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의 겨울방학을 마감하고 다시 그 걸음을 시작하는 지리산 초록걸음은 2023년 3월 강 건너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며 섬진강을 따라 백운산 둘레길을 걸었다. 진달래꽃의 개화가 하루 30Km의 속도로 북상한다지만 우린 ‘느릿느릿 걸으며 지리산을 만나다’라는 펼침막을 들고 2023년의 초록걸음을 내디뎠다.
지리산의 봄은 코로나 파동과는 무관하게 해마다 연초록 새순과 온갖 꽃들로 숲을 화려하게 장식해 왔다. 이번 봄은 2020년 이후 마스크로부터 해방된 첫봄인지라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그동안의 억눌림을 봄꽃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충분히 이해되기도 한다.
하동 십리벚꽃길이나 구례 산수유마을 그리고 홍매로 유명한 화엄사가 북새통을 이루는 이번 봄, 광양 매실마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는 차도가 막힐 것을 예상하고 하동 송림에서 걸음을 시작, 섬진대교를 건너 섬진강 둑길을 따라 광양 청매실농원으로 향했다. 꽉 막힌 도로의 차들을 보면서 까닭 모를 흐뭇함으로 발걸음이 더욱 가벼웠음을 고백한다.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하는 청매실농원 입구 매화문화관 뒷마당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은 후 홍쌍리 여사가 일군 매화 숲을 한 바퀴 돌아보고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매화가 핀다는 소학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상했던 대로 가장 먼저 피었던 소학정 매화는 꽃 한 송이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꽃 없는 인증샷만 찍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종착지 송정공원까지는 30분 남짓 걸렸다. 초등학생부터 남녀노소, 다양한 길동무들이 매화 향에 취하고 섬진강 연초록 버들잎에 물들며 걸었던 111번째 초록걸음은 무탈하게 잘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