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간 우리땅에 살아온 '토종 종자'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진주토종씨앗모임, 토종종자 찾고 육성해 무료 배포하는 사업 2년간 펼쳐와 김순종 기자l승인2020.01.30l수정2020.02.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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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진주토종씨앗모임이 얻은 토종씨앗 일부. 왼쪽부터 두벌동부, 늦콩, 도라지 씨앗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우리 토종종자(씨앗)를 지켜야 합니다” 재작년 토종종자를 지키기 위한 모임이 진주에 생겼다. 진주토종씨앗모임이다. 이들은 토종종자가 사라져가는 현상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토종종자를 찾아 이들을 육성하고, 무료로 배포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일에는 진주여성농업인센터가 함께 하고 있다.

30일 진주토종씨앗모임 회원 4명과 일반성면, 이반성면, 진성면 일대 6개 마을을 돌며 토종씨앗을 찾는 일에 함께 했다. 이들은 “토종씨앗이 있다면 그 내력을 듣고 마을을 방문해 종자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토종씨앗을 찾는 일은 이번이 다섯번째이다. 특히 농번기가 끝난 겨울철에 이 사업은 펼쳐진다. 봄이나 가을에 수집을 나가면 씨앗의 실물을 볼 수 있으나 농번기라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

토종종자는 가정집이나 특정마을에서 수대에 걸쳐 내려오는 씨앗을 의미하지만, 이 씨앗을 찾기란 쉽지 않다. 종자산업법에 따라 개인이 종자를 육성해 판매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고, 대부분의 농민들이 씨앗을 직접 마련하기보다 구매해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6개 마을 경로당을 돌았지만 토종씨앗을 가진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 7종의 토종씨앗을 제공한 이순자 씨(82)와 진주토종씨앗모임 회원들

진성면 대사마을 주민 이순자 씨(82세), 일반성면 상남마을 주민 김일남 씨(86세), 김필두 씨(80세)이다. 이순자 씨는 시어머니 때부터 심어온 토종씨앗 7종을, 김일남 씨는 시집올 때 친가에서 가져온 토종씨앗 1종을, 김필두 씨는 옛날부터 심어온 토종씨앗 3종을 흔쾌히 건넸다. 토종씨앗을 지키겠다는 이들의 노력에 동참한 것.

진주토종씨앗모임 회원들은 토종씨앗을 받아들며, 토종씨앗이 언제부터 심겨져온 것인지, 또 어느 시절 심는 게 좋은지를 기록했다. 또 이 씨앗이 어느 지역, 어느 집에서 가져온 것이며, 어떤 내력이 있는지도 꼼꼼히 물었다. 이들은 씨앗 일부를 소중히 받아들고 미리 준비해간 토종씨앗수집봉투에 갈무리했다.

이날 진주토종씨앗모임이 구한 토종종자는 두벌동부, 올콩, 늦콩, 부추, 서리태, 도라지, 늦들깨, 참깨 등이다. 6개 마을 경로당을 돌았음에도 토종씨앗을 가진 농민들은 적었다.

토종씨앗모임 회원들은 “예전에는 자급자족을 하다보니 이것저것 다 심었다. 그러나 현재는 단작화, 전업화되면서 한 두가지만 돈이 되게 심는다. 그러다 보니 종묘상에서 살 수 있는 씨앗, 즉 개량화돼 상품성이 높은 씨앗을 심거나 육묘장에서 파는 모종을 주로 심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는 사이 씨앗의 주인인 농민의 권리가 사라지고 있다. 종자산업법에는 농민이 뿌리고 거둔 씨앗으로 농사를 지어 생산한 잉여농산물을 팔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런 사정이니 이미 종자회사가 독점한 씨앗이 아닌 전래의 토종씨앗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 진성면 대사마을 주민 이순자 씨(82)가 제공한 7종의 토종씨앗이 토종씨앗수집봉투에 담겼다.

진주토종씨앗모임이 이같은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오랜 기간 농가에서 또 마을에서 전해져내려오던 우리 토종씨앗이 없어져간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들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한 마을에서 오랜기간 심어져 오던 토종씨앗이 없어지게 된다. 이들 토종씨앗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창현 씨는 “토종종자가 우리 몸에 좋다는 걸 사람들이 잘 알고 있지만, 정작 토종씨앗 지키고 공유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 같다. 이들 종자를 심고 육성해 사람들에게 배포하고 있고, 토종종자로 키운 작물들을 조금씩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가공품화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2년간 토종씨앗을 찾고, 이들을 무료로 배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 토종씨앗을 집중적으로 배포하고 있으며, 특히 가을에는 진주여성농업인센터와 함께 씨앗축제를 연다. 8월말에는 토종배추 모종을 심어 나누고 있다. 토종팥인 ‘이팥’을 심어 찜질팩, 토종오곡 세트 등을 만들 계획이다.

이들은 향후에도 이같은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진주토종씨앗모임에 함께할 시민을 구한다고 전했다. 토종씨앗을 지켜나가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란 것. 현재 이 모임의 회원은 8명이다. 토종씨앗모임에서 함께 토종씨앗을 찾고, 지켜가고자 하는 시민은 010-3804-8851로 연락하면 된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해 말부터 토종종자의 민간사용확대를 위해 토종종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토종종자은행은 평택시 고덕면 평남로 2만4천제곱미터 규모 대지에 씨앗 보관실, 전시실, 체험장. 육모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씨앗보관실에는 토종종자 2만여점을 보관할 수 있다. 경기도는 토종농사를 짓는 도민들이 종자를 보관하고, 나눌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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