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록단 인터뷰] 동아수산 김영주 아재, 성덕수산 김형빈 씨

[편집자 주] 진주지역 청년들(진주중앙유등시장 청년기록단)이 지난해 12월부터 1월말까지 진주중앙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 작은 책자를 펴냈다. 책자 이름은 ‘시장, 추억을 쌓다’이다. 총 8편의 기록을 단디뉴스가 기사화한다. 젊은 청년들의 눈에 중앙시장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중앙시장의 큰길을 따라 걷다 꿀빵 가게 앞에서 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어둑한 공간을 하나 마주하게 된다.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이곳은 새벽에 수산시장이 열리는 장소이다. 낮에는 마치 잠자듯 조용하지만, 오전 1시쯤 되면 활기를 띤다. 야트막한 시장 천장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알전구에 불이 켜지고, 물건 값을 부르는 상인들의 말소리와 오가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곳을 가득 채운다. 어느 평일의 이른 오전, 진주 중앙시장의 새벽을 여는 수산시장을 찾아 상인 두 분을 만났다.

 

▲ 중앙시장 수산시장 풍경(사진 = 양청)

그냥 사는 기지 목표가 따로 있나

이른 오전 찾은 중앙시장은 한낮이나 늦은 오후와는 다른 활기를 띠고 있었다. 수산시장은 사람들이 오갈 수 있도록 가운데 통로를 비워두고 양옆으로 점포가 있는 구조다. 생선 도매 장사를 하는 동아수산 김영주 아재(57)의 점포는 수산시장의 거의 끝자락에 있다. 소매상인이나 난전에서 장사하는 할머니들이 그의 주된 고객이다. 외상을 하고 뒷날 돈을 받는 식으로 거래하고 있다.

장사를 시작한 지 약 20년이 된 김영주 아재는 주로 부산과 제주도에서 물건을 가져온다. 지금은 문어와 고등어가 많이 나는 철이란다. “부산에 우리보다 더 큰 도매상이 있거든. 거기서 싣고 오기도 하고, 제주도에서 경매 올라오는 물건을 중개무역 통해 시세대로 거래하기도 하지. 요새는 직접 가진 않아. 오래 거래하다 보믄 일일이 이야기 안 해도 척척 다 알아듣는 거야. 그렇게 올라오는 물건을 파는 기고.”

김영주 아재는 오전에 장사를 마치고 나면 부산과 제주도에 물건을 주문하며 내일 팔 생선을 준비한다. 그는 수산시장이 옛날과 비교했을 때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고 말했다. 먼저 수산시장에서 더 이상 경매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옛날에는 여기서 경매를 했었지. 근데 경매 안 한지 한 20년도 넘었어. 요새는 경매는 안 하고 판매만 하지.”

▲ 동아수산 김영주 아재(사진 = 양청)

또한 전에 잡히던 생선이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예전에는 명태가 많이 잡혔는데 요즘엔 거의 없다고. 오징어도 마찬가지란다. “명태는 거의 다 러시아산이야. 예전에는 우리나라 원양어선이 러시아 근해에 가서 명태를 잡아왔는데, 요새는 그리도 못하고 러시아에서 수출해가 온다 보면 돼.” 전성기가 언제였노라고 묻자 그는 “고기 많이 나던 20년 전만 해도 괜찮았다”고 답한다.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김영주 아재는 ‘허허’하며 웃었다. “요즘 애들 자기가 알아서 잘하고 자기가 갈 길도 잘 찾던데 뭔 말을 하겠노. 근데 요새는 직장을 다니다가도 중간에 그만두고 나오기도 하고, 힘든 건 안 할라 카는 거 같애. 힘든 일은 외국인한테 다 줘버리고. 옛날엔 외국인을 1년에 한 번 볼까말까 했는데, 요즘엔 외국인들이 장보러 시장엘 많이 오니까. 그만큼 힘든 일은 안 할라 카는 거 아니겠나.”

김영주 아재의 새해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그저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아, 그냥 사는 기지 뭐, 목표가 따로 있나. 고마 이대로 건강하고 지금 장사하고 있는 거 현상 유지하는 기지. 잘 아는 것에 도전해도 돈 깨묵는 판인데, 모르는 데 뛰어들었다가는 돈 다 깨묵게 된다.”

장사꾼이 바라는 게 뭐겠습니까?

성덕수산 김형빈 씨(38)는 군대를 막 제대한 뒤 23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40년 가까이 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해왔으며, 그가 여기 온 지도 벌써 햇수로 딱 15년이 되었다. 김형빈 씨 역시 오전에 장사를 마친 뒤 바로 다음날 판매할 물건을 준비 한다.

그의 점포는 제철생선 위주로 국내산 선어(鮮魚)를 취급한다. 그는 주로 삼천포를 비롯한 전국 포구에서 물건을 가져온다고 한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대구와 물메기, 아귀가 제철이라고 한다. 겨울철에는 생선들이 지방을 축적해 대부분 여름에 비해 맛있다고.

김형빈 씨는 상인들에게 상자 째로 생선을 판매하기도 하고, 도매 거래를 하기도 한다. 그의 주된 고객 할머니들이다. “연세 드신 할머니들이 많이 오시죠. 식당 손님이나 젊은 손님들이 생선을 상자로 사기엔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요즘엔 마트도 잘 되어있는데.”

그는 수산시장이 옛날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고 했다. “과거에 비하면 손님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그게 많이 달라진 점이죠. 제가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땐 손님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았거든요. 아무래도 재래시장이 점점 노후화되고, 수산시장의 주 고객층인 할머니들, 다른 상인들이 은퇴하시면서 시장의 규모가 점점 작아진 것 같아요.”

▲ 성덕수산 김형빈 씨(사진 = 양청)

또한 그는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유로 대형마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손님이 자꾸 줄어드는 건 저희 업종뿐만 아니라 시장의 모든 업종이 그렇죠. 재래시장 자체가 예전에 비해 규모가 작아졌어요. 지금은 ‘이마트’나 ‘탑마트’처럼 대형마트가 많잖아요. 솔직히 저도 물건을 조금 살 때는 마트에 가서 사고 그러는데, 젊은 친구들이 시장에 오기에는 힘든 면이 있죠.”

전성기가 언제였냐는 물음에 김형빈 씨는 ”수산시장에 처음 일을 하러 나왔을 때가 제일 바빴어요. 제가 나오기 전엔 이곳이 더 잘됐었고.“라고 했다.

새해 목표가 무엇이냐 묻자 ‘장사꾼은 장사 잘되는 게 목표’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건 힘든 일이긴 해요. 자기가 노력하는 만큼 벌어갈 수는 있지만, 시장에 손님이 많던 이전 시대에 비하면 힘들죠. 이쪽에서 일하려면 본인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해요. 부지런해야지 돈을 많이 벌게 되니까 저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노력하죠. 그런데 장사가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에요. 매일 힘들어요(웃음). 그래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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