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들의 3차원적 권력과 잉여 추출
지난해 대통령 비상계엄을 저지한 시민들의 힘은 대단한 것이었다. 여의도에서, 남태령에서, 한남동에서, 그리고 전국 모든 도시와 지역의 광장 촛불과 응원봉은 대통령의 구속과 탄핵, 내란세력에 대한 단죄를 외치고 있다.
탄핵 인용이 예상되고,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이 시민들의 분노와 에너지를 정치개혁과 사회개혁으로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극우들의 반헌법적 서부지법 폭동 사태나 ‘국민의 힘’ 지지율 상승과 같이 우리 사회의 우경화도 우려할 만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의 배경에는 혐오와 분열의 정치, 보수화의 계급적 기반, 극우 사이비 개신교의 선동 등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좀 더 잘 이해하려면 정치적 행동이나 견해를 포함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과연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습이나 제도일 수도 있고, 군중심리가 작동한 결과일 수도 있고, 폭력을 포함한 외부의 강제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자기의 이해 관심사를 추구하면서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으며, 모든 주장을 합리적으로 평가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자발적 선택이다.
이 자발적 선택은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 무엇인가에 의해 자신의 욕망이 조정되고 통제되면서 순응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럴 때 권력은 더 세련된 모습을 띤다.
최고의 권력 행사인 것이다. 스티븐 룩스(Steven Lukes)는 최근에 재번역된 <권력이란 무엇인가>이란 책에서 이를 ‘3차원적 권력’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권력은 우리의 정치적 행동뿐만 아니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제적 활동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다.
경제적인 측면의 3차원 권력 행사와 이를 통한 플랫폼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구글, 아마존)의 잉여 추출과 관련하여 필자는 지난해 12월 17일 “당신 모르게 당신을 터는 방법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저는 쿠팡 없이는 하루도 못살아요”
구매나 맛집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검색해야 하고, 배민 배달이나 카카오택시를 부를 때도 모바일 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서다.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 대기업들은 우리들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우리에게 표적 광고를 제시하며 구매를 부추긴다.
자신의 상품을 더 많이 알려야 물건을 팔 수 있는 제조업자들로부터는 광고료를 받아 수익을 챙긴다. 여기에는 자사 상품까지 만들어 판매하는 아마존이나 아마존의 수익모델을 모방한 쿠팡 같은 기업들도 포함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이익 창출 과정에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개별화되고 흩어져있는 개인들을 수많은 정보 중에서 더 자극적인 것에 반응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자기 일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거나, 소진(burn out) 현상이 발생할 경우 쉽게 일어난다. 또 자신이 하는 일이 의미 없는 일자리이거나, 스스로 의미 없는 일이라고 느낄 때도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언제든지 털릴 준비가 된 것이다.
행동 데이터가 금전적 이익으로 전환되는데 필요한 두 번째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형 광고를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알고리즘이다. 플랫폼은 마치 기계들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공장이며, 여기에 알고리즘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이용자들로부터 가치를 체계적으로 이전시킬 수 있다.
알고리즘 주목 지대로 알려진 이 잉여 추출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이 조작되는 경우 극대화되며, 이는 판매자들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결국 구글이나 아바존, 쿠팡 같은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이 ‘강제적 통과점’으로서 플랫폼을 구축하고 우리를 인지적으로 지배하면서, 우리들의 행동 데이터를 수익으로 전환한다.
동시에 전통적으로 노동에 국한되어 있던 잉여 추출이 이제 소비자들, 생산자들에게까지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플랫폼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행하는 알고리즘 조작 등으로 검색의 질 저하, 낮은 상품을 상위에 노출하는 등 플랫폼 질 저하 같은 흑화(enshittification) 현상도 발생한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온갖 혐오와 편견을 확산시켜 트럼프 당선에 일조한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혹은 “X”는 이러한 흑화의 대표적인 사례 아닐까?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탈지대화, 분산관리와 커머닝(집단적 이익을 위한 공동체의 자원관리를 돕는 사회적 실천들과 규범), 민주화, 자율과 자치라는 네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지면 관계상 이를 다 설명할 수 없지만(자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를 참조 https://youtu.be/zCypHZOEi-k).
분명한 것을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 인공일반지능(AGI)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재, 욕구를 조정당하면서 3차원적 권력에 굴하지 않고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삶인지를 우리가 모두 고민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