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진주북페스티벌, 허수경 시인 작품 재조명
어린이책시민연대 진주지부 “마루호리의 비밀” 알리기 나서
지난 1일 열린 제13회 ‘진주북페스티벌’에서는 지역의 문학과 어린이책을 잇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진주의 작은도서관 협의회 단체 회원들과 도서출판 곰단지 등 20여 개 단체가 참여해 시민들과 함께 책의 가치를 나눴다.
이날 어린이책시민연대 진주지부는 시인 허수경의 판타지 동화 <마루호리의 비밀>을 소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허수경 시인이 선물한 판타지 동화
진주에서 나고 자란 허수경 시인은 시와 고고학, 두 세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쳤다.
<마루호리의 비밀>은 그가 어린 시절 고향에서 들은 도깨비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첫 판타지 동화로, 2012년 ‘아이들이 뽑은 좋은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작품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도깨비 ‘비형’에서 모티브를 얻어, 인간을 돕고 교감하는 유쾌한 도깨비 ‘다비’의 이야기를 그린다.
겁 많고 작은 꼬마 도깨비 다비는 잃어버린 ‘마루호리’를 찾아 도깨비나라를 구하는 모험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허 시인은 악인조차 따뜻하게 감싸는 시선, 타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성찰한다.
그는 책소개에서 “인간의 역사는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발전한 역사”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연민과 용서가 세상을 치유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마루호리의 비밀에는 진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기억과 풍경이 배어 있으며, 회색 얼굴의 바위, 노래하는 물고기, 물원숭이 등 상상 속 존재들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어린이책시민연대 석선옥 회원은 “행사를 준비하며 허수경 시인이 쓴 동화책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시인이 쓴 작품인 만큼, 진주 시민과 아이들이 더 많이 읽고 기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허수경 시인은 1988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해 『혼자 가는 먼 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등을 발표했다.
이후 1992년 독일로 건너가 고대근동 고고학을 공부하며 시와 학문을 병행했고, 2018년 암 투병 끝에 향년 54세로 독일에서 생을 마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