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섹스의 쾌락은 진화론적 진리이다.

''에이~ 블랙커피는 맛이 없어 못 먹겠더라. 다시 봉지커피 마신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대사성 질환은 식재료의 가공 또는 과식에서 온다. 과식은 맛이 있기 때문이다. 맛은 본래 칼로리 확보를 위한 미끼였다. 옛날에는 칼로리 확보가 생존에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맛있는 것은 모두 고칼로리 음식이고 기름지고 달다. 결국 맛이란 진화 과정에 반영된 생존을 위한 보상 시스템의 하나이다. 섹스의 쾌락이 종족번식을 위한 미끼와 보상인 것과 같은 원리이다. 맛과 섹스의 쾌락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것이 자연선택 된다는 진화론적 진리를 보여준다.

▲ 황규민 약사

칼로리와 소금이 부족한 환경에 선택되어 단맛과 짠맛, 고칼로리 음식을 좋아하게 만들어진 우리 몸과 뇌는 칼로리와 소금이 흘러넘치는 현대의 환경에서도 여전히 단맛과 짠맛, 기름진 음식의 쾌락을 쫓고 있다. 굶주림의 시대에 맞추어진 생존 장치가 풍요의 시대에서는 족쇄가 된 것이다.

음식은 본래 생존을 위한 것이었으나 이제는 맛과 쾌락을 추구하고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바뀌었다.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그 결과는 앞에서 언급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뿐만 아니라 지방간, 비만에 의한 불임(다낭성 난소증후군)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사를 하신다는 60대 초반 아주머니는 당뇨약을 꽤나 여러 종류를 드신다. 그래도 혈당이 300 정도는 예사다. 생활관리가 안 된다는 뜻이고 생활관리의 핵심은 먹고 싸는 것에 대한 관리이다. 이 분은 하루에 봉지커피를 5~6잔 이상 마신단다. 피곤해서 마시고, 장사 안 되서 마시고, 울적해서 마시고... 그렇단다.

봉지커피는 대부분이 설탕이다. 혈당관리가 안 되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계속 봉지커피를 이렇게 마시면 ''시력도 가고, 손발도 저리고, 풍이나 협심증도 온다.'' 상담 반 협박 반으로 타일렀다. 꼭 마시고 싶으면 블랙커피를 마시라고 당부를 했다. 한참 만에 와서 하는 말이 블랙커피는 맛이 없어 못 마시겠단다. 그래서 다시 봉지 커피를 마신단다. 사실 이 분은 커피를 핑계 삼아 설탕물을 하루에 5~6잔씩 마시고 있는 것이다.

맛이란 이런 것이다. 특히 단맛, 짠맛은 DNA에 깊숙이 각인되어있다. DNA에 각인된 본능을 극복하고 변화된 환경에 맞는 적합한 입맛과 식습관을 갖는 일은 이렇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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