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가황 싱어송라이터 나훈아의 사모곡 '홍시'”
Recipe “산청 '고종시'로 만든 홍시 잼”

나훈아 40주년 기념 앨범 New Free Style
나훈아 40주년 기념 앨범 New Free Style

Music "가황 싱어송라이터 나훈아의 사모곡 '홍시'“

최홍기는 1947년 부산의 무역상 선원 집안에서 태어났다. 달리기와 태권도를 잘했던 그는 중고교 시절 야구를 좋아해 전국 대회 우승도 두 번이나 했다. 노래를 좋아한 부모님 영향이었는지 소싯적 최홍기는 부산과 경남지역 가요 경연대회에서 늘 상을 탔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1966, 작곡가 한동훈의 사무실을 드나들며 잔심부름을 하던 최홍기는 또 다른 작곡가 심형섭의 눈에 들어 곡 '내 사랑아'를 취입, 본격적인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최홍기는 이때 '나훈아'로 이름을 바꾼다.

박애경, 김향미로 구성된 듀오 은방울 자매가 '마포종점'을 발표한 1968, 나훈아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래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고향역'으로 농촌을 등진 70년대 서민들의 향수를 달래준 그는 트로트계 몇 안 되는 싱어송라이터로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예컨대 '잡초', '울긴 왜 울어', '무시로', '갈무리', '영영' 등이 다 나훈아가 만든 곡들로, 이는 노래와 춤에만 일가견이 있던 과거 라이벌 남진과 결정적으로 평가가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나훈아는 심수봉의 '여자이니까' 작곡했는데 그는 반대로 심수봉의 '비나리'를 자신의 콘서트에서 부르며 예술로 소통하는 동료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197364일 서울 시민회관에서 앙코르 곡을 부르다 괴한이 휘두른 사이다병 조각에 큰 부상을 입기도 한 나훈아는 3년 뒤 배우 김지미와 결혼했지만 6년을 살다 결국 헤어졌다. '울긴 왜 울어'는 이혼 당시 자신의 심경을 노래한 것이다.

이 노래 '홍시'도 나훈아가 직접 쓰고 불렀다. 곡을 듣고 가슴이 찡해오는 이유는 노래 주인공이 '우리 어머니' 대신 '울 엄마'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다 큰 어른이 '어머니''엄마'라고 부를 때 사회와 제도에 길들여진 그 어른의 감정과 태도는 다시 엄마 없인 못 살던 순수했던 시절로 리부트된다. 제아무리 높은 지위, 찌를 듯한 유명세, 압도적인 부를 거머쥔 어른도 엄마 앞에선 "눈비 맞을세라, 험하고 힘든 세상 넘어지고 뒤처질세라, 바람 불면 감기 들세라, 안 먹어서 약해질세라" 챙겨야 하는 애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홍시' 노랫말의 핵심은 "울 엄마".

그런데 사실 '홍시'는 원곡이 따로 있다. '얄미운 사람'(전영록 작사/)으로 큰 인기를 얻은 가수 김지애가 1992년에 발매한 7집 앨범 '떠난 남자 / 쓸쓸한 여잔 아니야'에 수록한 '석류가 웃는 이유'가 바로 '홍시'의 뿌리다. 물론 이 노래 가사도 나훈아가 직접 쓴 것으로 '홍시'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지만 때때로 인생무상을 곡에 담는 나훈아의 습관은 이 곡에도 잘 녹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노랫말이다.

