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초등학교 소꼽친구 태복 씨가 찾아왔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최근 만든 닭장을 보여주는데 바로 옆 수박밭으로 검정색 SUV 차 한 대가 들어갔다가 나가면서 잠시 멈췄다.
가볍게 눈인사를 했는데 먼저 말을 했다. " 닭들 족제비에 괜찮겠어요?"
수박농사를 하면서 제초제가 날아와서 정원 꽃들이 조금 피해를 볼 적이 있어서, 밭일하는 분에게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왠지 밭을 관리하는 사장 같은 느낌이 들어서 또 얘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좋은 낯으로 인사를 건네는 데 굳이 안 좋은 얘기를 하는 게 그래서 웃으면서 답했다. "튼튼하게 지었어요."
사장으로 보이는 분은 차를 출발하면서 "오후에 밭을 갈아엎을 예정이니 혹시 먹을만한 것이 있으면 따서 드세요."하고 떠났다.
밭에는 제법 많은 수박이 보였다. 태복 씨와 나는 점심을 미루고 수제를 끌고 와서 수박을 따기 시작했다. 꼭지에 난 솜털이 없고 덩쿨손이 마른 것들을 골랐다. 짧은 시간에 20개가 넘는 수박을 따왔다. 그리고 필연샘, 규리네, 기린이네, 감독님께 전화해서 수박을 나눴다. 시골에 살다 보니 이런 횡재도 한다.
자연과 사람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 온 화가이다. 오랫동안 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일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학생들과 더불어 나누었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 교사 모임에서 일하며 ‘녹색손’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생각하는 작은 배움터 ‘도토리 교실’을 이끌었다. 『두꺼비 논 이야기』를 지었고 『콩알 하나에 무엇이 들었을까?』, 『가랑비 가랑가랑 가랑파 가랑가랑』에 그림을 그렸다. 최근에는 『오늘 뭐했지?』 (제주 정원에서 쓴 녹색손 그림일기)를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