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지리산 둘레길, 133번째 초록걸음
하동 삼화실-버디재-서당마을 이팝나무 어르신-하동읍 12Km 구간

21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온 나라가 들썩대고 있지만 우리 길동무들은 이번 조기 대선이 초록 대선이길 바라며 변함없이 5월의 둘레길을 걸었다.

133번째 초록걸음은 하동 삼화실에서 시작, 버디재 지나 서당마을 이팝나무 어르신을 만나고는 바람재를 넘어 하동읍까지 대략 12Km 거리의 구간이었다.

버드재를 넘기 전 지리산을 잘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펼침막 사진을 남기다.ⓒ숲샘 최세현
버드재를 넘기 전 지리산을 잘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펼침막 사진을 남기다.ⓒ숲샘 최세현

 삼화실을 출발 버디재를 넘어 서당마을로 향하는 5월의 둘레길은 걷는 내내 때죽나무꽃과 찔레꽃에 아까시꽃과 바람개비 닮은 마삭줄꽃 등 흰 꽃들의 향기가 길동무들의 후각을 즐겁게 해주었다.

snow bell이란 영어 이름에 걸맞은 모양의 꽃을 주렁주렁 달린 때죽나무ⓒ숲샘 최세현
snow bell이란 영어 이름에 걸맞은 모양의 꽃을 주렁주렁 달린 때죽나무ⓒ숲샘 최세현

게다가 온몸을 휘감는 산들바람까지 더해져 비록 땀이 흘러내리긴 했지만, 숲의 기운을 흠뻑 느낄 수가 있었다.

‘지리산을 그대로’ 배낭 깃발을 단 길동무들의 뒷모습이 더 아름답다.ⓒ숲샘 최세현
‘지리산을 그대로’ 배낭 깃발을 단 길동무들의 뒷모습이 더 아름답다.ⓒ숲샘 최세현

 점심밥은 서당마을 들판을 370년째 지키고 있는 이팝나무 어르신 아래에서 먹었는데 고봉밥 같았던 꽃들은 다 떨어졌지만 풍성한 초록 잎으로 그늘을 내어주신 이팝나무 어르신 덕분에 그 어떤 고급 식당보다 맛난 식사를 할 수가 있었다.

율곡마을 할머니들이 직접 그리신 마을 벽화ⓒ숲샘 최세현
율곡마을 할머니들이 직접 그리신 마을 벽화ⓒ숲샘 최세현

밥을 먹은 후에는 시와 음악이 있는 초록걸음에 걸맞게 한강 작가의 목소리로 ‘나무는’을 감상했고 필사해 간 이성선 시인의 ‘아름다운 사람’을 길동무들에게 낭송해 드렸는데 다들 서당마을 이팝나무와 딱 어울리는 음악과 시라며 좋아들 하셨기에 필자는 내심 흐뭇했다.

활짝 핀 불두화 아래에서 쉬고 있는 동네 어르신의 전동차가 이채롭다.ⓒ숲샘 최세현
활짝 핀 불두화 아래에서 쉬고 있는 동네 어르신의 전동차가 이채롭다.ⓒ숲샘 최세현

 서당마을에서 점심을 먹고는 지리산 둘레길 12코스인 신촌마을로 가는 대신 상우마을과 관동마을을 지나 하동읍 쪽으로 향하는 지선을 택해서 걸었다.

흰 꽃들을 모두 내려놓았지만 초록 그늘을 내어주신 서당마을 370세 이팝나무 어르신을 배경으로...ⓒ숲샘 최세현
흰 꽃들을 모두 내려놓았지만 초록 그늘을 내어주신 서당마을 370세 이팝나무 어르신을 배경으로...ⓒ숲샘 최세현

서당마을에서 하동읍으로 들어서는 바람재까지의 길들은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에 5월의 따가운 햇살까지 받으며 걸어야 했기에 지루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바람재에서의 불어온 산들바람은 길동무들의 지친 발걸음을 보상해 주듯 유난히 시원했다.

길동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신 동네 할머니의 모습이 왠지 짠하다.ⓒ숲샘 최세현
길동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신 동네 할머니의 모습이 왠지 짠하다.ⓒ숲샘 최세현

 바람재를 지나 하동읍으로 향하는 길은 천년 녹차의 고향답게 차나무 오솔길로 만들어져 있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초록으로 물들어 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둘레길에서도 만나는 대선 후보들ⓒ숲샘 최세현
둘레길에서도 만나는 대선 후보들ⓒ숲샘 최세현

그리고 산등성에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과 저 멀리 하동포구의 모습까지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하동읍과 저 멀리 섬진강까지 탁 트인 풍경으로 초록걸음을 마무리하다.ⓒ숲샘 최세현
하동읍과 저 멀리 섬진강까지 탁 트인 풍경으로 초록걸음을 마무리하다.ⓒ숲샘 최세현

하동 충혼탑에서 그 걸음을 마무리한 이번 초록걸음, 지나는 마을마다 붙어있던 21대 대통령 선거 벽보를 보며 걸으면서 6월의 초록걸음 때는 대한민국이 상식과 공정이 통하는 명실상부한 민주주의의 나라가 되어 있길 간절히 바랐다.

하동에 걸맞게 녹차로 조성된 바람재 오솔길ⓒ숲샘 최세현
하동에 걸맞게 녹차로 조성된 바람재 오솔길ⓒ숲샘 최세현
하동읍으로 들어서는 고갯마루에 선 길동무들ⓒ숲샘 최세현
하동읍으로 들어서는 고갯마루에 선 길동무들ⓒ숲샘 최세현

아무튼 늘 변함없이 초록의 모습으로 함께 둘레길을 걸어준 길동무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서당마을 이팝나무 아래서 길동무들에게 들려준 이성선 시인의 ‘아름다운 사람’ⓒ숲샘 최세현
서당마을 이팝나무 아래서 길동무들에게 들려준 이성선 시인의 ‘아름다운 사람’ⓒ숲샘 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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