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추위가 시작된 지난겨울 언 땅을 밟고 감옥으로 들어서는 그를 애 터지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내가 이리 살이 떨리는데 저 사람은 얼마나 얼척없고 분할지 생각하며 지긋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들으란 듯 TV를 향해 크게 외쳤다. "조국! 푸샵 스쿼트 야물게 하고 원 없이 책 읽고 더 단단해져서 내년 여름에 봅시다!"

여름에 보잔 말이 빈말은 아니다. 내란 수괴 벼슬을 덧대고도 아직 대통령인 윤석열이 여전히 거들먹거리지만, 이틀 전인 2024년 12월 14일 마침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대통령 직무는 정지됐다. 이제 제아무리 발광해도 벚꽃 지기 전에 탄핵이 이루어질 것이 자명하고 오뉴월엔 새 대통령이 뽑힐 것이다.

취임한 대통령이 우선 급한 설거지로 나라 꼴을 수습하고 진용을 갖추면 이미 한여름이고 사면받기 좋은 날이 지척이라. 그게 똑떨어지는 내 계산속이었다.

그러나 세상사 그리 순탄하게 아퀴 지어지던가. 내란의 여진은 간단치 않았다. 권력의 개가 된 검찰, 법비 노릇에 이골이 난 판사, 정치인의 탈을 쓴 모리배들, 예수 팔아 혹세무민하는 사기꾼 목사, 가짜뉴스로 슈퍼챗 낚아 올리는 사악한 유튜버들, 오로지 사주의 이익에 복무하며 턱찌끼로 연명하는 기레기들이 마치 놀부가 탄 박이 열리듯 기어 나와 내란을 옹호하고 윤석열을 감싼다.

자칫 기득권이 날아갈 수 있다는 극도의 위기감이 토해낸 집단적 커밍아웃이다. 그 '헛것'들에 기댄 윤석열이 방탄차에 경호원 달고 으스대며 법정에 나와 천연덕스레 거짓말을 늘어놓는가 하면 복귀를 호언한다. 12월 3일부터 6월 3일까지 꼬박 6개월. 마음을 쉬 놓을 수 없는 불면의 일월이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시인과 촌장의 아름다운 음률에 붙인 노랫말 '풍경'을 인용한 장순욱 변호사의 격조 높은 마지막 헌재 변론은 놀라고 지쳐 버석거리는 마음에 뭉클한 위안을 줬다.

헌재의 선고는 저 패역한 헛것들이 뒤집고 헤집은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는 민의의 확인이다. 공동체는 그 선포를 실행할 마땅한 대리인으로 이재명을 뽑았다.

그이라면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 이상의 풍경을 그려나가리라 기대하며. 매미 소리 요란하니 여기저기서 조국의 광복절 사면을 청원하는 소리가 드높다.

조국이 겪어온 7년 지옥의 단초는 검찰 개혁을 외대던 그가 2019년 8월 9일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되면서다. 검찰은 법무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종료 직전인 한밤에 소환 조사 한번 없이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다. 그걸 시작으로 70명 검사가 동원돼 376회의 압수수색을 벌이며 딸과 아들, 아내, 동생, 조카, 친지, 친구를 망라한 조국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타락한 엘리트 조직 검찰이 조작하고 거기 유착해 먹이를 나누는 썩은 언론이 외고 펴고 나발 불어 조국은 부패한 강남 좌파로 낙인찍혀 삭탈된다.

문재인의 검찰 개혁은 무산됐다. 조국을 제물로 대통령에까지 오른 검사가 오늘 특검 소환을 거부하며 팬티 차림으로 널브러져 넉장거리하는 그자. 윤석열이다.

그 같잖은 표창장을 구실로 '교육자적 양심' 운운하며 뻔뻔한 거짓말로 이 사단을 벌인 동양대 최성해의 마각은 이미 드러났다.

대통령은 사면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리하여 저 무리가 저지른 행악을 명징하게 바로잡아 국민주권 정부에 의해 회복되는 정의의 풍경을 보고 싶다.

홍창신 / 칼럼니스트
홍창신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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