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죄는 인정, 범행 동기는 다르다”
여성단체 “혐오 범죄 명백” 엄벌 촉구

“머리 짧으면 페미, 페미는 맞아야 한다”며 편의점에 일하던 20대 여성을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50대 남성에게도 무차별적 폭력을 휘두른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사건’을 둔 첫 공판이 15일 열린 가운데, 피고인 측이 ‘감정유치’를 신청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폭행사건이 있던 11월 4일 직전인 11월 2일과 3일 피고인의 가족이 피고인의 심리상태가 안 좋다며 경찰에 보호조치를 요청하는 등 피고인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심리적 문제가 있는 점이 드러났다고 했다. '감정유치'를 신청한 이유이다.

감정유치란 피고인의 정신 감정이 필요한 때, 법원이 기간을 정해 병원 등 기타 장소에 피고인을 유치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신 감정이 완료되면 유치는 해제한다. 이를 위해서는 감정유치장 발부가 필요하다. 재판부는 “감정유치가 필요한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통상 정신적 문제는 형사 사건에서 감형 사유가 된다.

이날 공판에 앞서 경남지역 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올해 11월 4일 경남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여성혐오에 기초한 폭행사건이 일어났다. /사진=단디뉴스DB
올해 11월 4일 경남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여성혐오에 기초한 폭행사건이 일어났다. /사진=단디뉴스DB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3단독(재판장 이아영)은 15일 오전 10시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사건을 둔 첫 공판을 열었다.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구속된 피고인 측은 이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11월 4일 진주시 대신로 소재 편의점에서 일하던 20대 여성을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50대 남성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한 점, 편의점 업무를 방해하고 집기를 부순 점, 체포된 후 경찰서 유치장 문에 손상을 입힌 점 등을 공소사실로 언급했다.

피고인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죄는 인정하나, 범행 동기는 많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여성혐오 범죄는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국민참여재판은 신청하지 않았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은 2023년 11월 4일 00시 10분쯤 진주시 대신로 소재 편의점에서 물건을 함부로 다루다가 이를 제지하는 피해자(20대 여성)에게 “나 지금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으니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며 위협을 가했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려하자, 휴대폰을 빼앗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린 뒤 “네가 먼저 시작했다”며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 “(머리가 짧으니)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면서다.

피고인은 이를 말리던 50대 남성에게도 플라스틱 재질 의자로 머리를 내려치는 등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경찰에 체포된 뒤에는 조사가 끝났는데 풀어주지 않는다며 유치장 문을 수차례 발로 차 손상을 입혔다.

 

공판에 앞서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경남지역 여성단체 회원들
공판에 앞서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경남지역 여성단체 회원들

이날 공판에 앞서 경남지역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피고인을 둔 엄벌을 요구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면서 “머리가 짧으면 페미,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에 비추어, 이번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임이 분명하다면서다.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는 이날 “가해자 처벌은 피해자의 일상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남녀가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피해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피해자와 연대해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1일 피고인을 구속기소하면서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 엄중처벌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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