산권과 닿게 된다. 그리고 빗물이 서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이 되고 동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이 되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마을 가운데는 500년 된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그 옆에는 목돌이 전시되어 있다. 목돌은 일제가 백두대간의 목을 눌러 기운을 끊기 위해 파묻은 돌이다. 일제는 이 마을 앞 들녘에 큰 구덩이를 파고 목돌 6개를 설치했다고 한다. 지난 2013년 그 중 목돌 5개를 파내어 당산나무 옆에 전시해뒀다.
노치마을을 지나 회덕마을에 도착하면 옛 모습으로 복원된 초가집이 있다. 이 초가집은 볏짚이 아닌 억새로 지붕을 이어 샛집이라고도 불린다. 다른 지역보다는 지붕의 기울기가 급하다. 이는 눈이 잘 미끄러지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회덕마을에서 산길로 접어드는 곳엔 덕치리 느티나무가 자리하고 그 아래엔 지리산 둘레꾼들을 위한 쉼터가 있어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일 수도 있다.
덕치리를 지나 구룡사로 향하는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금방 구룡폭포의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남원 8경 중 제1경인 구룡폭포에서 점심을 먹고는 본격적으로 구룡계곡길을 걷기 시작했다. 구룡계곡은 주천면 덕치리에서 지리산국립공원 전북사무소가 있는 주천면 호경리까지 펼쳐지는 심산유곡으로 수려한 산세와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이 이어지는 곳이다. 길이는 약 3㎞ 정도다. 이 계곡은 용호구곡이라 불리는 9곳의 비경으로 유명하다. 구룡폭포에서 육모정까지의 계곡길은 전체적으로 내리막이라 계곡 물소리 들으며 숲의 기운을 제대로 음미하기 최적인 트래킹 코스라 할 수 있다.
구룡계곡이 끝나는 지점에 육모정이 있다. 선조 때 구룡계곡 옆 큰 바위 위에 세워졌지만 1961년 수해로 유실되었다가 1997년 현재의 위치에 복원되었다. 구룡계곡을 나와 육모정을 향하는 도로를 걸으면서 남원시가 추진하려는 지리산산악열차가 떠올라 착잡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고기삼거리에서 육모정을 지나 정령치까지의 도로를 파헤치고 산악열차를 놓겠다니, 위기의 지리산이 아닐 수 없다.
산악열차에 케이블카에 골프장까지 개발 망령에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이 지리산, 그 지리산을 지키자는 마음을 안고서 우리들은 초록걸음을 변함없이 걷고 또 걸을 것이다. 그 길에 언제나 동행이 되어주는 길동무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