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으로 번지는 진주-사천 행정통합 논란, 주요 쟁점 진단
"상호 신뢰 회복이 우선, 절차와 명분 획득해야"
지난 5월 20일 조규일 진주시장이 ‘진주-사천 행정통합’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다음날 21일 사천시의회는 강력하게 반발하는 기자회견이 이어져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6월 24일 사천시는 ‘조규일 진주시장의 사천-진주 행정통합에 따른 사천시 입장문’을 발표했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11만 사천 시민은 조규일 진주시장의 일방적인 사천-진주 행정통합 제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진주시의 일방적인 행정통합 제안은 시기적‧절차적‧명분적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단디뉴스는 지역재생연구소 최승제 소장을 만나 ‘진주-사천 행정통합’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진주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행정통합이 이슈가 되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 문제의 쟁점은 진주시가 일방적으로 제안했다는 겁니다. 이게 단순한 사업을 제안하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어려운 과정인데, 사전 양해나 협의 없이 발표한다는 거는 사실상 예의가 아니죠.
조규일 진주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연 5월 20일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날인데요. 사천 우주항공청 개청 관련 언론사(기자) 설명회 날이었어요. 사천 주도로 서부경남 이슈가 가고 있었던 때 갑작스럽게 속보가 나온 겁니다.
지역재생연구소에서는 행정통합이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지금까지 행정통합 사례들은 모두 중앙정부의 행정체계 개편과 연결이 돼 있습니다. 90년대 초반 도·농복합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추진되었습니다.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생긴 데도 있고 부드럽게 된 데도 있어요. 진주-진양은 굉장히 부드럽게 됐어요. 사천-삼천포는 엄청나게 큰 충돌이 많았고 지금도 앙금이 남아 있어요.
주로 많이 생기는 문제가 어떤 이름으로 갈 거냐, 새로운 이름으로 갈 거냐, 청사 소재지를 어디로 할 거냐 등 몇 가지 쟁점들이 있단 말이에요. 사실상 중앙정부가 시도했기 때문에 양 지자체는 구체적인 걸 협의해 나가면서 진행된 부분이 있습니다.
근데 진주-사천 행정통합 문제는 그런 게 아닌 거예요. 정치라고 하는 것은 이슈를 선점하는 부분이고 프레임을 옮기는 건데 프레임을 옮기고 싶은 것 같아요.
우주항공청을 제대로 만들면 사천 단독으로 안 되는 거 아니냐, 경상국립대가 같이 해야 되고 진주가 같이 해야 되는 건 맞아요. 근데 같이 하는 방식이 모든 걸 덮어버릴 프레임으로 그냥 들고 오는 거예요. 진주와 사천 간의 관계가 원활했으면 사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겠죠.
만약에 행정통합이 된다면 진주시민과 사천시민 입장에서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요?
사실상 큰 효과가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일단 생기는 갈등이 엄청나게 크거든요. 어떤 갈등이냐면 공무원 수가 줄어듭니다. 단체장도 그렇고 의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는 하나의 자치시가 되기 때문에 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예전에 청주-청원이 행정통합할 때도 공무원들이 내부적으로 엄청나게 반발했어요.
공공서비스 부분도 그렇고 일자리도 줄어들기 때문에 특별법에 근거하지 않는 통합이라고 하면 어차피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사천-삼천포 같은 경우도 삼천포 인구가 확 줄어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천으로 무게 중심이 실렸기 때문입니다. 여러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그런 효과들이 있기 때문에 격차 문제가 생기는 거죠.
오히려 혼란만 야기한다고 봅니다. 중앙정부가 보장하지 않는 거라면 별 의미가 없거든요. 사실은 우리가 거리 이름 붙이는 것 또한 행정 비용만 드는 것도 있거든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봅니다.
진주와 사천시민의 찬성을 얻어낼 구체적인 혜택을 진주시에 제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는 당위성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같은 동네였다. 그다음에 같이 할 수 있는 사업들이 많다”고 말입니다.
