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진주사람 김경현이오!』 출판 기념회를 기다리며

나는 진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50년 넘게 살아왔지만, 정작 누군가 “고향 진주를 말해보라” 하면 쉽게 답하지 못한다.

이는 외국인이 한국과 한국인, 한민족을 설명하라 하면 한두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도서출판 곰단지가 김경현 작가의 "나, 진주사람 김경현이오"를 펴냈다. 
도서출판 곰단지가 김경현 작가의 "나, 진주사람 김경현이오"를 펴냈다. 

그런데 내 가까운 이 중에는 진주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있다. 바로 김경현이다. “아는 만큼 사랑하고, 사랑한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면, 그에게 가장 어울린다.

『진주이야기 100선』을 통해 지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그의 이름을 알 것이다.
『진주이야기 100선』을 통해 지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그의 이름을 알 것이다.

『진주이야기 100선』을 통해 지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그의 이름을 알 것이다. 『명석면사』, 『친일인명사전』, 『일제강점기 인명록 1-진주지역 관공리·유력자』, 『구술사로 읽는 한국전쟁』, 『민중과 전쟁기억-1950년 진주』 ,『진주 죽이기』 등 그가 써온 책들만 보아도 진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얼마나 깊고 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스스로 ‘진주사람’임을 선언하는 책을 펴냈다. 사실 그가 진주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이번 책은 『진주 죽이기』와 개정·증보판 『진주이야기 100선』에 대한 서평과 후기, 저자의 해설을 엮은 것이다. 내가 썼던 서평도 부끄럽게 실려 있고, 촉석문 앞 변영로의 논개 시비(詩碑) 오자 문제를 두고 경남일보 강동욱 기자와 벌였던 논쟁도 담겼다. 또한 언론 인터뷰, 페이스북 댓글 등 책을 둘러싼 다양한 뒷이야기까지 풍성하게 들어 있다. 그의 책을 다시 펼치다 보니 ‘진주’, ‘진주사람’, 그리고 ‘진주정신’을 새삼 곱씹게 되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나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은 지리적 공간이 인문과 역사를 형성하는 결정적 요인이라 말한다.

인간의 정신과 의지가 지리에 전적으로 종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삼천 년 전 한반도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을 때도 진주의 자연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북쪽에는 지리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남쪽에는 풍부한 수자원을 지닌 청정 바다가 맞닿아 있어 살기에 좋은 땅이었다.

하지만 진주는 언제나 ‘변방’이었다. 삼국시대에는 이름 없는 가야 왕국이 자리했고,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한 10세기 이후 조선 500년과 근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줄곧 중심부와는 거리가 있었다. “천릿길 진주 잘 오셨습니다”라는 입간판이 한때 진주 입구에 세워져 있었고, <진주라 천리길>이라는 유행가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토박이로 살면서 나는 이 ‘천릿길 진주’라는 말이 늘 못마땅했다.

서울이라는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소외된 도시, 발전이 더딘 낙후된 곳이라는 뉘앙스가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경현의 『진주이야기 100선』에 실린 해석을 읽고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천릿길 진주’를 “중앙의 힘이 미치지 못한 곳에서 독창적이고 특별한 역사와 문화를 이룩하고 간직한 고장”으로 재해석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시각의 근거는 바로 진주만이 지닌 ‘진주정신’이다.

처음엔 ‘진주정신’이라는 말이 낯설었다. 수많은 역사와 인물들을 한 줄로 꿰어내는 정신이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하지만 신영복 선생의 말처럼 역사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오늘의 시각과 목적에 따라 해석된 결과물이다. 김경현은 기자 시절 숨어 있던 사건과 인물을 발견할 때마다 “갯벌 속에서 진주조개를 캐는 기분”이라 했다.

『진주이야기 100선』 서문에서도 그는 “사료를 확인하다 보면 시대의 현장에 서 있는 듯 전율을 느끼기도 했고, 희망찬 함성과 의로운 투쟁을 보기도 했으며, 때로는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역사는 결국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애정 어린 눈으로 탐구하고, 올바른 기준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김경현만큼 ‘진주사람’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이도 드물다.

주체적이고 평등한 진주의 유산, 곧 ‘진주정신’을 바탕으로 그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단순한 ‘진주 출신’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찐 진주사람’이다.

도서출판 곰단지는 오는 20일 김경현 작가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도서출판 곰단지는 오는 20일 김경현 작가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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