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작가. 잊힌 골목에서 건져 올린 진주 옥봉동의 기억 두번째 책 발간
『콤코무리한 이야기들_옥봉』, 오래된 동네의 시간을 기록하다
진주 원도심 옥봉에는 존재하지만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장면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떠난 이들이 많아 쇠락한 동네로 여겨지지만, 골목마다 삶의 온기를 붙들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기록 작업을 해 온 박성진 작가는 이 오래된 동네를 다시 들여다보며 잊힌 골목에서 건져 올린 질문들을 책 『콤코무리한 이야기들_옥봉』에 담았다.
박 작가는 지난여름, 옷이 땀으로 젖을 만큼 옥봉 골목을 걸었다. 사라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남아 있던 자리들, 존재하지만 쉽게 발견되지 않는 풍경들을 사진과 짧은 글로 기록했다.
그는 “두 번째로 옥봉을 쓰다 보니 동네가 더욱 또렷해졌다. 알아가는 만큼 애정도 깊어졌다”고 적었다. 골목과 사람, 고양이, 대문, 초인종 같은 일상의 장면들은 그의 시선에서 “콤코무리한 이야기들 두 번째, 〈잊힌 골목에서 꺼낸 질문들〉”이라는 책으로 완성됐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대문’이다. 현대 도시의 획일화된 아파트 현관문과 달리, 옥봉의 대문은 집마다 제각각의 색을 품고 있었다.
박 작가는 “예전에는 주소 대신 색으로 집을 구분했다. ‘빨간 대문집’, ‘초록 대문집’이라고 불렀다”고 기록했다. 녹이 슨 대문은 단순한 출입구를 넘어 집과 사람을 대신해 정체성을 표시했다.
대문 옆에 붙은 낡은 초인종도 작가의 시선을 붙잡는다. “버튼 하나면 안쪽의 누군가가 응답할 수 있는 장치지만, 이 동네 초인종 대부분은 오랫동안 눌리지 않은 듯했다. 마치 불리지 않은 이름처럼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작가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은 채 한참을 머물며, 그 정적을 기록했다.
『콤코무리한 이야기들』은 단순한 사진집이나 답사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오래된 사물과 공간의 시간을 들여다보며 삶의 태도를 묻는 일종의 사유 기록에 가깝다. 골목의 벽면은 작가에게 말을 건네고, 독자는 사진과 글 사이 여백에서 그 말들을 더듬어 듣게 된다.
“어떻게 이렇게 살아오셨습니까?”
“악착같이 살았다.”
『콤코무리한 이야기들_옥봉』에는 이름이 불리지 않아도, 주목받지 않아도 묵묵히 삶을 이어온 세월이 응축돼 있고 옥봉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지치고 실패하고 원망하는 순간들이 있어도, 애써 드러내지 않고도 사람들은 매일을 버티며 살아낸다. 그렇게 이어진 시간들이 모여 한 동네의 역사가 되고,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골목의 풍경을 완성한다.
기억과 공간, 사라져가는 것들의 온도를 기록하는 사람. 진주에서 ‘토브아카이브’를 운영하며 삶의 흔적이 남은 장소와 사물, 시간을 관찰하고 글과 사진으로 남긴다.
보이는 것 너머의 맥락과 여백을 통해 “존재하지만 발견되지 않은 것들”을 질문한다. 『콤코무리한 이야기들』을 통해 진주의 잊힌 기억을 기록하고 있으며, 월간 《곰단지야》에서 ‘진주이야기’를 연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