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나라 재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재정적자가 커지고 국가채무도 증가했다. 감세와 경기후퇴 영향으로 올해 들어 세수가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준칙 제정으로 지출을 조정(축소)해 재정위기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재정지출 축소는 이미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기후위기 대응도 어렵게 할 뿐이다.

지난달 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2022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제외한 통합재정수지는 64조6000억원 적자를 냈다. 적자폭은 1년 전보다 34조 1천억원 확대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17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26조4000억원 확대되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나랏빚도 빠른 속도로 쌓였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7조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9.6%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2017년 국가채무는 660조2000억원이었으나 코로나19 위기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으로 5년간 400조원 넘게 불었다.

여기에 세금 수입은 감소하고 있다. 3월 31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월 국세수입 현황’에 의하면, 1∼2월 국세수입은 54조2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국세수입(70조원)에 견줘 15조7천억원 줄어들었다. 세목별로 보면, 소득세에서 6조원, 부가가치세 5조9천억원, 증권거래세 8천억원, 법인세 7천억원, 교통·에너지·환경세 5천억원 등이 감소했다. 소득세 감소폭 6조원 가운데 4조1천억원은 부동산 거래량 감소로 인한 양도소득세 감소분이다. 지금 추세대로면 올해 세수가 세입예산보다 부족해지는 세수 결손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세계 반도체 업황 등에 달린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고, 지난해 주요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아 법인세 세입 전망도 어둡다. 공시가격 하락과 세부담 완화 정책이 더해져 부동산 세수도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에 대응하여 윤석열 정부는 '확장 재정' 기조를 폐기하고 '건전 재정' 기조로 전환했다. 올해 본예산 편성 때는 재량지출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26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내년 예산 편성에서도 재량 지출을 10% 이상 감축하고 불합리한 현금성 복지와 현금성 지원 요구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여야당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준 완화 등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추진하다가 총선 앞둔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을 받아 미룬 것은 다행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방에서 인구증가 목표 도시계획에 근거해 길 닦고 시설을 짓는 것은 재정 낭비일 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준칙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가 적자 3%를 넘지 않도록 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서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2%까지만 허용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고정된 숫자를 못 박는 방식의 재정준칙은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렵다. 고집할 경우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어렵고 필수적 복지지출을 무리하게 축소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재정(조세와 재정지출)에 의한 소득재분배 효과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작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브리핑, “OECD 국가중 우리나라 재정의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 최저”(2023.4)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40,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4로 그 차이는 0.065였다. 이는 프랑스 0.227, 독일 0.201, 일본 0.167, 미국 0.11보다 작은 값이다. 빈곤율 완화에 대한 정부의 정책 효과도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우리나라의 시장소득 빈곤율은 20.8%이며 가처분소득 빈곤율은 16.3%로 그 차이가 4.5%포인트(p)에 그친다.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의 빈곤율 개선 효과는 29%p, 21%p, 18%p, 9.3%p에 달한다.

재정의 소득재분배효과가 낮은 이유 중의 하나는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은 12.3%로 OECD 38개국 평균 20.1%의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 유럽 선진국인 프랑스(30.7%), 핀란드(29.4%), 덴마크(28.4%), 벨기에(28.2%), 이탈리아·오스트리아(27.7%), 독일(25.6%) 등이 높았고, 이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칠레(11.7%), 멕시코(7.4%)뿐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효과도 없는 낙수효과를 고집하며 감세를 밀어붙였고 결국 재정위기를 불러왔다. 세수 기반을 허물면서 건전재정을 외치는 건 모순이다. 저출생 위기, 기후위기, 경기 둔화에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든든한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감세 정책을 철회하고 재정준칙 제정도 중단해야 할 것이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것을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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