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병훈 진주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추진위원장

유네스코가 30일(현지시간) 진주시를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했다. 2016년 11월 창의도시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이래 약 3년만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추진위는 2016년 5월 ‘진주탈춤한마당’에서 ‘진주, 창의도시가 될 만한가’를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개최하며 본격화됐다. 당시 고 김수업 교수의 권유로 경상대 정병훈 교수가 추진위원장을 맡아 지금껏 창의도시 지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단디뉴스>는 31일 정병훈 진주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추진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의 의미에 대해 ▲진주의 문화자산, 문화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 ▲공예 민속예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산업 발전의 토대가 마련된 것 ▲국제적인 네트워크 확충으로 진주를 국제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 등을 들었다.

또한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만큼, 유네스코 창의도시의 지향점인 지속가능발전, 문화의 다양성, 사회적 포용성을 갖는 도시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문화자산으로부터 지혜를 발굴,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으로 진주시는 내년부터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 등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될 예정이다. ‘민속예술 공예 국제 매거진(일종의 학술저널)’을 1년에 한 번 정도 발행하게 되며, 진주의 민속예술과 미디어아트를 결합해 새로운 예술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등 진주 공예 민속예술 발전을 위한 여러 사업이 시작된다.

특히 세계 유네스코 창의도시 246곳과 공예·민속예술분야 도시 40여개와의 교류로 국제적인 파트너십도 다져갈 수 있다. 정병훈 위원장은 “우리보다 앞서 공예·민속예술 분야 창의도시로 지정된 이천은 이 분야 창의도시의 회장을 맡아 국제적 인지도를 쌓는 등 다양한 효과를 봤다”며 진주 창의도시 지정이 향후 진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병훈 진주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추진위원장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교수님께서 유네스코 창의도시 추진을 처음 제안했다고 들었다.

“2016년 5월에 '진주탈춤한마당' 행사에서 ‘진주, 창의도시가 될 만한가’를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했다. 당시 탈춤한마당 제전위원장이었는데, 이 토론회를 통해 진주가 창의도시가 될 만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화자산이 풍부하고 자연경관도 좋고, 진주성을 비롯한 도시경관이 수려할 뿐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역량도 확보돼 있다는 평가였다. 당시 토론회에 주목한 분이 고 김수업 선생님이셨다. 토론회를 끝까지 지켜보신 뒤, 나중에 만나 (창의도시 지정) 추진을 맡으라고 강권하셨다. 제가 행정경험도 있고 국제교류도 해봤으니 그러신 것 같다. 당시 이창희 시장과도 이야기해 2016년 11월 창의도시 추진위원회가 구성이 됐고, 지금까지 일을 해온 거다.”

- 창의도시 추진위가 구성되고,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되는데 3년이 걸렸다. 어떠한 노력을 해왔나.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뒤 창의도시 추진을 위한 진주시 조례를 만들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는 5차례에 걸쳐 창의도시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국내외 석학들이 함께 했다. 진주가 창의도시로 가기 위한 로드맵을 여기서 작성했다. 2018년에는 ‘창의도시 진주, 추진계획’이라는 로드맵을 만들었다. 창의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창의인재는 어떻게 양성할 것이며, 창의적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할지 계획을 세운 거다. 그간 이를 실천해왔다. 특히 진주의 전통자산인 공예와 민속예술, 덧배기춤, 진주검무, 진주금속공예, 목공예 등을 시민들에게 강습해 시민들이 진주의 문화자산을 향유토록 했다. 이게 좋은 평가를 받은 듯하다.”

- 유네스코가 진주의 어떤 역량을 높이 사 창의도시로 지정한 것 같나?

“가장 중요한 건 다른 도시와 달리 진주는 관이 아닌 민간에서 창의도시 추진을 먼저 했다는 점이었다. 민관이 협력하며 지금까지 추진해왔고. 창의도시라는 게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해 머리를 맞대고 도시를 아름답게 가꿔 나가려는 도시라는 거니 이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창의도시 지정평가 기준 가운데 하나가 시민들이 문화자산을 얼마나 잘 향유하고 있는가다. 우리는 시작부터 공예, 민속예술을 시민들에게 보급해 발표하고 경연도 하게 했다. 이것이 창의도시 지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거다.”

