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오래 사는 이유.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두의 바람이다. 그것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무병장수는 모든 인간의 기본욕망이다. 지역마다, 시대마다, 종교와 문화마다 나름의 건강 장수 비결이 있지만 일관되고 공통적인 것은 적게 먹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쥐나 초파리의 먹이를 일정 수준 줄이면 수명이 50% 가까이 늘어난다고 한다. 50%라는 수치를 떠나서, 기아 상태가 아닌 적당한 소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수의 가장 확실한 방법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물론 쥐와 초파리와 인간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 황규민 약사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체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엽록체가 광합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바꿔서 모은 것이다. 엽록체는 태양의 빛에너지를 붙잡아 화학에너지로 바꾸는 생물학적 기계장치이다.

식물과 동물은 필요할 때 미토콘드리아라는 화학공장을 가동시켜 엽록체가 모은 화학에너지를 ATP라는 에너지 화폐로 만들어 사용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음식 속 화학 결합 형태로 스며있는 태양에너지를 뽑아 에너지 화폐인 ATP를 생산하는 생물학적 기계장치이다.

모든 생명체는 태양에너지를 붙잡아 모을 때에도, 모아둔 에너지를 뽑아내어 에너지 화폐인 ATP로 바꿀 때에도 전자를 이용한다. 전자는 에너지를 실어 나르는 운반 도구인 셈이다.

태양에너지는 음식물 화학 결합 속 전자에 실려 있는데, 이 전자가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효소 꾸러미를 타고 흐르면서 ATP를 만든다. 미토콘드리아 생체막에 있는 이 효소 꾸러미를 전자전달계라 한다. 결국 전자전달계는 에너지 생산 컨베이어 벨트인 셈이다.

이 컨베이어 벨트가 물 흐르듯 흐르면 문제가 없지만 너무 많은 전자가 동시에 밀려들면 문제가 생긴다. 밀려드는 전자를 감당 못해, 컨베이어 벨트에서 전자가 튕겨나가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튕겨나간 전자가 DNA, 단백질, 세포막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노화, 만성질환, 암의 근본 원인이 된다.

과도하게 전자가 밀려들어오는 것도 문제지만 전자가 흘러나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전자가 과도하게 전자전달계라는 컨베이어 벨트로 밀려들어오는 것은 과식을 뜻하고, 전자가 흘러나가지 못하는 것은 활동 부족과 운동 부족을 뜻한다.

불을 잘 관리하면 인간에게 이롭고 그렇지 못하면 화재의 원인이 된다. 원자력이 잘 관리되면 에너지 공급원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재앙이 된다. 태양에너지를 머금은 음식 속의 전자도 이와 같다. 전자전달 컨베이어 벨트를 물 흐르듯 흐르면 생명의 근본 에너지원이 되지만, 과식이나 운동부족으로 전자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튕겨나가게 되면 DNA, 단백질, 세포막을 헤집는 망나니가 되는 것이다.

과식과 운동부족은 최악이다. 컨베이어 벨트로 전자는 밀려들고 출구는 막혀있는 상황이다. 갈 곳 잃은 고에너지 과격한 전자들은 화약을 짊어지고 DNA와 단백질, 세포막에 뛰어드는 테러리스트가 된다. 이 최악의 상황이 오늘날 대부분의 우리 몸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갈 곳 잃은 전자가 자연스럽게 흘러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무병장수의 기본이다. 소식 그리고 적당한 노동과 운동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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