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공약④] 정치, 선거, 사법공약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여러 공방들이 첨예하게 오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흩어져 있는 후보들의 공약을 수집, 정리해 주제별로 비교분석한다. 후보들의 공약집, 발표와 발언, 토론회 내용 등을 반영했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정치가 바뀌었으면.. 사법기관이 조금 더 믿을 만 했으면”. 주위에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푸념이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은 정부기관을 신뢰하지 못한다.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은 비극적이다. 국가기관의 존재이유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데 있는 까닭이다.

정부기관 신뢰도는 금융기관 신뢰도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9년 한국정책리서치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금융기관 신뢰도는 68%로 나타났다. 정부 신뢰도는 49%, 경찰은 31%, 검찰은 23%에 불과했다. 특히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9%로, 우리 국민 10명 중 1명 정도만 국회를 믿고 있었다. 국민들을 대리한다는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낮았던 셈이다.

신뢰받는 정부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개혁, 사법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연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후보들은 정치개혁, 사법개혁을 약속하고 있다. 그 방식은 다양하다. 후보들은 신뢰받는, 효율적인 국가기관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공약을 내놓았을까?

 

주요 대선후보 4인이 지난 25일 대선후보 티비토론에 나선 모습
주요 대선후보 4인이 지난 25일 대선후보 티비토론에 나선 모습

분권형 대통령, 청와대 기능 축소에 ‘한 목소리’

후보들은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는 점을 들어,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청와대 조직 규모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민주당)는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합의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개헌 시 재임하는 대통령 임기는 1년 단축되고, 중임제 적용에서도 배제된다. 헌법조문에 따라서다.

그는 또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견제 장치 강화의 일환으로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정의당)도 이를 공약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열린 대선후보 토론에서 “자기가 집행하고 자기가 검증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의 국회 이전을 재차 강조했다. 이를 통해 국회 권능을 강화시키겠다는 것.

이재명 후보는 청와대 기능 조직 개선과 책임총리제 도입도 약속하고 있다. 그는 책임총리제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겠다며,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 국무총리가 국무위원(장관 등)을 추천하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겠다며,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각 부처(장관)의 자율성도 존중하겠다고 했다. 진영을 떠난 능력 중심의 ‘통합정부 국민내각’도 약속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국민의힘)는 청와대 해체, 대통령실 축소, 책임총리제 구현 등을 약속하고 있다. 그는 “기존 대통령실이 각 부처 위에 군림하며 권력을 독점해”왔고, “제왕적 대통령은 궁궐식 청와대 구조의 산물”이라며 조직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현재의 청와대 폐지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수석비서관, 제2부속실 등을 폐지해 대통령실 정원을 30%가량 줄이겠다고 했다. 대신 분야별 ‘민관 합동위원회’를 꾸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해체(명칭까지 폐지)해 대통령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고, 기존 청와대 부지는 국민 모두가 누리는 ‘열린공간’으로 재구성한다는 게 그의 공약이다.

윤 후보는 또 총리 및 장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대하고, 세종특별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25일 열린 대선후보 티비토론에서도 이 점을 강조하고, “대통령, 총리, 장관이 할 일을 구분지어 대통령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영에 관련 없는 ‘통합정부(내각)’를 꾸리겠다고도 했다.

심상정 후보도 청와대 권력 분산을 약속했다. 그는 청와대 내 정책실과 국가안보실 폐지와, 수석제도 폐지를 내걸었다. 국무총리 중심의 내각 운영을 하겠다며,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도입, 국무위원 제청권 실질적 보장, 국무총리의 일상적 행정부 지휘권 보장, 국무회의 의결기구화 등을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2024년부터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폐지하고, 행정부 예산편성권의 국회 이관 추진, 장관임명 국회동의제 도입도 서두르겠다고 했다. 또 노동복지부총리직을 신설해 국민의 삶을 돌보는 사회부처 기능을 강화하고, 고위공직자인사검증법 제정으로 인사검증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남녀동수 내각, 세대연대 내각도 실현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진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약속했다. 그는 “청와대 정부라고 불릴 정도로 청와대에 권력이 집중되고, 대통령 비서실이 비대화돼 있다”며 서울 정부종합청사(세종로)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대통령 비서실은 합리적으로 축소개편하겠다며, 여야정 협의체 실질화, 정치보복 금지도 약속했다.

그는 ‘국민통합내각’ 구성과 책임총리·장관제 실현도 공약했다. 국무총리, 국무위원, 기타급 장관 인사에 연합정치 정당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우선 임명하겠다는 것. 또 대통령은 외교안보 및 국가 전략 과제에 집중하고,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실질적인 정책을 기획 집행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중심이 아닌 국무회의 중심의 국정운영도 약속했다.

