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했던 산청 시천과 하동 옥종의 산불로 인한 까만 상처들이 아물지 않은 산자락을 지나 도착한 하동호에서 시작한 4월 초록걸음, 출발 전 길동무들과 함께 이번 산불로 희생당한 분들과 화마에 삶을 마감한 지리산의 뭇 생명들을 기리는 추모 기도를 올렸다.
하동호는 청학동 계곡의 물들이 모이는 하동호는 하동군 청암면에 자리한 인공호수로 1985년 1월에 착공하여 1993년 11월에 준공한 농업용 댐인데 청학동 계곡과 묵계 계곡의 물들이 흘러들어 거대한 산중호수를 만들었다.
지리산 둘레길 11구간의 출발점인 하동호를 출발, 청암면 소재지를 지나 청암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너 관점마을로 향했다.
횡천면에서 청암면을 지나 청학동으로 이어지는 1003번 지방도는 왕벚나무 가로수로 유명한데 벚꽃은 모두 지고 대신에 왕벚나무 잎이 만들어준 초록 터널을 따라 초록 기운 흠뻑 받으며 걸을 수가 있었다.
오래된 감나무 한 그루가 우리들은 반겨주는 관점마을 회관에서 길동무들과 함께 낮밥을 맛나게 나누어 먹고는 야트막한 장구목 고개를 넘어 명사마을로 향했다.
명사마을 가는 길은 명사마을 특산물인 돌배나무로 가로수를 심어 환한 배꽃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길 중간에 자리한 명사정에서는 아픈 4월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준비해 간 노래 ‘새야’를 전인권의 목소리로 함께 감상하며 4월에 유명을 달리한 생명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명사마을과 상존티마을을 지나 존티재로 향하는 오솔길은 비록 오르막이긴 하지만 얼레지와 애기나리 등 길섶의 들꽃을 만날 수 있어 힘든 줄 모르고 고개를 넘을 수가 있었다.
존티재는 청암면과 적량면의 경계로 고개 정상에는 고개를 넘는 사람들의 무사안위를 빌며 만들어진 돌탑 형태의 돌무더기가 눈길을 끌었다.
존티재를 넘으면 삼화실을 내려다보며 걷게 되는데 삼화실은 이정마을의 배꽃과 서리마을 매화 그리고 도장골의 복사꽃이 어우러져 핀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옛 삼화초등학교는 현재 삼화실에코하우스로 리모델링해서 둘레꾼들의 숙박 시설 및 둘레길 안내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때마침 삼화초등학교 총동창회가 열리고 있어 마을 주민들이 우리 길동무들을 반갑게 맞아주시기도 했다.
이번 132번째 초록걸음에서는 외할머니와 엄마 아빠 손잡고 참가한 혜리와 예빈 자매까지 삼대가 함께 걸어 더 의미 있었던 발걸음이었다.
이렇게 남녀노소 누구나 길동무가 되어 걷는 초록걸음은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지켜낸다는 사명감으로 변함없이 지리산을 뚜벅뚜벅 걸을 것을 길동무들과 함께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