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기술혁신 등 재원 깎아
정부 긴축 재정으로 경기침체 더 악화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2024년 예산안의 국회 심의가 시작되었다. 정부 예산안은 총 656.9조원이다. 올해 대비 18.2조원 늘어났다. 증가율 2.8%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3% 중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물가상승률보다 낮고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인 4.9%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건전재정이라고 하지만 국내총생산 증가보다 적게 늘어나니 확실히 긴축재정이다.

긴축재정의 큰 이유는 세수 감소에 있다. 지난 5월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법안으로 인한 재정 부담 증가 규모는 앞으로 5년간 91.8조원으로 감세정책의 세수 감소는 연평균 16.4조원이다. 지난 7월 발표된 세제 개편안도 앞으로 5년간 3조원 규모의 추가 감세를 하는 내용이었다. 감세와 경기침체 등으로 2024년 국세 예상 수입은 367.4조 원으로, 내국세가 36.3조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조세지출로 내년 정부가 깎아주는 국세 감면액도 77조원으로 국세 수입 총액의 16.3%에 달하여 법정 한도 14%를 2.3%포인트나 초과했다.

재정의 기능은 ‘자원배분의 효율성’ ‘소득분배의 형평성’ ‘경제안정 및 성장 지원’이다. 2024년 예산안에는 기후위기 대응, 불평등 완화, 저출생 개선, 지역소멸 대응, 기술혁신 지원 등 시대적 과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2024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을 2023년 227조원 대비 17조 원(7.5%) 확대했다지만 고령화 및 물가상승 등으로 법정 의무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예산이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됐다는 명분으로 올해 9500억 원에서 내년 130억 원으로 급감했다. 지방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적자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데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으면 존폐위기에 몰릴 것이다. 열악한 노동자와 사업주를 지원하는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예산은 올해 1조1000억 원에서 내년 8400억 원으로 감소했다. 공공 보육과 요양을 담당하는 각 시도 사회서비스원 예산은 통째로 삭감됐다.

전반적인 긴축 기조 속에서도 내년도 공항·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4.6% 늘어났다. 수도권은 인천발(發) KTX 건설과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조기 개통 사업,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 대구는 도시철도 엑스코선,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등 지역의 숙원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해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은 충남의 서산공항 사업까지 포함됐다. 민원성 SOC 예산을 편성한 것은 내년 총선에 대비한 정치적 고려라고 볼 수 있다.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은 올해 31.1조원 대비 5.2조원 줄어들었다. 감소 폭이 16.6%에 달한다. 기술혁신 지원을 대폭 감소시킨 것은 최첨단 기술을 두고 선진국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치명적이다. 프로젝트 연구비에서 인건비를 받는 미래 희망인 신진 비정규 연구자 육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정부의 내년 기후위기 대응 예산은 총 14,5조 원으로 ‘탄소중립 국가기본계획에 기입된 재정투입 목표 17.2조 원에 비해 15.8%(2.7조 원) 적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은 올해 1조 원에서 내년 6000억 원으로 42% 줄었다.

저출생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성별 임금격차, 가사·육아 편중 부담 등 직장과 가정의 성차별인데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부 등 8개 부처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소관 예산은 절반까지 삭감됐다.

지방정부 예산도 대폭 감소한다. 지방정부 교부세와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이 각 내국세의 19.24%, 20.79% 비율로 자동 책정되는데 내년도 내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10%가량 줄어든 322조 원이다. 이에 따라 자동으로 감소하는 지방이전재원 규모는 15조4000억 원에 달한다. 비수도권을 위한 균형발전특별회계의 연구개발 예산도 70% 가까이 감액됐다.

긴축 재정은 올해 1.4%로 전망되는 경기침체를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민간소비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0.84% 증가했는데 정부소비가 -1.56% 역성장해서 내수 경기를 악화시켰다. 올해 민간투자 증가율은 0.62%인데, 정부투자는 무려 -5.63%였다. 전체 투자 증가율은 –0.38%로 고정자본축적이 감소했다. 민간의 소비와 투자에 의한 경제성장 기여를 정부 재정이 오히려 까먹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 불평등, 저출생·노령화, 기술혁신 경쟁 등으로 재정지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출 감소가 아니라 감세를 증세로 전환하여 20.9%까지 떨어진 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 25%까지 높이고 조세지출(조세감면)을 줄여 건전재정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면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국가 재정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여야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여 정부가 무리하게 삭감한 부분을 최대한 되살리길 기대한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것을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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