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먹거리 역사(2) 호모 하빌리스

학자들 간에 약간의 의견차가 있을 수 있지만 인류 진화는 대체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순이다. ‘호모 하빌리스’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 있어서 대중적 관심이 덜하고 덜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수백만 년 인류 진화사에서 중요하지 않은 단계란 있을 수 없다. 호모 하빌리스는 무엇을 먹었고, 무슨 특징이 있었으며,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우리나라 경제수준과 소비수준이 향상되면서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 중 하나는 삼겹살을 포함한 육류 소비량의 증가였다. 중국도 경제가 성장하자 육류소비량 증가가 가장 먼저 나타났다. 대부분의 인간은 조건만 되면, 구할 수만 있다면 고기를 더 먹고자 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종속과목강문계’라는 생물 분류 체계에서 ‘속’에 해당하는 분류단위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에는 여러 종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라는 종이 있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속’명이고 ‘아프리카누스’는 ‘종’명이다. ‘호모 하빌리스’에서 ‘호모’는 ‘속’명이고 ‘하빌리스’는 ‘종’명이다.

▲ 황규민 약사

그런데 ‘호모’속이 아닌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으로 취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최초로 두발로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동물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네 발로 기느냐 두 발로 걷느냐 하는 것이다. 두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손이 자유롭게 되었고 인간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종이란 서로 교배가 가능한 그룹을 말한다. 화석 형태 연구결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하빌리스는 서로 교배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속으로 분류해야 할 만큼 차이점이 크다고 판명되었다. 하지만 호모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는 교배는 불가능하지만 서로 다른 속으로 나누어야할 만큼 차이가 크지 않다고 판단됐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를 다른 ‘속’으로 나눌 만큼 큰 차이는 무엇일까? 원숭이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가장 큰 차이점이 두발로 걷기였다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하빌리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손을 자유롭게 쓸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Homo habilis에서 habilis는 hand를 뜻한다. 호모 하빌리스는 ‘손 쓰는 사람’이란 뜻이다. 손을 쓴다는 것은 석기와 같은 도구를 제작하고 활용했다는 뜻이다.

석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사냥을 했다는 뜻이고 땅속에 묻힌 덩이 줄기 같은 먹거리를 파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호모 하빌리스 시대에 와서 인류는 이제 수렵채집으로 먹거리를 얻게 된다. 인류먹거리 식단이 식물 위주 잡식식단에서 동물 위주 잡식식단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아직은 불을 사용할 줄 몰랐고 도구도 초보적인 석기였기 때문에 큰 동물을 사냥하지는 못했다. 여전히 포식자가 먹다 남긴 사체를 먹었다. 하지만 도구로 두개골이나 뼈를 깨서 골수를 꺼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먹거리가 바뀌니 치아와 턱뼈가 영향을 받아 튀어나온 입이 들어가는 등 얼굴모양이 변했고 장에도 영향을 주어 전체 체형에도 변화가 생겼다. 육식의 증가로 지방과 단백질 섭취량이 늘어나면서 두뇌가 커지고 지능이 향상되었다. 나무 위 생활에서 벗어남으로 인해 어깨와 팔은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짧아졌으며 사냥을 위해 걷고 달려야 했으므로 다리와 골반은 오늘날 우리와 비슷하게 변화하게 되었다. 이렇게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과 호모 속은 건널 수 없는 큰 차이가 생겼다.

인류 먹거리 역사에서 호모 하빌리스의 먹거리는 육식 위주 잡식식단이었다. 뇌와 소화기관은 식단에 맞게 적응하여 변했다. 이제는 변화된 뇌와 소화기관을 유지하기 위해 육식을 선호하도록 호모 하빌리스는 우리 입맛과 DNA에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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