이미 진주-사천 간 버스 노선도 잘 되어 있는 상황이고, 결국은 통합을 하게 되면 사천에 있는 사람들이 진주에 있는 학교를 다니겠죠. 사천시에 좋은 인프라를 제공할까요? 아니면 진주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경상국립대와 과학기술대 통합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통합이라고 했지만 동등한 통합은 없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본관을 칠암캠퍼스에 설치했지만, 지금 가좌캠퍼스에 다시 본관을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결국은 큰 데와 작은 데를 통합하면요. 그건 통합이 아니라 흡수입니다. 사천 공공기관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은 흡수되는 걸 알고 있는데 좋아할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2012년에 진주-사천 통합을 추진하다가 사천 시민의 반대로 중단된 적도 있잖아요. 이번 기자회견 전에 찬성 반대 의견 수요 조사가 있었나요?
그때 논의하면서 마지막에 수요 조사를 했죠. 50%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1차 여론조사 45% 찬성, 2차 35% 찬성해서 무산되었죠.
만약에 행정통합을 하게 되면 시청은 어디에 둬야 할까요? 금방 말한 경상국립대-과학기술대 통합을 보면 알겠지만 늘 공사 중이에요.
행정통합보다 훨씬 작은 규모인데도 그런데, 진주-사천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심지어 업무 시스템이 다 달라서 맞추는 과정에도 많은 문제가 생길 거라 생각합니다.
우주항공청 개청 소식 이후 갑자기 행정통합 제안이 나왔습니다. 우주항공청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보시는지?
그렇죠. 우주항공산업을 서부경남의 미래 산업으로 만들자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지금 내걸고 있는 명분이 그거밖에 없어요.우주항공청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 진주와 사천이 공유 협력해야 되는 부분이 많지만, 그게 꼭 행정통합을 해야 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진주시 입장에서 포괄해서 가는 방향으로 계속 가야 되는 거예요. 저는 오히려 진주에서 양보해야 한다고 봅니다. 통합하자라는 명분이 아니고 우주항공청과 관련해서 협력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라는 거죠. 진주에 주소지를 가지고 사천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얼마나 더 가져와야 돼요?
실질적으로 행정통합을 진행될 때는 어떤 절차들을 거쳐야 되나요?
주민 투표만 하면 돼요. 기본적으로 한 곳에라도 반대가 많으면 유예됩니다. 청주-청원 행정통합도 아마 10년 동안 진행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번 행정통합은 뜬금없이 진주 시장이 제안도 아니고 약간 선전포고처럼 된 거잖아요. 결과적으로는 이런 경우가 제가 알기로는 하나도 없습니다.
우주항공청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진주시는 물론 경남도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할 텐데, 행정통합 외에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통합은 상호작용을 해야 가능합니다. 갈등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과거에 대한 앙금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행정통합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통합에 방점을 찍는 게 아니고 협력과 연대에 방점을 찍는다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입니다.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특별지방자치단체 조항이 신설되면서, 기존의 지자체를 유지하면서 지자체간 공동사무를 발굴하고 공동으로 행정조직-지방의회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우선 공동으로 실행할 사무, 사업을 발굴 및 추진하면서 효과적인 행정, 상호에 대한 신뢰를 획득해야겠죠. 신뢰 회복이 우선이고, 행정통합은 그때 가서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주-사천 행정통합에 이슈 중 ‘광역생활폐기물소각장’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2030년 이후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어 지자체들은 소각시설을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진주시는 2029년까지 총 1394억 원 규모로 진주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에 사천시는 기자회견에서 “최근 논란이 되는 생활쓰레기 광역소각장 설치 문제도 진주시의 반대로 무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진주시가 “선 통합, 후 설치”를 주장하는 부분에 사천시는 진주시가 자신의 이익만 챙긴다고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27년 전 나동광역쓰레기매립장을 공동으로 만들었는데, 매립장이 완성되자 진주시의회와 지역주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사천 쓰레기를 받아주지 않았던 과거가 있습니다. 사천시 입장에서는 배신당한 역사가 있다고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