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싸는 것이 삶의 시작과 끝이다.

인체는 빵이 아니라 도넛 형상이다. 도넛의 구멍에 해당하는 부분이 소화기관이다.

소화기관은 입에서부터 위, 소장, 대장, 항문까지를 말한다. 소화기관의 공간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뻥 뚫린 외부이다. 이 외부를 열고 닫는 것이 입과 항문이다.

산다는 것은 음식이라는 물질을 입이라는 외부 공간에 집어 넣었다가 항문이라는  외부 공간으로 밀어내면서 에너지와 영양물질을 뽑아내는 과정의 반복이다. 하지만 단순반복이 아니라 차이의 반복이다. 그 차이의 반복은 건강과 건강하지 못함의 반복이다.

일단 입에 음식을 넣고 삼키면 위산과 소화효소가 분비되며, 장의 운동이 시작되고, 음식이 분해되어 흡수된다. 위산 분비, 소화효소 분비, 장 운동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내가 통제하는 영역이 아니라 신경계나 내분비계의 조절을 받는 제2의 뇌가 통제하는 영역이라는 의미다.

소화기관이 제2의 뇌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소화 흡수는 생존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일일이 뇌의 판단과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위장관은 장 신경계라는 자체 신경계를 가지고 있다.

음식을 침이나 소화효소와 섞고 항문을 향해 밀어보내는 작용은 물리적 과정이며, 음식을 잘게 분해하여 흡수되기 쉽게 하는 과정은 화학적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물질의 흡수가 가능하다.

입과 항문 사이에 있는 위, 소장, 대장은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제2의 뇌에 의해 작동한다. 하지만 열고 닫고,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입과 항문은 우리의 의지대로 통제할 수 있다. 아니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삶이 내 것이 된다.

먹어야 할 때 먹지 못 하고 먹지 말아야 할 때 먹고 나서 후회하는 삶이란 무엇이며, 싸야할 때 싸지 못 하고  싸지 말아야 할 때 급하게 화장실로 돌진해야 하는 삶이란 얼마나 불행한 삶인가.

거식, 과식, 폭식 그리고 변비와 과민성 장 질환은 먹고 싸는 것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이다.

연말연시는 먹고 마시는 것을 내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때이다. 먹고 마시는 것이 마음대로 안 되면 싸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된다. 아픔과 불행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먹거나 안 먹는 것, 즉 입은 내가 통제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제과회사, 식품회사의 영업과 마케팅은 심리학과 생리학을 동원하여 우리 뇌를 통제하고, 먹고 안 먹는 것에 대한 판단, 결국 입을 그들이 통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트레스 넘치는 사회 환경, 무리한 다이어트, 식이섬유가 부족한 정제탄수화물
중심의 가공식품은 싸는 것을 우리의 통제에서 벗어나게한다. 

먹고 싸는 것을 통제하지 못 하는 인생은 제대로 된 인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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