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과 소설 사이, 가을이 그 마무리를 할 즈음에 걸었던 11월의 초록걸음은 구례 파도리에서 운조루 거쳐 쌍산재까지 이어졌다.

엄밀히 말하면 단풍은 물드는 게 아니라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많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 녹색으로 위장을 하고 있던 나무들이 월동을 위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곤 제 가진 것 죄다 땅으로 되돌려 보내고 한겨울을 꿋꿋이 견디면서 봄을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3대 명당 중의 한 곳이라는 운조루는 대대적 보수작업 중이라 어수선하기만 했고 타인능해가 적힌 짝퉁 쌀 뒤주는 운조루 대문에 놓여져 있어 아쉬움이 컸다. 게다가 모 TV 프로그램 ‘윤식당’의 무대가 되었던 쌍산재는 음료 제공이긴 했지만 입장료가 무려 1만 원이라 우리 길동무들은 문 앞에 있는 당몰샘에서 샘물만 들이키고 씁쓸한 발걸음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푸른 하늘과 붉디붉은 단풍으로 물든 둘레길의 호젓함 덕분에 떠나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며 2022년 마지막 초록걸음을 기약한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운조루 입구에서...

 

파도리에서 운조루로 향하는 길, 붉은 단풍 파도가 출렁댔다.

 

단풍잎 터널을 지나는 모녀의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얼마 전 가수 김두수의 공연이 열리기도 했던 운조루

 

구례 들판을 바라보며 오미저수지 둑길을 걷고 있는 길동무들

 

저수지 수면에 비친 길동무들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지리산의 기운을 온전히 느끼려 참나무 낙엽길을 맨발로 걷는 길동무

 

유명세로 입장료가 부담되어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린 쌍산재

 

둘레길의 시작점과 끝점을 알리는 상징물 ‘벅수’와 함께 ‘지리산을 그대로’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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