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둘레에서는 대중교통이 편리한 지하철역을 가까이 둔 아파트를 역세권이라고 한다.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가 그만큼 가격이 높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는 숲세권이라는 말도 생겼다. 아파트 단지 옆에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숲이 있으면 아파트 가격이 더 올라간다는 것이다. 문명의 편리만큼 자연조건이 차지하는 주거 조건이 높아졌다.

학교숲도 마찬가지다. 운동장을 줄이고 자연 숲을 만들어, 아이들이 숲에서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학교가 늘어간다. 거기다가 가까운 숲을 활용해서 생태체험을 하는 곳도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생태환경교육은 코로나19 시대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커피 파는 가게도 아름다운 조경을 해놓으면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서울 모 백화점은 멋진 조경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서 바깥 나들이할 때도 자연을 찾는 경우가 늘어났다.

늘 접하는 아파트 숲에도 알고 보면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나무가 있는 곳에는 새들이 살고, 새들이 사는 곳에는 나무열매가 열리고 곤충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 숲이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 숲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하는 곳이 김해 진영 휴머빌 아파트이다. 경상남도환경교육의 지원을 받아 <아파트 가족생태교실>을 매주 일요일 오전에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나무에 무관심하던 사람들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아파트 숲에 딱새가 살고 있는 둥지도 알게 된다.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던 작은 풀꽃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함께 풀꽃을 관찰하면서 느낌 점을 시와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아파트 나무에 관심을 가졌고,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주변 생태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숲을 활용하는 생태체험을 통해 가족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 즐거움도 있다.

 

돋보기를 통해 작은 풀꽃을 관찰하는 모습
돋보기를 통해 작은 풀꽃을 관찰하는 모습

민들레, 괭이밥, 꽃마리, 소리쟁이, 지칭개, 보리뱅이들을 살펴봤다.

 

자세히 관찰한 풀꽃을 인터넷을 통해 올리기도 했다.

 

벚꽃을 먹는 직박구리 찾기 놀이도 하고, 작은 풀꽃을 자세히 관찰한 후 그림과 시 쓰기를 한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파트 숲에 있는 배롱나무를 관찰하고 쓴 배롱나무 시(왼쪽)와 참가한 어린이가 마음을 담아 쓴 시(오른쪽)
아파트 숲에 있는 배롱나무를 관찰하고 쓴 배롱나무 시(왼쪽)와 참가한 어린이가 마음을 담아 쓴 시(오른쪽)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살아 있는 작품들이다.

 

아파트 숲에 사는 새 사진과 그림을 등에 붙이고 새 이름을 맞추는 놀이도 했다.

 

산철쭉 속에 새 둥지도 발견했다. 아파트 숲에 새가 둥지를 튼다는 것에 다들 신기해 한다.

 

아빠도 함께 참여하면서 아파트 숲에 사는 동식물에 관심을 가지는 시간이 되었다. <아파트숲 가족생태환경교실>이 김해 진영 휴먼빌 아파트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 아파트에서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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