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록단 인터뷰] 진주 중앙지업사 조현숙 아지매

[편집자 주] 진주지역 청년들(진주중앙유등시장 청년기록단)이 지난해 12월부터 1월말까지 진주중앙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 작은 책자를 펴냈다. 책자 이름은 ‘시장, 추억을 쌓다’이다. 총 8편의 기록을 단디뉴스가 기사화한다. 젊은 청년들의 눈에 중앙시장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 진주 중앙지업사 조현숙 아지매(사진 = 황지예)

옛날부터 진주 장시는 면포, 종이 등 수공업품 생산지로서 지위가 높았다. 그 가운데 종이를 활발히 유통했던 ‘진주 중앙지업사’는 1950년대부터 68년 정도 운영되고 있다. 할아버지에서 친정어머니를 거쳐 조현숙 아지매까지.

진주중앙유등시장 청년기록단은 경남에서 종이를 유통하던 진주 지업사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진주 중앙지업사’의 조현숙 아지매를 만났다.

“할아버지 때는 한지를 위주로 경남 일대에 전부 대주는 도매상을 했었거든. 한지는 옛날만큼 사용을 안 하기 때문에 요즘 많이 안 나가는데, 가게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 중앙지업사라는 이름 그대로. ”

“어머니가 하면서는 한지, 바구니. 결혼할 때 음식 담아가는 예단바구니. 그리고 내가 운영하면서는 한지 바구니, 각종 담양 대나무 대자리, 나무 소재 생활용품들을 구비하게 됐지. 이거는 왕골돗자리. 이런 거는 여름에 거실에 깔면 땀이 안 차. 대나무 이런 거는 황토 방 같은데 깔아두면 빨리 식지를 안 해. 따뜻하고, 대나무에서 피톤치드가 나와서 집먼지진드기가 없다고 하거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간장독 속에 대나무를 넣는 이유가 대나무가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거든. 그래서 숯도 대나무 숯이 좋다고들 하는 거지”

- 할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옛날과 지금 어떻게 다르나요?

“지금은 경기가 안 좋아서 손님들이 많이 안 와. 제품을 저렴하면서 고급지게 팔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어. 그리고 우리나라 제품을 만들어 주시던 분들이 너무 힘이 드니깐 이제 안 만들려고 해.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옛날에는 시골 분들이 많이 만드셨는데 그 좋은 기술을 지금은 활용을 안 하려고 하지. 경남 인근에 한지 만드는 곳도 있고 바구니, 복조래 만드는 곳도 있고. 근데 지금 그분들이 살아계셔도 안 만들어. 많이 만들어줬으면 요즘 사람들도 이런 걸 이렇게 만들고 저렇게 사용한다는 걸 알건데. 계속해서 그런 제품들을 많이 생산할 수 있으면 좋겠어”

- 이모님만의 운영비법이 있다면요?

“특별한 비법은 없고. 그냥 정직하게. 우리나라에서 만든 물건도 가져오고 수입 물건도 가져오고. 손님들 오시면 친절하게 해드리고 국산은 국산이라고 설명 드리고 수입품은 수입제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있지”

 

[사람들에게 옛 풍습과 추억를 되새겨]

▲ 박 바가지를 들고 있는 조현숙 아지매(사진 = 황지예)

- 우리 가게에만 있는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박 바가지 저런 거. 보통 옛날 미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단 들어올 때 잡귀가 따라오지 말라고 박 바가지를 ‘팍’ 깨는 풍습이 있었거든. 요즘은 사람들은 이 박 바가지를 어디서 파는지 몰라. 몰라서 많이 헤맨다고 하더라고”

“이 대바구니는 산청에 계신 분께서 1년에 몇 개씩만 만든 바구니. 만드시는 데로 받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안 만든다고 해. 대나무를 길게 쪼개서 엮고 오죽(烏竹)으로 테두리를 만들고, 소나무 뿌리로 엮는데 이 뿌리 구하는 게 힘들어.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려고 하다 보니.. 큰 마트 같은 데서 파는 제품하고는 다른 전통수공예제품이야”

- 손님들이 물건들을 보고 추억을 이야기 하기도 하나요?

