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상을 우리나라 사람이 수상했다고 뉴스마다 보도한다. 그 보도를 보면서 나는 수능 1등, 대학 수석 합격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가장 문제시되는 ‘일반화의 오류’를 염려한다.

7월 1일 자로 민선 8기 지방정부 그리고 교육감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당선된 사람들이 내세운 공약을 다시 보게 된다.

교직에 있는 나의 관심은 당연히 교육감의 선거 공약이다. 경남 교육감의 대표 공약은 미래 교육을 위한 빅 데이터 – AI 기반 프로젝트다.

사소한 의문이 없지는 않다. 현장에 있는 교사의 한 사람으로 교실 수업 현장에서 이러한 일들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살짝 걱정도 된다. 이미 학습의욕이 있는 학생들은 어떤 방법으로 교육을 해도 성취도가 높다. 안타깝지만 학습 의욕이 없는 아이들은 먼저 의욕을 가지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기다림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학교라는 곳은 마냥 기다려 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설계된 과정이 있고 그 과정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AI가 동원되어도 아이들의 학습동기와 의욕을 조절할 수는 없다.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학습의욕을 가지게 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그러면 왜 학습의욕을 가져야 하는가?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필즈상도, 노벨상도, 1등이나 수석도 학습의욕 없이는 불가능하다. 학습의욕의 최종 결과는 거의 학력으로 귀결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소위 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주장하는 학력 향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방법과 방향이 다를 뿐이다. 배우고 싶어야 배울 수 있다. 그 배우고 싶은 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 사실은 학교가 해야 할 일인데, 어찌 된 일인지 의욕이 있는 아이들도 학교에서 그 의욕을 잃고 만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위에서 말한 일반화의 오류에 있다. 즉 결과만을 보는 것이다.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나 그 과정이 있게 된 동기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언론이 퍼뜨린 내용 그대로를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에 적용하려 한다. 여기에는 극악한 자본주의 논리도 작동한다. 그 자본주의 논리의 핵심은 바로 ‘욕망’이다. 지독한 ‘자기 소유의식’ 이 만들어낸 무분별한 욕망이 그 모든 것을 조정해버리고 만다.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왜곡된 본질적 원인이기도 하다.

빅 데이터를 사용하고 AI를 이용하여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반드시 필요하다. 성과를 재촉하는 건 7~80년대, 5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겪어왔던 치열한 경쟁과 ‘인재 양성’을 위한 학력 향상의 다른 버전일 뿐이다.

제주도 해녀들이 10m가 넘는 바다 밑에서 자연산 전복을 따기 위해서는 숨을 거의 3분 이상 참아야 한다. 그 3분은 기다림이다. 거의 생명을 건 3분의 기다림 끝에 커다란 전복을, 그리고 소라를 딴다.

아이들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 교사, 교육청의 마음이라면 이제 기다림을 공약으로 내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실성이 없다. 사실이다. 그래도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각자 이루어내는 빛나는 성취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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