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올해이지만,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 정책이 축소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원각 전 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의 글로 사회적경제기업의 효능을 살펴본다.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모범적이라 평가받는 곳을 중심으로다. /편집자 주

[단디뉴스=정원각 시민기자] "나는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죽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에요." 무슨 말일까? 장애 특히, 지적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나오는 한 맺힌 소원이다. 장애아가 자립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이 못 되는 한국 사회이기에, 아이가 죽을 때까지 엄마가 보살피고 뒷바라지해야 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말이다.

혹자는 너무 과장된 이야기 아니냐고 할 수 있으나, 종종 장애가 있는 자녀와 동반 자살하는 엄마나 가족을 다룬 사건들은 이것이 과장이 아님을 방증한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아를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고 양육 책임이 개별 가정, 그중에서도 엄마에게 지워져 있다는 의미이다. 대한민국 국가, 사회, 정부, 지역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이다', '1인당 실질 소득이 일본을 앞질렀다', 'G7에 이탈리아 대신 들어가야 한다'는 등 마치 대한민국이 선진국, 세계 모범국가가 된 것 같이 떠드는데 왜 장애인의 삶은 이리 비극적인가? 단순히 돈 버는 일에서는 선진국이 된 게 맞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정책과 제도, 사회환경 그리고 국민들의 인식 등은 한참 멀었다.

 

안심마을에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 조직들과 협력 NGO들.
안심마을에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 조직들과 협력 NGO들.

장애인, 비장애인도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안심마을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삶은 질곡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대구광역시 동구 안심마을(안심1동~4동)은 놀라운 반전을 안겨주었다. 안심마을을 만드는데 20년 동안 참여한 관계자(유길의, 박인규)와 장시간 인터뷰한 후 내린 결론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장애인이 존중받는 마을’이 바로 안심마을이라는 것이었다.

행복한 삶은 안전하게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 친구들과 어울리며 좋은 교육을 받고, 자존감 있는 노동을 하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필요로 한다. 안심마을은 이 모든 것들을 지역사회에서 해결하기 위해 하나하나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 같았다. 더구나 자본,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를 통해서...

 

안심마을에 있는 사회적경제 조직들 일부
안심마을에 있는 사회적경제 조직들 일부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지 전에 시작한 안심마을

안심마을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린이집, 방과 후 교육, 어린이도서관, 식품가게, 카페, 식당, 도시락 배달점, 공연 기획, 마을방송국, 책방, 햇빛발전소 등 20여 개의 사회적경제기업, 조직과 10개의 시민사회단체 등 30개가 넘는 조직들이 있다. 여기에 2천 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여한다. 100명이 넘는 임원, 직원들도 있다. 4개 동에 사회적경제 조직과 사람들이 이렇게 밀집된 곳은 국내외 어디에서도 흔치 않다.

안심마을에서 사회적경제가 시작된 것은 2003년이다. 사회적기업육성법 2007년 제정, 협동조합기본법 2011년 제정 그리고 마을기업은 2010년 행안부 지침으로 시작했다. 자활 조직들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실업극복운동으로 시작하여 오래됐으나 안심마을에는 관련 기업, 조직이 없다. 그러므로 안심마을에 있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제도화 전에 시작하였고 이후 제도와 정책들의 도움을 받았다.

꿈을 꾸고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사람들이 있어야

안심마을 내부 관계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하지만 이미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면 이러한 성과, 열매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더구나 법적인 제도, 정책적인 지원이 있기 전인데 말이다. 그것은 이를 위해 꿈을 꾸고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사람들, 즉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안심마을에서 복지, 교육, 사회서비스등의 다양한 사회적경제가 처음으로 시작한 시기는 2003년이다. 이는 장애‧비장애 어린이 통합보육을 하는 한사랑어린이집이 옮겨온 때를 말한다. 한사랑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한사랑(대표 겸 어린이집 원장 윤문주)은 대구의 다른 지역에서 1992년부터 사업을 하다가 2003년 안심마을로 이사했다.

이 어린이집은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통합교육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교사가 특수교육을 전공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장애아동 부모들이나 비장애아동 부모들은 장애‧비장애 어린이 통합교육을 지지하는 부모들이다. 그러므로 법인 대표, 교사, 학부모 등 통합교육이라는 같은 꿈을 꾼 사람들이 모여 어린이집을 시작한 것이 안심마을 사회적경제의 출발이다. 이들은 이후 각 조직의 핵심 활동가가 된다.

 

안심마을에 있는 반야월 행복한 어린이 도서관 아띠
안심마을에 있는 반야월 행복한 어린이 도서관 아띠

여기에 시민사회단체 회원, 활동가들이 힘을 보탰다. 2007년 대구참여연대 동구주민회 총회에서 안심마을에 작은도서관(초대 관장 김연희)을 운영하기로 결의하고 약 1년 8개월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8년 10월 반야월 행복 어린이도서관 '아띠'를 시작했다. 아띠는 주중에 12명의 주부 자원봉사자가 사서 등의 역할을 하고 주말에는 아버지들이 돌아가면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들도 이후 새로운 사회적경제 조직 설립에 적극 참여했다.

취학 전의 장애아동이 장애‧비장애 통합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꿈, 이 꿈은 초등생 방과 후 교육으로 이어지고 교육 후에는 일자리까지 연결되어 자립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꿈으로 나아갔다.

그러면 현재 작동하고 있는 안심마을 사회적경제 조직을 분야별로 살펴보자.

계속..

 

* 이 기사는 ‘라이프인(Life in)’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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