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생 미등록 아동 3000명, 경남 거주 200명 추산
체류 자격 획득 비율 4.8%에 불과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 아동들의 교육권과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내놓은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이 만료 기간이 3월말로 다가오면서 미등록 이주 아동들에게 위기가 닥쳤다.
태어나면서 ‘불법’ 낙인...‘미등록 이주 아동’
'미등록 이주 아동'은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이나 난민 신청 실패 등으로 법적 체류 자격이 없는 아동을 말한다. 체류 자격을 가지지 못한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미등록 이주 아동과 가족을 추방할 경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된다며 법무부에 수정 권고했다.
법무부는 2022년 2월 1일부터 2025년 3월까지 제도 밖으로 밀려난 이주민 아동과 그 가족에게 임시 체류자격을 주는 구제 대책을 시행했다. 주요 골자는 외국인 아동에게도 교육권 보장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22년 달라진 내용으로는 국내 출생자 뿐만 아니라 영유아기 입국자 등도 대상에 포함되며, 체류기간 요건도 15년에서 6년 또는 7년으로 완화 한다는 다소 포용적인 정책이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출생한 미등록 이주 아동은 고등학교 졸업까지 교육 받으며, 그 아이들 돌보는 양육자의 경우에도 1,800만 원 정도의 범칙금을 내면 임시체류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대다수의 이주 노동자들은 범칙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처지에 놓여 있어 제도의 허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체류 자격 해당 아동에게는 학업을 위한 체류자격(D-4)이 부여되며,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1년간 임시 체류자격(G-1)이 주어지게 된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출생 미등록 이주 아동 중 초ㆍ중ㆍ고에 재학 중인 인원은 3000여 명이다. 이 중 경남에 거주하는 아동은 200여 명으로 추산되며,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학교 밖 미등록 이주 아동을 포함하면 인원은 더 날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이 제도를 통해 체류 자격을 얻은 이주 아동은 전국 기준으로 약 962명에 불과하며, 이는 국내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 아동 전체 2만명에 비하면 4.8%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지원센터 진주 사랑의집 박승수 팀장은 “미등록 이주아동의 안정적인 체류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의 상시접수와와 외국인 허용 요건 완화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태국에서 온 미등록 이주노동자 딴씨는 지난해 여름 귀여운 딸이 태어났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던 옆집 ‘에이피’ 형이 오토바이를 타고 슈퍼에 식료품을 사러 간 사이 인근 주민의 제보로 경찰에 체포되어 강제 출국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든 잡혀 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아내가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가야 하는데도 집을 벗어나기가 망설여졌다고 말했다.
이후 아이가 태어났지만 태국인 아빠는 한국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몇 날 며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면서 “지금 일하는 곳이 경남 작은 시골마을이라 태국 대사관이 있는 서울까지의 이동이 쉽지 않았을 뿐더러, 이동 하는 사이에도 경찰관의 순찰차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불심검문에 걸려 강제추방될까봐 거의 숨어 지낼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50만원이 넘는 왕복 택시를 불러 서울로 오르내리기를 서너번 반복했을까?
가까스로 서울 태국대사관에서 딸의 출생신고를 마치긴 했지만, 앞으로의 아이를 키워야 하나? 앞길이 더 막막해졌다. 고민끝에 다른 태국인 미등록 이주 노동자 부부들처럼 현지 브로커를 통해 태국행 비행기에 실어 고향으로 보내야만 했다. 그때 아이는 한참 엄마, 아빠를 알아보며 방긋방긋 미소짓는 5개월 차에 들어섰을 때였다.
아이가 떠난 그날 태국인 엄마와 아빠는 물 한모금 넘기지 못하고 속으로 울음을 삼켜야 했다.
경상남도 외국민주민지원센터 관계자는 “2022년 2월 이 제도가 생긴 이후 센터에도 체류 자격 부여 관련 문의가 쏟아졌고, 선정된 가정이 많은 혜택을 봤다”며 “단순히 교육을 넘어서 아이들이 양육자와 함께 안정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아이와 함께 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서류를 준비하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너무도 많다. 한시적인 제도였지만, 여기서 끝내지 않고, 이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연장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었다.
법무부는 3월 말 종료 예정인 제도 연장 여부에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만 밝혔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정말 이곳에 머물 자격이 없는 것일까?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인종차별철폐협약」 정부 보고서에 대해서 ‘불법체류자’ 용어의 사용은 대중들에게 부정적 인식과 차별을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주민번호를 부여받지 못해 본인 명의의 핸드폰 개통이 어렵고,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도 예매할 수 없으며, 봉사 사이트 1365 자원봉사포털에 가입하지 못하고, 역사 골든벨에서 우승을 해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더 중요한 일은 고등학교 정규 과정이 끝나고 나면 , 현행 법체계 안에서는 성인이 되었다고 여겨지면서 언제든 강제추방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스무해 가까이를 한국에 살았지만 그들은 정작 한국의 사회구성원으로 남지 못하게 된다. - 은유 작가 <있지만 없는 아이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