특히 그는 개헌과 직접민주주의 요소 강화를 약속했다. 개헌 헌법에 담길 내용으로는, 헌법 전문에 5.18 정신 명문화,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세종시 행정수도, 중앙정부 권한 지방정부 이전 및 재정분권 실현을 명시할 것 등을 제시했으며, 국민소환제와 국민 발안제를 확대하고 블록체인을 활용해 전자투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선거법 개정으로 다당제, 다원주의 구현.. 문제는 '실천'

후보들은 양당제를 혁파하고, 다당제 다원주의로 가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도 약속하고 있다. 다만, 이재명·심상정·안철수 후보와 달리 윤석열 후보는 선거제도 개혁을 공약하지 않았다. 그는 25일 대선후보 토론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중요하지만, 대통령 공약으로 할 수는 없다”며 국민과의 논의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중대선거구제에 찬성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를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도입과 진영을 떠난 국민내각 구성과 함께, 공직선거법을 개정한다는 내용을 담아서다. 개혁안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지방선거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도입안 등이 담겼다.

이 같은 당론을 채택한 건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후보는 위성정당 금지, 기초의회 2인 선거구 폐지(3~4인 선거구 도입), 득표수에 따른 기초의회 의석 배분 추진 등을 약속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과 만 34세 이하 청년후보자에 대한 기탁금 페지, 선거비용 보전기준 하향 등도 약속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또 전체의석의 15.7%에 불과한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국회의석의 1/3이상으로 확대하고, 위성정당 설립은 금지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도 약속했다. 또한 그는 선거권을 만 16세 이상 시민들에게 주고,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은 만 18세로 하향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을 약속하고 있다. 그는 또 국회의원 선거에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국회의원의 동일지역구 3선 연임은 금지하겠다고 했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는 폐지하겠다고 했다. 재보궐선거가 일어나는 경우 원인을 제공한 정당에 해당 선거 무공천과 선거비용 부담의무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다수의 후보들은 선거제도 개혁과 다당제 기반 마련, 통합정부 설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는 약속이 아닌 실천여부에 있다. 지난 25일 열린 대선후보 토론에서도 이 점이 부각됐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민주당이 지난 총선 전 선거법 개정에 참여하고도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전력을 두고 다른 후보들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이 후보는 이 같은 지적에 “위성정당은 국민의 힘이 시작했고, 민주당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위성정당을 만들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반대했는데 관철이 안 됐다. 위성정당에 대해서 저는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개혁과제 약속하고 안 되면 서로를 탓하며(양당간) 핑계를 댄다”며 “(제도를 바꿀) 의지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법개혁 두고는 후보 간 입장 차 ‘커’

사법개혁 방안을 두고는 후보 간 입장차가 크다. 이재명 후보가 검찰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면, 윤석열·안철수 후보는 검찰 기능 강화, 공수처 기능 약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주장이 분분하다. 실제 공약을 보더라도 이 같은 주장들은 사실에 근접하다. 특히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간 공약에 차이가 크다.

이재명 후보는 수사·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검사)의 기소·불기소 재량권에 대한 통제장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공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적 통제와 시민 감시·참여 제도를 실질화하겠다고 했다. 공수처에 대해서는 기관이 안착하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국가경찰위원회를 경찰에 대한 실질 통제기구로 활용할 것과 자치경찰제를 강화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또 법관을 임기말까지 대폭 증원하는 등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화하고, 사법절차의 신속성과 투명성, 편의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검찰, 공수처, 법원에 대한 국민평가제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형사사건의 국민참여재판 범위를 늘리고, 형사사건 외에도 국민참여재판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자산에 따라 벌금 비용도 달리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총장)에 예산 편성권을 별도로 부여하겠다고 했다. 공수처는 정치적 편향과 무능수사를 보여주고 있다며, 고위공직자 부패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 독점적 지휘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검찰과 경찰에도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소년형사사건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연인간 폭력 등을 형사법 사건과 통합 처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통합가정법원을 만들어 이들 사건을 통합처리하겠다고 했다. 현재 소년보호사건은 가정법원에서, 소년형사사건은 일반법원에서 처리되는 점에 비추어서다. 순경 출신 경찰의 경무관 이상 고위직 승진 확대, 종합법률구조기구 설립도 약속했다.

심상정 후보는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해체하겠다고 했다.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폐지하고, 평판사가 참여하는 법관 인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또 변호사 자격 없는 교수, 전문가의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자격을 인정하고, 헌법재판과과 대법관 여성 비율을 1/3으로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또한 그는 변호사법을 개정해 전관예우와 법조비리 변호사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신설하고, 판검사의 공직선거 출마 제한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했다. 피의사실 공표의 조건, 방법, 범위, 처벌을 규율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검찰 수사과정에 외부 전문가 중심의 상시 감시체계도 구축하겠다고 했다. 부정부패 범죄기업인, 권력형 비리 공직자 사면 배제도 법제화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즉시 폐지하고, 검경 수사권을 재조정하겠다고 했다.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고, 검찰에 수사지휘권과 기소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공수처의 중립성과 민간인 사찰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들어서다. 그는 또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하향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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