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과 8월은 계곡을 따라 걷는 게 전통이 된 지리산 초록걸음, 지난달 어천계곡을 걸은 데 이어 무더위가 절정에 달한 8월엔 남명 조식 선생이 지리산권에서 가장 아름답다며 세 번이나 유람했다는 백운동계곡을 찾았다.
둘레길 8코스의 시작점인 단성 운리마을에서 출발해서 백운동계곡을 따라 백운마을까지 계곡 물소리 들으며 쉬엄쉬엄 걸었던 이번 126차 초록걸음은 계곡에서의 시원한 물놀이가 더해져 더욱 즐거운 발걸음이 되었다.
운리마을에서 1시간가량은 임도를 따라 오르막길을 걸어야 둘레길다운 본격적 오솔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백운동계곡까지의 숲길은 참나무 숲으로 상수리나무가 빽빽하고 곧게 자란 아름다운 길인데 필자는 길동무들에게 지리산 둘레길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아름다운 구간이라고 강추하는 길이다.
이 구간은 산허리를 따라 거의 수평으로 이어진 오솔길이라 숲의 기운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말 그대로 치유와 위로의 숲길이라고 할 수 있다.
상수리나무 숲길을 지나면 물소리와 함께 백운동계곡이 나오는데, 너럭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맑은 계곡물은 더위에 지친 길동무들을 옷 입은 채로 텀벙 뛰어들게 했다.
백운동계곡은 골이 깊고 아름다운 너럭바위와 맑은 계곡물로 인해 여름철 많은 피서객이 찾는 곳으로 남명 선생뿐 아니라 조선시대 경상우도의 석학 백운동 칠현이 자주 모여 용문암 개울 열여덟 구비에 이름을 붙여 시를 짓기도 했는데 지금도 남명 선생이 신발과 지팡이를 놓아두고 쉬었다는 바위에는 ‘남명선생장구지소(南冥先生杖屨之所)’란 글자가 남아있다.
백운동계곡에서 초록걸음에 걸맞은 초록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는 마근담으로 향하는 둘레길과 백운동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우리들은 백운동계곡의 아름다움을 더 느끼고자 계곡을 따라 백운동 마을로 향했다.
중간중간 너럭바위와 작은 폭포들 감상하면서 도착한 백운폭포는 이번 초록걸음의 종점인 백운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길동무들은 마지막 물놀이를 신나게 즐기며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 낼 수가 있었다. 특히 온몸이 짜릿해지는 폭포수 물벼락은 그 어떤 안마기보다도 시원하고 개운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절박한 기후 위기를 절감하고 있는 올해 여름의 그 무더운 날씨에도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을 벗 삼아 걸었던 이번 초록걸음, 숲의 초록 기운을 흥건하게 흡수한 길동무들과 함께 처음 참가한 중2 아들과 아빠가 다정하게 걷는 모습에서 지리산 초록걸음이 치유와 위안 그리고 위로의 발걸음이었음을 다시금 절감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