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고 (1)]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왜 절실한가

동네 맥주집에서 부부간에 말다툼이 났습니다.

“진주의료원 강성노조 때문에 폐업한 거라던데… 홍지사가 잘 한거 아이가.” 

남편 말이 끝나자마자 아내가 면박을 줍니다.

“남자들이 머 안다꼬 그래쌌노. 아픈 사람 데꼬 병원을 가보기를 했나, 병원비를 직접 내봤나. 내 아는 사람들은 진주의료원 없앤 거 진짜 잘못한 거라고 다 그라드만!”

그렇습니다. 아파봐야 알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진주의료원이 왜 꼭 있어야 하는지.

▲ 강민아(무소속) 진주시의원/진주시의회 복지산업위원장.

무상급식이 분노라면 진주의료원은 설움입니다. 당장 피해를 보는 분들이 도민의 절대다수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수이고 어떻게 보면 그분들은 의료약자임과 동시에 정치적 약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홍지사는 그렇게 단칼에 의료원을 없애버릴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주의료원… 아무데도 받아주는 곳 없었던 우리 아버지를 받아주신 따뜻한 곳이에요. 꼭 지켜주세요.”

17세 소녀의 페이스북 댓글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분들 가슴속에는 무상급식을 중단한 홍준표 지사보다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홍준표 지사가 훨씬 더 나쁜 도지사로 기억될 것입니다.

진주의료원은 우선 사각지대에 있는 의료약자에게 꼭 필요한 병원이었습니다. 그리고 40년 단골이 있을 만큼 만성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에게도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유일한 병원이었습니다.

어르신들에게는 병실 밖을 나서면 차가 쌩쌩 다니는 도로가 아닌 나무가 있고 꽃이 있는 정원 같은 요양병원이었습니다. 그 분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생각하면 너무 분한 마음이 듭니다.

경상남도에서는 진주의료원 청산 후에도 서부경남 공공의료 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간병인을 지원하는 ‘보호자 없는 병원’은 2014년까지 도비 100% 부담이었던 것이 2015년 70%, 2016년에는 60%로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진주의료원의 자랑이었던 장애인 치과는 진주고려병원으로 사업이 이관되었지만 그렇게 된 사실조차 모르는 장애인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안다 하더라도 가지 않는답니다.

애초 진주고려병원 치과의 경우 다른 진료과들과 함께 좁은 복도를 함께 사용하며 환자 대기 좌석이 놓여 있어 휠체어 또는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접근하기에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을 했었고 시설개선을 했다지만 여전히 불편하니 안 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 지난해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요구하는 시민집회(아래)와 경남도청 서부청사 기공식(아래). /단디뉴스DB

지난 2011년 7월 개원한 진주의료원 장애인전문치과는 2012년 말까지 1180명의 장애인을 진료한데 비해 진주의료원 폐업 3달 뒤인 2013년 8월 중순까지 29명만이 이용을 했다고 합니다.

장애인산부인과는 더욱 심각해서 같은 시기 이용환자 숫자가 ‘0’명이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병원 문턱이 더 높아진 셈입니다.

경상남도는 각종 홍보자료에서 서부경남지역 의료취약지역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서부경남은 동부경남에 비해 면적은 비슷하면서도 종합병원은 전체 24개 중에 3곳, 병원급 이상 108개소 중에 22곳에 불과한 의료취약지역입니다. 게다가 진주와 사천을 제외하면 분만, 응급의료에 있어서도 취약지역으로 분류되며, 서부경남 전체가 고령을 넘어선 초고령지역, 농업노동으로 관절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비율이 높은 지역입니다.

경상남도는 서부경남이 의료취약지역이라고 하면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는 앞뒤가 안 맞는 행정을 해놓고 이제 와서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예산을 들여 보건소기능을 강화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건소와 병원은 애초에 그 기능이 다르다는 것을 일반시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장애인재활사업의 경우 많은 돈을 들여 엊그제 보건소에 장비를 들여놨다고 하지만 전문인력이 없는 장비들이 무슨 소용일까요.

서부경남지역에는 공공병원이 꼭 필요합니다.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지난번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 국가방역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일류병원을 자랑하던 삼성서울병원이 오히려 메르스 감염병의 진원지가 되었는데 확진환자 발생사실을 숨긴 채 정상가동하는가하면, 정식 음압시설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까지 확인되었습니다. 공공의료가 10%도 되지 않을 정도로 취약한 상황에서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이 유행할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진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번에 메르스사태 같은 영리병원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역할을 해야 되는 병원이 분명히 진주에 하나쯤은 필요하고 그게 이제 대학병원만으로는 부족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아쉬움은 있구요. 일단은 없어진 것을 다시 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기 때문에 그 대안은 대학병원의 기능이 보강될 수 있는 그런 구상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김재경 국회의원 후보가 2015년 10월 29일자 경남CBS와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해법은 다르지만 공공의료의 필요성은 공감한다는 것입니다. 의료사각지대 해소와 민간 의료기관에서 다루기 힘든 감염병이나 민간에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서 꺼리는 영역에서의 공공의료의 역할은 절실합니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닙니다.

고령화사회를 넘어선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로 인해 남성은 10년 가량, 여성은 13년 가량 질병이나 신체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기후변화, 대형 재난사고 발생, 정신질환 증가, 직무스트레스 증가, 신종감염병 발생 등 질병구조의 변화도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환자에 대한 치료만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지역주민의 건강을 전반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폐원되기 전 진주의료원(위)과 경남도청 서부청사로의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진주의료원(아래). /단디뉴스DB

수도가 공급되지 않은 사봉지역의 일부가 건강지수가 낮다는 대학병원의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살률이 높은 동은 항상 높게 나오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개인의 건강상태를 결정짓는 것은 이처럼 다양한 사회경제적 조건, 문화적 조건들이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대학병원에서 이런 연구를 한다면 지역거점공공병원에서는 그에 맞는 인력과 장비, 프로그램을 갖추고, 진주시에서는 행정적인 지원, 제도수립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3단계 협력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역거점공공병원이 이같은 역할을 중심적으로 수행해나가야 합니다.

진주의료원은 적자가 많다는 이유로 폐업되었습니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폐업은 역설적으로 보건의료에 많은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단초를 만들었습니다. 여야합의에 의해 작성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는 그간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문제점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훌륭한 제안과 요구를 했습니다.

이어진 보건복지부의 용역에서는 지방의료원 적자의 절반이상이 공익적 착한적자라는 점을 밝혀졌고, 공공병원 운영비를 정부가 지원해 줄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만들어졌습니다. (지방의료원법, 공공의료법)

이제 지역거점공공병원이 만들어진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지역주민위원회가 설치되어야 합니다. 운영계획에 주민의 요구가 반영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실제 운영하는데 그리고 평가까지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주의료원은 이사 몇 명이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이사회는 정관변경, 사업계획, 예결산, 조직, 재산의 취득과 처분, 인사에 관한 규정 제개정 등 운영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입니다.

지역공공병원은 주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병원이니만큼 지역주민과 괴리된 운영체계로는 잘 운영될 수 없습니다. 주민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될 때 공공병원은 지역주민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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