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마다 등장하는 미래,
교육 앞에 당연히 붙는 미래,
그 미래를 이야기할 때 역시 따라오는 A.I.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우리 아이들은 현재에 있고 언제나 현재를 살아갈 것이다.

나는 솔직하게 미래 교육을 잘 모른다. 내가 20대 후반 교직에 들어왔을 때 이런 학교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도 미래는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몇 개의 개념으로 미래를 재단(裁斷)하지는 않았다. 지금 우리는, 그리고 우리 교육은 입만 열면 미래를 외친다. 정작 현재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면서......

2023년, 지금 우리 교육은 거대한 협곡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학교의 윤리는 이미 땅에 떨어졌고, 그 바탕에 있는 제도 또한 흔들리고 있다. 그 와중에 교육 권력들은 입만 열면 미래 교육을 외친다.

오늘 온 공문 제목을 본다. “미래교육 교육공동체 역량 강화 특별 연수” 여기에 주제가 ‘AI시대의 교육개혁의 방향’이다. 거창하다. 아니 엄청나다. 문제는 이 연수의 대상이 교장, 교감, 원장, 원감, 실장, 교육청 장학사 등이다.

교육공동체의 미래 교육 역량을 강화시키려면 현장 교사 위주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좀 더 이상한 것은 교육공동체의 미래 교육 역량을 강화시킨다면서 주제는 ‘AI시대의 교육개혁의 방향’이다. 묘하게 어긋나 있다.

주제에서 말하는 교육 개혁의 방향은 거대 담론이다. 교육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각론이 필요하고 더불어 구체적 방략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교장 선생님들 모셔놓고 거대 담론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자칫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뿐만 아니라 교육개혁의 주체는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현장 교사다. 교장, 교감이 아무리 개혁과 관련된 연수를 받아도 그들의 힘으로 개혁할 수 있는 것은 학교 현장에서 거의 없다. 교장 4년 동안 직접 경험한 것이다. 작은 학교에 교장이었던 나도 어려웠다. 그러니 학교 규모가 크면 클수록 더욱 어렵다. 교장인 내가 아무리 뛰어난 미래 역량이 있어도 교사, 학생, 학부모가 그것을 공감하고 동의해 줘야만 한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교사, 학생, 학부모는 각각 미래를 다르게 풀이하고 있는데 그것을 교장의 방향대로 일목요연하게 줄을 세울 수가 없다. 이 연수를 받고 교육개혁의 방향을 설정하시는 많은 학교 경영자들이 그 방향을 현장에서 풀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동반해야 하지만 학교가 그것만 하는 곳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연수는 방향과 성과 목표 설정에 오류가 있다. 이미 공문은 뿌려졌고 이미 모든 것은 기획되어 버렸다. 나의 문제의식은 그저 불만으로 치부될 것이다. 그 부분도 안타깝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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