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여성민우회 소모임 찰랄라 풋살단, 뜨거운 여름에도 풋살은 계속된다

행복에 관한 연구서들은 행복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로 커뮤니티를 손꼽는다. 진주에는 어떤 모임들이 있을까. 진주 사람들은 어디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갈까. 이것은 모임 이야기지만, 사실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떤 인연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찰랄라 풋살단’이 그랬다. 나에게 축구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는 게 전부였다. 그것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꼭 봐야 하는 경기를 관람했다. “저건 아니잖아” “선수들 너무 지쳤네” “저렇게 하니까 골이 안 들어가지”라는 말을 거들면서 말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랬던 내가 일주일에 한 번 축구를 한다. 평소에 축구를 잘 알지도 못했고, 내가 공을 찰 거라 상상해본 적도 없다. ‘찰랄라 풋살단’ 주장인 문미야 씨를 만나기 전에는.  그녀는 여름휴가에 축구 경기를 보러 갈 정도로 열정적인 축구팬이다.

처음 풋살모임을 제안했을 때 나는 머리를 굴리지 않고 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매주 풋살 연습을 하는 장소가 집이랑 가까웠기 때문이다. 축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집에서 벌러덩 누워 있을 시간에 땀 흘리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다였다. 그렇게 ‘찰랄라 풋살단’을 만났다.

진주여성민우회 소모임인 ‘찰랄라 풋살단’은 2022년에 시작되었다. 
진주여성민우회 소모임인 ‘찰랄라 풋살단’은 2022년에 시작되었다. 

 

‘찰랄라’는 ‘공를 찬다’는 의미를 리듬감 있고, 여성스럽게 지었다고 한다. 
‘찰랄라’는 ‘공를 찬다’는 의미를 리듬감 있고, 여성스럽게 지었다고 한다. 

진주여성민우회 소모임인 ‘찰랄라 풋살단’은 2022년에 시작되었다. 그전에 ‘나르샤’라는 축구모임이 있었다. 그때는 전국대회를 나갈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다 해체되고, 지금은 누구나 쉽게 참여하도록 축구에서 미니 축구인 ‘풋살’로 종목을 바꾸었다.

‘찰랄라’는 ‘공을 찬다’는 의미를 리듬감 있고, 재밌게 지었다고 한다. 창립 멤버인 서은애 씨는 축구나 풋살이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고, 여성들이 단체운동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3월 어느 날 저녁, 나는 소심한 마음으로 경상국립대 풋살장으로 향했다. 풋살을 해본 적이 없었던 나는 첫날부터 후달렸다. 다음날 학창시절 운동회를 마친 날처럼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힘들었다. ‘이걸 계속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뒤통수에 달고 있었다.

그러다 7월초 친선경기가 있었다. 인원수를 채워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뛰게 되었다. 어떤 팀과 친선경기를 하는지도 모른 채 명석에 있는 풋살장에 갔다. 설마 했더니 상대편이 남성들이었다. 얼떨결에 공을 찼는데,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그날 처음 축구의 재미를 알았다고나 할까. ‘찰랄라 풋살단’이 하나가 되는 기분까지 느꼈다. @사진=찰랄라 풋살단 
7월 친선경기 때 처음 축구의 재미를 알았다고나 할까. ‘찰랄라 풋살단’이 하나가 되는 기분까지 느꼈다. @사진=찰랄라 풋살단 

원래 승부욕이 강한 성격은 아니지만, 얼굴이 빨개지도록 뛰었다. 심지어 우리가 3:1로 이겼다. 남성들이 살살했겠지라고 오해하시지 마시라. 그날 처음 축구의 재미를 알았다고나 할까. ‘찰랄라 풋살단’이 하나가 되는 기분까지 느꼈다.

그 후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무거운 몸을 일으켜 공을 차러 간다. 나뿐만 아니라 ‘찰랄라 풋살단’ 회원들도 귀찮을 때가 있는데, 뛰고 나면 개운한 맛에 나온다고 한다. 

‘찰랄라 풋살단’은 여성 모임이지만, 감독은 남성이다. 경상국립대 교수인 서현효 감독은 “축구는 아기자기한 운동”이라고 말한다. 공을 차면서 축구는 야성적이고 위험한 운동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현재 찰랄라2기는 모이는 이가 많지 않다. 하지만 서현효 감독은 “단 한 명이 와도 좋으니 매주 풋살단은 계속된다”고 말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폭염으로 뜨거운 여름에도 풋살은 계속된다.

열정적으로 뛰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도 ‘찰랄라’ 공을 차보리라. @사진=찰랄라 풋살단
열정적으로 뛰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도 ‘찰랄라’ 공을 차보리라. @사진=찰랄라 풋살단

‘찰랄라 풋살단’은 11월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주최하는 제3회 민우풋살리그를 준비 중이다. 여성민우회 회원들이 전국에서 모여 한바탕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천천히 공과 친해지고 있고, 열정적으로 뛰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도 ‘찰랄라’ 공을 차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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