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실 진주아이쿱생협 이사장을 만나다…"올해는 '식품완전 표시 캠페인’으로 소비자 권리를 지키겠다"
대안경제의 모델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있어 왔다. 특히 지난 2012년 협동조합 관련법이 통과된 이래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이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협동조합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 것인지 우리 곁에 있는 협동조합들을 찾아 알아보기로 했다. 진주에서 가장 큰 소비자 협동조합인 진주아이쿱생협 이영실 이사장을 만났다.
진주아이쿱생협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해달라.

= 2002년 8명의 준비위원과 17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했다. 2003년에 100여 명의 조합원으로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에 법인 창립총회를 했고 현재 조합원은 약 2850명이다. 조합원들의 요구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오픈한 매장은 평거동과 초전동에 있다. 평거동 매장은 2014년에 신안동에서 확장이전한 곳으로 진주생협의 센터 역할을 하는 공간과 함께 있다.
몇 해 전에 진주지역 조합원이 3000명이 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줄었나?
= 거제, 통영, 사천 등 서부경남 지역이 같이 있었다. 거제와 통영, 사천의 조합원들이 준비되는 상황에 따라 계속 분리를 했다. 2013년에 3000명이 넘었는데 사천이 분리하면서 800여명의 조합원이 사천으로 이관됐다. 이후 2~3년 사이에 약 500여 명이 순수하게 다시 늘어났다. 우리가 말하는 조합원은 현재 가입자 숫자가 아니라 현재 조합비를 내면서 적극적으로 생협을 이용하고 생협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숫자이다. 등록된 조합원으로 따지면 3000명 넘는다.
소비자 협동조합에 참여하면 뭐가 좋은가?
= 소비자협동조합은 소비자의 필요와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자율적 조직이다. 소비자 스스로가 협동조합을 통해 윤리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의 정당한 소비가 세상을 바꾸는 밑거름이고자 한다. 협동조합은 일반협동조합과 소비자 협동조합이 있다. 일반협동조합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소비자 협동조합은 조합원 이외에는 이용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니네가 배가 부르네”, “이용을 많이 하면 자기들도 좋을 텐데 왜 이용을 막냐?”와 같은 오해를 많이 받는다. 우리가 막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규정된 거다. 조합원이 돼야만 매장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유통마진을 붙이지 않고 조합원에게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조합원은 비조합원에 비해서 약 20~25%정도 싸게 구입하고 있다. 조합원이 많아지면 조합비도 싸진다. 내가 처음 가입했을 때, 조합비를 2만 7000원 냈는데 지금은 1만 1000원 정도 낸다. 조합원이 늘어날수록 조합운영에 필요한 경비부담이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이다.

일반인들은 어떻게 매장을 이용할 수 있나?
= 지금은 매장을 협동조합의 자회사로 설립했기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생협법에 따르면 일반인은 1년에 3개월, 정해진 홍보기간에만 이용할 수 있고, 그 외에 베이커리와 같이 당일생산해서 당일판매하는 제품에 대해서만 일반인(비조합원) 판매가 가능하다. 물건을 써보고 좋은지 판단을 해야 일반인도 조합원으로 가입을 할 텐데 비조합원에게 판매가 불가능했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매장을 자회사로 만들었고, 지금은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협동조합이 사업체로서 어려움이 많은데 외국의 협동조합도 이렇게 판매에 제약이 많은가?
= 외국은 일반협동조합이나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차이가 별로 없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매장에 가보면 협동조합제품과 일반회사제품이 같이 진열되어 있고 소비자들이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우리의 생협 관련 법률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조합원들이 아니라도 이용할 수 있는 매장들이 많다. 동네마다 가게 있듯이 생협 매장이 있다.

협동조합 조합원이 되는데 필요한 자격이 있나?
= 특별한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이 되기 위해 간단한 가입안내와 조합의 운영을 위한 회비 즉 조합비를 납부하고 사업을 이용하면 된다. 또 한가지 조합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한 출자금을 내야 한다.
아이쿱 생협의 차입금과 출자금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아이쿱 생협이 덩치만 키워서 부실이 우려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차입금의 처리 과정과 출자금에 대해서 사용처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관리되는지 알려 줄 수 있는가?
= 아이쿱이 부적절한 유사수신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리는 총회에서 승인받은 사업을 위해 차입금을 받는다. 출자금과 차입금은 차이가 있는데, 출자금은 조합원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생협 사업의 자본금이다. 주로 물류확보, 물류센터 구입, 물류를 위한 시설 확충을 위해 사용한다.
차입금은 생협에서 사업을 위한 자금을 조합원의 힘으로 만들기 위해 적법한 과정을 통해 공개적으로 차입이 이루어진다.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 차입금이었다. 현재 생협법상 공제사업을 할 수 없다. 출자금이 자본금의 역할을 하는데 은행에서는 출자금을 조합원이 탈퇴시 돌려주는 돈이기 때문에 자본금으로 보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생협은 충분한 자본금이 있음에도 새로운 사업을 위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생협 조합원들로부터 돈을 빌렸다.
우리는 이자를 시중보다 조금 더 준다. 그래서 회원들로부터 차입을 받을 때도 일인당 차입을 할 수 있는 금액이 제한돼 있다. 우리 조합은 1인당 최고 30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생협 활동을 열심히 하는 조합원들과 생협사업을 성실히 이용하고 정책 실행에 마음을 내는 조합원에게 돈을 빌린다. 사업을 위해서 돈이 필요한 것이지 돈을 목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는다.
차입금이 필요한 사업들의 경우 총회에 보고되고 총회에서 승인을 받고 조합원들에게 공지하고 (차입)자격조건도 사전에 공지한다. 지역 조합은 주로 매장을 내기 위해서 차입을 한다. 필요한 사업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하고 사업이 결정이 되면 그 사업에 대한 사업비를 조합원들에게 차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차입을 할 때 일정 약정기간이 있지만 조합원이 필요에 의해 반환요청을 하면 돌려준다.

