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학교의 경영책임을 담당하고 계시는 교장 선생님들에게 원활한 학교 경영은 선승들이 늘 부여잡고 있는 화두에 가깝다. 하여 여러 방향의 연수를 듣고 독서를 통해, 그리고 공부 모임을 통해 부단히 노력하시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존경스럽다.

이러한 교장 선생님들의 노력과 열정에 정말 쓸데없고 아주 건방진 나의 기우가 있다. 그 쓸데없는 걱정은 다음과 같다.

학교 경영의 목적은 당연히 좋은 교육 여건의 조성과 그것을 기초로 한 다양한 교육적 행위의 실현이다. 즉, 여러 방향에서 아이들의 삶을 향상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학교 경영의 목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쏟아지고 있는 해외 경영 도서들이 교장 선생님 공부 모임에서 ‘경영’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더러 공부의 방향으로 읽히고 있다. 그 책들은 주로 미국과 유럽 등의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국가들에서 판매율이 높아 우리말로 번역된 책들로써 그 책의 저자들은 대부분 경영대학 교수이거나 아니면 실제 회사의 경영책임자들이다.

회사 경영, 회사의 조직 운영의 최고 목표는 아무리 다른 장식을 달아도 결국 ‘이윤추구’인데 그것은 ‘교육’과 절대로 어울릴 수 없는 가치다. 교육은 거시적으로 볼 때 회사의 이윤추구와는 반대로 이윤을 포기해야 하는 측면이 많다. 물론 근대 산업사회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인재양성 프레임이라면 이윤추구가 목적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교육은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 행복과 미래를 꿈꾸고 있지 않은가!

사람을 가르치는 일, 즉 교육은 거의 돈을 쓰는 일이다. 자본주의 가치관에 따라 늘 따라붙는 ‘얼마나 효과적으로’라는 말을 교육에서는 이제 더 이상 쓰지 말아야 한다. 천천히 그리고 확산적으로 생각해야 할 교육을 첨단의 자본주의식 경영방식으로 조율하고 조정한다는 것은 참 말이 말이 아니다. 혁신을 주장하고 행복을 외치는 이즈음의 학교에서 냉혹한 이윤추구의 얼굴을 감추고 화사해 보이는 인간경영, 인간관리라는 얼굴로 바꾼 경영의 방향을 배운다는 것은 난센스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쩌면 큰 틀에서 비슷한 방향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의 기우는 그냥 무지에서 비롯되었으니 다행이다.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그러나 만에 하나 나의 기우가 맞는다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서구의 자본주의는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제법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듯 보이지만 결국 ‘자본의 축적’이 최고의 목표일 수밖에 없다. 제법 인간적인 면모를 갖췄다고 해서, 그리고 조직을 잘 운영한다고 해서 그것을 우리의 교육 현장에 적용해야 할 그 어떤 이유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의 최종 목적이 이윤추구가 아님은 너무나 당연하고 매우 철학적인 인간 삶의 근본적인 향상에 있다면 지금의 독서와 공부 모임의 방향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좀 더 노력하면 거기서도 뭔가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근본적으로 반대 방향이다. 아! 나의 기우가 정말 기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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