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광제산 골짜기 농부의 일상
경남 진주시 명석면, 광제산 골짜기.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 염소들이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고 꼬리를 흔든다.
밀짚모자를 눌러 쓴 강병성 씨가 밤새 염소들이 잘 있었는지 살피러 왔다. 그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얼굴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다. 폭염 속 가장 뜨거운 자리에서, 광제산 사람들은 오늘도 묵묵히 땅을 일군다.
“아지매! 어데 가노, 이 더운 날에!”
지나가던 동네 사람이 놀라 소리친다.
그러자 90이 넘은 할매가 대답한다.
“그래도 아침저녁으론 쪼매 해야 안 되겠나.”
타들어가는 고랑을 바라보며 말한다.
“환할 때는 안 한다 아이가.”
하지만 누가 보나 안보나, 저승 가서도 일할 사람이다.
팔팔 끓는 폭염도, 할머니의 호미질을 멈추게 하진 못한다.
광제산 아래 또 다른 밭.
나이 80이 넘은 아저씨와 70대 아지매가 고래고래 고함친다.
“뭐 하네예! 고마 갑시더! 죽는다, 죽어!”
목청이 쉬도록 불러도, 농부는 밭을 떠나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