올해의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 올해는 우리 조합원의 요구에 따라 세 번째 매장 개설을 준비하면서 조직을 점검하고 다져가는 한해가 될 것이다. 작년에 시작한 소비자 알 권리를 보장하는 예외 없는 ‘식품완전 표시 캠페인’을 새로운 소비자 운동으로 만들어가는 활동을 계속하려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표시가 제대로 되고 선택은 소비자가 할 수 있도록 법제화돼야 한다.
올해는 조합원을 만나고 조합원이 원하는 모임을 만들어가면서 아이쿱생협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조합원들과 함께 움직일 것이다.
지역연대도 중요한 사업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단체들과 하는 연대 활동에 대해 조심스럽고 어려움이 많다. 진주의료원이나 무상급식 같은 경우는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시민의 복지문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생협이 내외부로 여러 사업을 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생협을 사회단체로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영리기업이라고 보기도 한다. 어떻게 규정을 내려야 하나?
=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이다. 생활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소비생활 향상에 필요한 사업을 통해 운동을 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즉, 사업과 운동을 함께 하는 결사체이며 사업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협법에서는 조합원이 아니면 사업체를 이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며 협동조합에서 사업을 하지 않으면 인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한다. 진주생협은 매장을 자회사로 만들어서 조합에서 일정 수익이 나는 사업을 해야만 한다.
우리의 사업에 대해서 외부에서 보고 자신들 입장에서 생협에 대해 규정을 내리려 하니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협동조합은 사업체인데 협동조합의 사업이 성공을 해야만 운동이 성공을 하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사업이 곧 운동이다. 외국의 경우 협동조합이나 공정무역에 대해서 학교에서 가르치는데 우린 그런 게 없어서 안타깝다. 시민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한 활동을 계획 중이다.
소비자들은 생협 제품을 비싸다고 하고 생산자들은 생협이 너무 싸게 농산품 계약을 한다고 말한다. 이런 현상은 왜 발생하는가?
= 소비자나 생산자나 모두 각자의 이익을 생각하고 제품 가격의 기준을 자기들에게 두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생산자들은 누구나 높은 값을 받고 싶어 하고 소비자들은 질 좋은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가격이 적정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협동조합이 가격정책에서 추구하는 것은 두 가지인데 “공정”과 “안정”이다. 우리가 주로 취급하는 상품이 먹거리다 보니 시장 가격의 변동이 매우 심하다. 제품 가격이 낮으면 소비자들에게는 좋겠지만 생산자들은 생산을 못 한다. 그 반대로 제품가격이 높으면 생산자들은 좋겠지만 소비자들은 고통을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가격 변동 폭을 줄여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소비자 협동조합이지만 생산자들과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생산된 물품들을 책임소비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격정책의 일환으로 조합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유정란, 콩나물, 두부, 배추 등 10개 제품을 지정해서 가격안정기금으로 생산비를 보조해 주고 물품들은 싸게 공급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장보러 간다”는 말을 “꿉에 가자”라고 표현한다. 앞에 올해 제3매장을 계획중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더 많은 진주시민들과 만나기 위한 매장 추가 계획을 알려달라.
= 스위스에서는 'coop'이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곳인지는 몰라도 그곳에 가면 믿을 수 있기 때문에 간다고 한다. 진주에서도 많은 매장을 통해 소비자를 만나고 싶다. 시민들이 속이지 않고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생협 매장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길 바라며 올해 제3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고려해야할 문제들이 많다. 일반 영리기업체들처럼 적당한 곳에 매장을 낼 수는 없다. 여러 측면에서 입지를 고려해야 하지만 기존상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장소는 피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돈이기 때문에 기존 가게에 권리금을 지급하기도 어렵다. 매장을 새로 만들고 싶다고 뚝딱 만들 수 없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찾으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