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일반직 공무원과는 달리 교사들은 2월 28일, 8월 31일에 퇴직을 한다. 어제 낮에는 명예퇴직을 하시는 우리 학교 선생님 두 분의 조촐한 퇴임식과 점심 식사가 있었다. 밤에는 진주시 중학교 교장 선생님들의 정년 및 명예 퇴임식이 있었다.

퇴직이란 말 그대로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퇴임은 임무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영어 retirement 역시 어원을 살펴보면 뒤로 물러선다(act of retreating, act of falling back, 후퇴하는 행위, 뒤로 물러서는 행위)는 의미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면 과연 물러섬이란 무엇인가? 물리적으로 자기 위치를 내려놓는다는 의미와 함께 더 이상 그 일이나 직책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 절대적 기준은 역시 나이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흐려지고 느려지며 불안정해진다. 그래서 그 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거시적으로는 선순환의 의미도 있다. 즉 젊은 세대를 위한 물러섬의 의미도 있다.

하지만 퇴임의 기준이 되는 나이가 문제이기는 하다. 내가 태어난 1960년대에는 동네 어르신 중 60대가 귀했다. 그래서 환갑잔치(만 60세)를 하고 동네에 자신의 장수를 알리며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하지만 2023년 현재 아무도, 누구도 환갑잔치를 하지 않는다. 당장 나도 환갑이 지났지만 잔치는 고사하고 그 어떤 기념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 그 나이를 넘어서 생존하고, 동시에 평균 수명도 이미 오래 전에 60을 넘겼다.

그런데 정년으로 정한 나이는 여전히 1960년대와 비슷하다. 획기적인 의학의 발전과 건강에 대한 엄청난 관심, 그리고 경제적 발전이 이루어진 2023년에도 정년은 60년대와 비슷하다는 것은 조금 모순이다.

이런 모순적 상황은 다가올 미래와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아침 뉴스를 들으며 다가올 우울한 미래를 생각해 본다. 공직에 계시다가 나이가 들어 퇴직(임)하시는 분들이 생활할 수 있는 자금은 대부분 국가에서 보장하는 연금이다. 그런데 그 연금은, 지급받는 세대의 아래 세대가 자신의 소득에서 지불하는 돈으로 유지된다. 인구가 줄면 그 돈을 지불할 사람이 줄고 받을 사람만 늘어나는 구조가 되고 만다. 논리적으로 파산이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그래서 덜 받고 오래 일하는 방식을 이야기하지만 그 자체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또 쉽사리 받아들여질 문제도 아니다.

분명한 것은 어제 퇴직한 분들은 분명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고 또 충분히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데 그 일(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법령상 정해진 나이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물론 더 이상 일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물러나시는 분들도 많지만 아직 60대 초반은 너무나 활력이 넘치는데 이제 멈춰야 하고 마침내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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