- 창의도시 지정은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세 가지 의미가 있을 거다. 우선, 진주의 문화자산, 문화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거다. 국내에서는 우리가 꽤 알려진 문화예술의 도시이나 국제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이제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은 셈이다. 두 번째로 창의도시에서는 문화산업 발전이 중요하다. (창의도시 지정으로) 공예와 민속예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산업 발전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진주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는 거다. 이제 진주를 국제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할 수 있다.”

 

▲ 유네스코가 30일(현지시간) 진주시를 창의도시(공예 민속예술 분야)로 지정했다.

- 창의도시로 지정된 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유네스코는 창의도시의 지향점을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실행하는 데 두고 있다. 향후 유네스코가 이야기하는 지속가능발전, 문화의 다양성, 사회적 포용성을 갖는 도시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문화자산으로부터 지혜를 발굴,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신청서에서 제시한 것들을 잘 이루어 나가야 한다. 창의산업을 발전시키겠다. 창의인재를 육성하겠다. 창의적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했는데 이러한 일들을 차질 없이 실행해 문화의 다양성을 실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시민들의 문화적 삶을 증진시키고, 장애, 차별, 격차 없이 문화적 자산에 모든 시민이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2년마다 재평가를 한다고 하는데?

“창의도시 지정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진주의 국제적 인지도가 너무 낮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성공적인 창의도시가 되고, 재지정도 받으려면 국제교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진주에는 좋은 축제가 있다. 유등축제, 개천예술제, 진주탈춤한마당, 드라마페스티벌 등. 이런 축제산업을 진주사람, 내국인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도 즐길 수 있도록 국제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국제 학술대회도 계속 열어 외국학자들이 오게 해야 한다. 진주를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지도를 올려야 한다. 창의도시로 지정되면 유네스코가 엠블럼(상징, 상징표)을 주기도 한다. 앞으로 진주의 모든 행사와 서류에 진주문양과 함께 유네스코 문양이 찍히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진주의 국제적 신임도가 올라갈 것이다. 국제교류 활성화, 교육 발전에도 상당히 기여하게 될 거다.”

- 창의도시 지정의 효과는 뭔가?

“내년 봄에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창의도시들은 각 분야별로 국제교류를 위한 행사를 한다. 다른 분야의 창의도시들과도 협업해 행사를 개최한다. 진주에 외국사람들을 부르게 되고, 우리도 외국도시에 참석한다. 진주가 지정된 공예 민속예술분야에서는 이번에 (세계) 11개 도시가 추가 지정됐다. 전세계적으로는 이 분야 창의도시가 48개 정도 된다. 이들 도시가 매년 연차회의를 하는데, 여기서 창의도시 관련 경험과 실천을 공유하며 교류한다. 창의도시 전체 도시(246개)간 1년에 한 번씩 전체 창의도시 연례 미팅도 갖는다. 이런 행사도 진주가 앞으로 유치할 수 있는데, 굉장히 큰 행사가 될 거다.

-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는 내년 봄, 좀 더 구체적으로 언제 개최되나?

“내년 6월1일부터 한 달간 개최될 거다. 그에 앞서 진주아티스트인레지던스라는 행사를 하게 된다. 외국 공예가 3~4명을 초청해 진주 공예가들과 한 달간 숙식을 같이하며 공동 작업, 워크샵도 하는 그런 내용이다.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 때 공동작품을 제출하기도 할 거다. 진주아티스트인레지던스,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는 모두 창의도시 신청을 하며 써냈던 계획들이다. 이외에도 진주시민 1인 1예능 갖기 사업을 벌일 거다. 시민들이 공예나 민속예술 중 어느 하나라도 할 수 있게 하자는 거다. 진주가 국제교류의 플랫폼이 되기 위해 ‘민속예술 공예 국제 매거진(일종의 학술저널)’을 1년에 한 번 정도 발행하기도 할 거다. 또 융합예술미디어랩이라는 것을 만들어 진주의 민속예술과 미디어아트를 결합해 새로운 예술 콘텐츠를 만들 것이다. 이건 11월초부터 당장 준비한다. ”

- 국내에서는 경기도 이천이 2010년 공예 민속예술분야 창의도시로 지정된 바 있다. 이천은 창의도시 지정으로 어떤 효과를 봤나?

“이천이 굉장히 효과를 봤다고 본다. 이천은 공예 민속예술분야 창의도시의 회장 역할을 맡고 있다. 40여 도시의 대표 역할이다. 이천은 10만평 이상의 부지에 도예 파크(공원)을 만들어 국제공예 행사를 진행하는 등 국제적 인지도를 쌓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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