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태의 책임에서 나는 자유로운가?
출구 없는 터널 속에 갇힌 느낌이다.
1월 19일에 일어난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는 작년 12월 3일 밤의 불법 비상계엄 사태보다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영상을 보는 내내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고, 무섭고, 두렵고, 참담하고, 슬펐다. 절망적인 동시에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영상 속 남성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젊어보였다는 것, 실제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가담자 90명 중 절반 이상인 46명(51%)이 청년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성별이 표기되어 있지 않아 청년여성의 비율을 알 수 없으나 대다수가 청년남성으로 추정된다. 아는 기자가 탄핵반대 집회에 가면 청년남성이 정말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줬을 때, 그런 청년남성은 소수일 것, 그 남성들이 청년남성을 대표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 입장을 철회해야 하는 것일까.
왜 청년남성은 극우화되었을까.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 온 온라인 게임 때문에, 일간베스트(일베)와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반페미니스트적이고 극우적인 커뮤니티 때문에, 청년여성과 비교되면서 소외감을 느꼈기 때문에, 청년여성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극우화된 또래 친구들 때문에, 극우 유튜브의 주장처럼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때문에, 불법선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때문에,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때문에, 신자유주의적 경쟁체제와 사고에 물들어 있기 때문에. 각각의 요인은 일말의 사실과 진실을 담고 있을 것이고,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우 청년남성이 탄생하고 조직화되었을 것이다.
극우 청년남성, 왜 폭력에 가담했을까.
가장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요인은 극우 유튜버들이,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해도 된다고 계속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자체가 자신(대통령)을 반대하는 세력에게는 물리력(병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것을 전국민에게 선포한 것이고, 국회에 무장한 병력(공권력)을 보냄으로써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미 대통령이 공권력을 이용해 폭력을 행사했고, 극우 인사들이 폭력을 부추겼으니 청년남성이 폭력의 주동자로 참여한 것은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극우 유튜버, 정치인, 대통령이 아닌 사람,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은
극우 청년남성의 탄생과 이번 폭력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청년남성이 극우화/폭력화되는 데는 청년남성 개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그것을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믿게 만드는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구조의 문제는 극우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부추긴 책임 못지않게 방관하고 외면한 책임도 적지 않다.
청년남성의 우익화 원인에 대한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분석과 우익 청년남성의 폭력에 대한 비판과 처벌도 필요하나 이러한 집단의 탄생과 확산에 있어 부모로서, 교사·교수로서, 친구로서, 선·후배로서, 동료 시민으로서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지 뒤돌아보는 작업도 함께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익 청년남성이 손절했다고 나도 똑같이 손절하는 것은 너와 나의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자유주의자가 할 행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시민의, 사회의, 민주주의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