"인연이라는 만남도 있고 운명이라는 이별도 있고 / 너는 모른다 또 나도 모른다 사랑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 웃고 살아도 시원치 않은데 추억의 반은 눈물이더라 / 너는 모른다 또 나도 모른다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인 것을

하지만 김지애가 부른 '석류가 웃는 이유'는 뜨지 못했다같은 해 나훈아도 직접 불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김지애는 이 노래가 묻히는 게 아쉬웠는지 3년 뒤 다시 불러 앨범에 실었으나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했다. 그러던 2005, 나훈아가 자신의 데뷔 40주년 기념 음반에 '홍시'라는 새로운 제목과 편곡을 입혀 내놓았더니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현악과 하모니카 도입부에서 레게 리듬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곡의 짜임새는 묘하게 사람들의 흥을 돋우었고, 그와 반대로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가사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 이 노래의 사연엔 반전(反轉) 있다. '홍시'는 사모곡(思母曲), 즉 생전 모친께 제대로 효도하지 못했거나 불효한 것을 뒤늦게 후회하며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참회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이건만 나훈아의 모친은 2021년 현재 100세를 넘겨 여전히 건강하시다는 사실이다. '홍시' 속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은 진심이되 그것은 실화까진 아니었다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acdcrock@daum.net

 

Recipe "산청 '고종시' 만든 홍시 잼

어릴 적 거실을 지나 작은 뒷문을 열고 나가면 우물 옆 줄지어 선 장독대가 보였다. 그것들은 할머니의 보물창고였다할머니의 보물창고는 겨울이 다가올수록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날은 된장을 뜨러 갔다 빨간 홍시가 가득 담긴 장독대를 열어본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시원한 게 먹고 싶을 땐 늘 할머니 몰래 장독대를 열어 홍시 한 개씩을 꺼내 먹곤 했다. 할머니는 출출해하는 손녀를 위해 홍시 껍질을 벗겨 곱게 으깬 뒤 꿀을 넣어 가래떡 구이와 함께 내주셨다.

홍시는 떫은 감을 며칠 동안 항아리에 보관하거나 따뜻한 물에 넣어 만든다. 이는 중국에서 유래한 방법으로, 술을 거의 다 마신 술독에 떫은 감을 넣어 두었다 며칠 뒤 먹어보니 떫은맛이 사라지고 과육은 부드러워져 그것이 홍시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감에는 단감과 떫은 감이 있다. 감의 떫은맛은 수용성 성분인 타닌때문이다. 타닌은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작용을 하지만 몸속에서 철분과 결합해 철분 부족을 부를 수 있어 임신부나 빈혈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 섭취해야 한다.

한방에서 감은 맛이 달고 떫고 성질이 찬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열을 식혀주고 설사를 그치게 하며 혈압을 낮춰주지만, 과식하면 소화불량을 일으키고 변비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술을 마신 뒤 먹으면 위통에 시달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반면 곶감은 숙취에 좋다.

오늘 만들 홍시 잼의 홍시는 산청의 '고종시(高宗柿)'섬유질이 부드럽고 당도가 뛰어나 6년 연속(2016~2021) 대한민국 대표 과일에 선정된 품종이다. '고종시'라는 이름은 고려시대부터 산청군 덕산 지역에서 재배해오다 고종 황제에게 진상품으로 보내 붙은 것이다.

 

홍시 잼 만들기

재료

홍시 350g, 설탕 55g, 생크림 30g(또는 코코넛 밀크 30g), 소금 2g

1. 홍시 손질하기

- 홍시 껍질을 벗겨 숟가락으로 과육만 떠낸다.

- 씨를 제거한다.

2. 설탕 섞기

- 껍질을 벗긴 홍시에 설탕, 소금을 넣고 섞은 뒤 15분 정도 재워둔다.

3. 홍시 잼 만들기

설탕에 재워둔 홍시를 냄비에 넣고 약불에서 주걱으로 저으며 끓인다.

- 설탕이 완전히 녹으면 생크림을 부어 주걱으로 저으며 졸인다.

4. 담기

- 냄비에 찬물을 담아 씻은 우유병을 넣고 끓여 병을 소독한다.

- 소독한 병에 홍시 잼을 넣는다.

- 냉장고에 넣어 보관한다.

, 사진, 요리, 스타일링/강인실 (요리연구가, 푸드코디네이터

ansxo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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