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차 지리산 초록걸음, 구례-하동 악양 동정호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섬진강을 따라
137차 지리산 초록걸음은 구례와 하동을 잇는 남도대교에서 출발,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는 섬진강을 따라 악양 동정호까지 걸었다.
그야말로 수평의 길이라 노약자나 어린이들과 함께 걸어도 부담이 없는 이 섬진강길은 지리산 둘레길 21개 구간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구례 간전면에서 남도대교를 건너 본격적으로 걸음을 시작했다.
이번 여름 폭우 때 섬진강길도 몇몇 곳이 유실되어 아직 복구가 되질 않아 출입금지 팻말이 곳곳에 있었지만 미리 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걸음을 이어 갈 수가 있었다.
강가를 지나면서 물고기 사냥에 열중인 민물가마우지들을 맨 먼저 만났다.
섬진강 은어가 그들의 최애 식사 메뉴로 은어 씨를 말릴 지경이라 섬진강 은어 낚시꾼들이 급감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는데 그 결과 유해조수로 지정되기까지 했단다.
섬진강을 바라보며 걷는 길동무들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워 보였는데 헛개나무 숲에 대숲 그리고 금목서와 은목서에 녹차까지 다양한 나무들이 길동무들의 눈과 코를 즐겁게 해주었기 더 즐겁게 초록걸음을 이어 갈 수가 있었다.
다행스럽게
은목서가
아직 꽃을 달고 있어
그 은은한
향기가 퍼져왔다
가을 향기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금목서는 며칠 전 내린 비에 꽃이 죄다 져버렸지만 다행스럽게 은목서가 아직 꽃을 달고 있어 그 은은한 향기를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다.
단아한 꽃과 열매가 함께 달려있어 화과동시(花果同時)로 불리는 차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눈앞엔 섬진강 백사장이 펼쳐진 제1쉼터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는 후식으로 시와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강연호 시인의 ‘섬진강에 지다’라는 시를 길동무들에게 들려드렸고 음악은 김용택 시인의 시에 범능스님이 곡을 붙여 노래한 ‘섬진강’을 성능 좋은 블루투스 스피커로 라이브 공연처럼 감상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정세현이란 예명으로 민중가수로 활동하셨던 범능스님이 입적하신 지도 어느새 6년이 지났기에 스님의 목소리가 더 애절하게 다가왔다.
점심 식사 마치고 보드라운 섬진강 백사장을 밟고 강물에 손을 담그면서 섬진강의 그 짜릿한 숨결까지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부춘마을과 검두마을 지나 만난 300세 팽나무가 추석 연휴 때 내린 비로 한쪽 가지가 부러져 너무 안타까웠다.
300년 세월
팽나무 어르신
다행히 신속한 응급 처치를 통해 임시 조치를 해 놓긴 했지만 그 늠름했던 옛 자태를 되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는 이 팽나무 어르신이 이렇게 상처를 입은 이유가 19번 국도 4차선 확장 공사 때문이란 생각이다.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주변 지형과 물길이 바뀌는 바람에 300년 세월 동안 잘 살아왔던 팽나무에게 치명적 영향을 끼친 게 분명하리라.
팽나무 어르신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모아 우리 길동무들은 꼭 껴안아 주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평사리 입구 섬진나루를 지나 동정호에 도착했더니 때마침 지리산 둘레길 소풍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태주 씨의 오카리나 연주에 다양한 체험 부스까지 있어 발걸음을 마친 길동무들에겐 예상치 못했던 덤이었다.
게다가 동정호엔 노랑어리연꽃이 활짝 피어 있어 더 즐겁게 137차 초록걸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