“하지. 옛날 외할머니 집에 가면 바구니에 유과나 강밥 같은 거 넣어서 선반에 얹어놨거든. 얹어놓으면 키가 안 데이잖아. 어떨 때는 꺼내려다 바구니를 엎어 버리기도 하고. (웃음) 옛날 그런 추억들이 있지. 손님들도 이런 물건들 보면서 추억을 되새기지”

-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을까요?

“한 번은 초등학생들이 중앙시장에 숙제로 조사하러 와서 설명을 이것저것 자세히 해주었는데, 그러니 아주 기뻐하면서 “와 이번 숙제는 우리가 1등이다~” 하고 가더라고. 아이들이 우리 전통을 알아갈 수 있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남네”

 

[우리 전통의 소중한 맥을 잊는다는 마음으로]

- 중앙시장의 자부심, 중앙지업사의 자부심을 말씀해주세요.

“중앙시장은 옛날 전통을 알릴 수 있는 제품들을 팔지 그중에서도 지업사는 전통 한지를 취급하는 곳으로 중앙시장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다는 거. 손님들이 와서 옛날 추억을 되새기는 곳이라는 게 자부심이야. ‘아! 이거 옛날에 우리 부모님들이 만드시던 건데’ 이렇게 손님들이 말할 때, ‘우리나라 전통을 여기서나마 맥을 잊자’ 그런 마음이 드는 거 같아. 사실 이런 물건은 다른 물건처럼 많이 나가는 물건은 아니라서 고민도 되긴 하는데 만약 이 가게가 없어지면 이런 물건을 파는 곳이 진주에서 없어지게 되니까“

- 주변 이웃 상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우리 가게는 도로가에 있는 게 아니고 안쪽에 있어서 주변 상점이 가게로 손님들을 모시고 오는데, 주변에 계신 상인들에게 참 고맙지”

이야기가 물레 굴러가듯 술술 이어져 나가는 가운데 아지매는 직접 만든 곶감과 따뜻한 차를 내어주셨다.

 

▲ 진주 중앙지업사에 나열된 상품들(사진 = 황지예)

- 지금까지 나의 전성기 시절이었던 거 같다 하는 때가 있을까요?

“글쎄. 나는 내가 장사를 할 거라고 생각을 안 했었거든. 우리 애가 7살일 때부터 봉사만 다녔었어. 동에 가서 부녀회라던가 노인복지관에서 밥해주는 봉사, 또 형편이 어려운 집에, 편부모 가정집에 가서 청소해주고 반찬 해주고. 그런 거만 하고 다니다가 애들이 고등학교 가고 대학가고 하니 형편이 어렵더라고. (그래서 장사를 시작했지) 봉사를 한 달에 열군데 정도 할 때, 그 때가 제일 전성기였던 거 같아. 금전적으로는 풍족하지 못했는데, 내 몸이 건강하니까 내 몸으로 봉사 할 수 있으니까, 마음으로 얻어오는 게 많더라고”

- 가족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한마디 해주세요.

“좀 미안한 건 우리 애들 따뜻하게 못 챙기고 애들이 그냥 저그 알아서 챙겨 먹고 그런 거, 미안하면서도 고맙지. 우리 애들이 엄마 아빠가 잘 살아주셔서 우리가 어긋나지 않고 잘 자랐다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더라고. 그 말이 너무 고맙고 그래서 더 베풀면서 봉사하고 살아야겠다. 그런 마음을 가졌지”

- 든든한 두 분 아드님이 계시네요. 마지막으로 나에게 중앙시장이란?

“나에게 중앙시장이란 ‘멋진 곳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곳’, 관광객이든 누구든 오면 찾고 싶은 그런 곳으로 만들고 싶어”

-‘진주 중앙시업사’, 운영은 계속 이어 나가실 생각이시죠?

“물론이지. 내가 할 수 있고, 건강이 유지되는 때까지는 계속 운영할 생각이지(웃음)“

오후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귀가가 늦어졌음에도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눠주신 조현숙 아지매,

이것저것 구경하고 묻고 보니 견물생심. 대나무로 만든 만두 찌는 찜 바구니를 보고 하나 사려고 하니 과일바구니, 효자손, 주걱까지 담아주셔 양손 가득 가지고 오게 됐다.

다른 어느 곳에서 쉽게 찾지 못하는 예스러움과 정이 느껴지는 보물이 가득한 중앙지업사, 꼭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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