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가 그 선두에 서 보는 건 어떨까.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었던 문성근 씨는 경상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민주주의 구현 방안'을 언급했다. 설명은 간단했다. 아래로부터의 여론 수렴을 위해 정부나 정당이 지역마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하고 여론을 수렴, 정책화한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 말이 혁신적으로 들렸지만 일부 선진국은 이러한 시스템을 이미 구현하고 있다.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시는 몇 해 전부터 ‘겟 더 메이어(Get The Mayor)’라는 플랫폼을 통해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한다. 일정 비율 이상의 시민이 동의를 표한 정책은 정책전문가가 이를 검토해 시행한다. 스페인 마드리드도 마찬가지. 마드리드 시는 ‘디사이드 마드리드’라는 플랫폼을 통해 유권자의 1%가 찬성한 안건은 찬반투표를 거쳐 정책화하고 있다.

누구나 손 안에 든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시대, 마음만 먹으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직접민주주의 구현은 꿈이 아니다. 전 국토를 대상으로 이러한 체계를 구축하긴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지역은 비교적 쉽다. 인구가 적고 면적이 좁기 때문에 어느 안건이든 시민들이 빨리 인지할 수 있다. 시민의 의견을 취합하기도 쉽고, 투표도 빠르게 진행된다.

▲ 김순종 기자

하지만 웬일인지 국내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들리지 않는다. 민주주의 체제의 이상이 직접민주주의에 있으며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한 상황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대의민주주의임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다. 일부 기득권들이 의도적으로 이러한 시도를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문성근 씨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특정 후보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 구현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다소 이해도 된다. 인터넷을 통한 직접민주주의가 구현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아마 권력과 정보를 한 손에 쥐고 세상을 흔들어 온 일부 기득권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손에 쥔 달콤한 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네 삶은 다원화됐다. 아무리 뛰어난 정치가라 하더라도 다원적인 사안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이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율하는 것 역시 어렵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토론하고 투표를 통해 사안을 결정하는 체제는 오랜 세월 인류가 바라왔던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가능토록 한다. 일부 선진국에서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 체제는 한국에 도입하기 용이하다. 인터넷 보급률 1위, 국민 대다수가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지닌 나라가 바로 이 곳, 대한민국이다. 독일이나 스페인보다 훨씬 더 쉽게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할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인구분포도 그렇다. 우리나라에 320만 명(마드리드) 이상의 자치단체는 드물다. 마드리드에서 실행 가능한 시스템을 우리의 중소도시가 구현하지 못하리란 법이 없다. 도시 규모가 작을수록 직접민주주의는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인구가 적을수록 관련 안건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인지하며, 합의를 이루어내기 쉽다. 일부 선진국에서 진행 중인 직접민주주의 실험을 국내에서도 시도해볼 때가 됐다. 진주시가 그 선두에 서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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